바라만 봐도 닳는 것
임강유 지음 / 읽고싶은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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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의 카타르시스

너를 깎아내려는 사람이 있다.

그는 너를 조각상으로 만들 것이다.

언어의 칼날로 이리저리 깎아버린 탓에

너의 것이 사라지고 있다.

약한 파도에 절벽이 깎이듯

너도 깎이고 있다.

조각가는 몇 번의 손짓으로

너를 조각상으로 만들었다.

구태여 변명하지 않아도

그의 입안에는 그윽한 가시들로 빼곡했고

너의 살갗은 점점 해져가고 있다.

너라는 잔상,

단풍도 낙엽에 되어 땅을 밟는데

조각이 되어 버린 너는

조각가에 의해 두 다리를 잃었다

작업실 천장에 달린 와이어에 의지한 채

허공을 바라볼 뿐.

곧 조각가의 손짓이 멈추고 말을 할 순 없으나

허공의 잔상은 조각칼의 통증으로 답할 수 있다.

너를 깎아내려는 사람의 조각상이 되어

나는 살아도 죽은 것이고, 죽어도 살아 있다.

그림자로 얼룩진 골목의 허름한 작업실에서

반은 부르러기로, 나머지 반은 잔상으로. (-15-)

어릴 적 크레파스

얼리 적 크레파스는

키가 다 제자각이다.

좋아하는 색과 자주 사용하던 색은

짜리몽땅하고

자주 사용하지 않은 색은

늘씬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좋아하는 것, 이루고 싶은 꿈이 생긴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 어릴 적 크레파스 처럼

별 볼 일 없어지거나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짜리몽땅한 크레파스는

수많은 과정을 노력했기에

늘 후회가 없었다.

이순간도

크레파스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짧은 다리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으니

키는 더 둘었겠다. (-17-)

가끔은

가끔은

내게 용기가 없었으면

가끔은

내게 꿈이 없었다면

가끔은

내가 평범했더라면

가끔은

포기하면 편할까를 생각했다.

그래도

가꾸면 내 꿈도

가꾸면 내 삶도

가꾸면 내 용기도

가꾸면 모든 게 이뤄지겠지. (-131)

시를 쓰는데 고민이 된다고 말하는 지인이 있었다. 시 문장을 쓰는게 부담이 되는 것이다. 상상에 의존하여, 세사을 보는 힘,그것이 시를 쓰는 힘이다. 나는 그 분에게 술 한잔의 힘을 빌리라고 했다. 시는 이성적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무언가 느껴지지 않고, 보이지 않는 힘이 있었다. 나를 내려놓고, 긴장이 풀린상태에서, 사물과 사람에 대해서, 본질을 찾아간다. 직관과 이성에 의존하되,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속성을 지니는 것이 시가 자기고 있는 독특함이다.

사물을 깊이 관찰하고, 이상 속에서 시의 영감을 얻어간다. 첫번째 시 『조각가의 카타르시스 』는 나의 삶을 바라보게 된다. 누군가 나를 깍아내려는 이들은 매번 불편하다. 거북하기 그지 않으며, 멀리하게 된다. 차단하고, 관계를 알아서 단절한다. 그러나 시를 읽게 되면, 그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다. 때로는 나라는 조각을 깎아내는데 그 사람의 힘을 빌릴 수 있다. 넘보지 못하고, 넘어서지 못하고, 나에 대해서 돌아보게 하며, 나라는 예쁘게 인생 조각을 열심히 깍을 수 있는 정이 되며, 나를 바꿔 놓는 힘이 될 수 있다.나를 깎아내는 사람에게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평범한 사람이 된다. 그들에게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면, 나는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다. 시에서 느껴지는 역설이다.

두번 째 시는 『어릴 적 크레파스 』다. 어릴 적 많이 썼던 크레파스는 12색이다. 색도 다양하지 않다. 지금은 다양한 48색 크레파스가 나오지만 그 땐 그러했다. 어떤 색연필은 짜리몽땅하고, 어떤 색은 거의 안 쓴 것 같다. 그럴 때는 짜리몽땅한 크레파스를 멀리하고, 안 썻던 크레파스를 적극적으로 씀으로서 균형을 맞춰 나간다.어릴 적 크레파스를 통해서,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되었으며, 크레파스를 통해서, 삶의 지혜를 얻는다. 시가 가지고 있는 직감과 이성에 따라서, 시가 가지는 따스한 언어적 유희와 역설, 위로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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