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너에게 보낼게 - 생의 마지막 순간, 영혼에 새겨진 가장 찬란한 사랑 이야기 서사원 일본 소설 1
하세가와 카오리 지음, 김진환 옮김 / 서사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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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텔게우스는 이제 곧 죽음을 맞이하는 별이다. 이미 약 800만 년 동안 먼 우주 저편에서 계속 불탔기에 머지않아 초신성폭발이라는 이름의 죽음을 맞게 된다. 즉 그는 임종을 지켜보고 싶었던 거다. 530광년 너머에서 고독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베텔게우스의 임종을 . (-13-)

"당황할 것 없어, 난 너를 막으러 온 게 아냐."

그때 긴장된 내 심장을 어루만지듯 시원한 바람이 가슴 속에 불어닥쳤다.

"난 사신이야. 너의 혼을 저승으로 인도해주러 왔어. 네 죽음의 참관인....이라고 하면 이해하려나. 독서를 좋아하는 너라면 그런 세계에 관해서도 잘 알고 있겠지?" (-83-)

"말도 안돼."

두 통의 전보를 움켜쥐며 흔들리느 마차 안에서 무심결에 신음했다. 오늘 밤 내가 임종을 지켱냐 하는 또 한 명의 이름은 엘리 터너.

잘못 볼리가 없다. 그건 내가 사랑해버린 사람의 이름이었다. (-155-)

토사카 킨야. 향년 37세. 사인은 사고사.

요 며칠 동안 필요한 정보는 전부 수집했다. 아무래도 그는 퇴근길에 빨간불인 횡단보도를 거너다 트럭에 치였다는 것 같다.

신호를 무시한 이유는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때문이었다. 그는 스마트폰 화면에 열중한 나머지 횡단보도에 들어서기 직전에 신호가 빨강으로 바뀐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차에 치였다. 운전자 쪽도 운전 중에 한눈을 팔고 있었기 때문에 쌍방의 불운과 부주의가 겹친 사고였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216-)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보통 사람들보다 모르는게 몇 배는 많잖아요. 저는 태양을 본 적이 없고, 하늘이 어떤 색인지 모르고, 별똥별이 어떤 건지도 몰라서 소원도 빌 수 없어요. 그래서 그만큼 눈이 보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을 좀 더 많이, 많이 , 많~~이 알고 싶어요. 눈이 보이는 사람이 열 가지를 알고 있다면, 저는 백가지를 알고 싶어요. 그렇게 하면 제가 불행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고 보통 사람들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제가 이런 말을 하면 할아버지는'세이라느 참 지기 싫어하는구나'하며 웃으시지만요."

세이라는 그런 식으로 자신의 장애와 처지에 관해 늘 웃으며 이야기했다. 오히려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난 걸 한단하거나 억울해하거나 비관하는 걸 본 적이 없다. (-286-)


 

인간은 죽음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죽음이라는 것은 삶의 반대되는 의미가 아닌 , 삶의 연장이라고 생각한다면, 조금이나마 죽음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위로와 치유를 얻을 수 있다. 삶의 마지막 끝자락, 내 앞에 누군가가 나타나서, 너는 죽을 것이라고 발한다면, 그 순간 어떤 느낌이 들 수 있을까, 인간의 혼을 거두어들인다는 것은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며,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소설 『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너에게 보낼게 』 에 나오고 있었다.

사신, 찰스, 악마, 천사 사리엘, 엘리 터너, 키무라 쇼헤이, 토와다 타이요,우스이 카에테, 토사카 킨야, 우노하라 세이라가 등장하고 있었다. 소설에는 여섯명의 죽음과 그 죽음에 해당하는 주인공이 등장하고 있었다. 죽음앞에서 마지막 증인이 되어야 하는 사신은 죽음을 관장하지만,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여러가지 사정들을 들어주는 역할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죽음이 임박한 주인공들은 죽기 직전 자신의 여러가지 선택과 결정, 왜 죽어야 햇는지에 대한 유언장이 잘 나타나고 있었다. 때로는 사고사에 의해서 죽게 되고, 때로는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 되곤 한다. 그리고 스스로 비참한 죽음이 될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처음부터 태어나자마자 죽음이 목표로 돌진하는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죽지 않기 위해서 살아온 삶이, 자신의 여러가지 상황들이 죽음의 이유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죽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스스로 알게 되었으며, 사신의 말을 믿어보게 되는 토와다 타이요가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즉 우리는 그 누구도 믿지않는 삶을 살아간다하더라도, 죽기 직전, 내 앞에 있는 죽음의 신, 사신은 믿을 수 있는 절대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즉 사신은 어떤 목적이 있지 않으며,어떠한 이익을 얻지 않는 존재,오로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이 죽음 앞에서 사신을 믿고 싶어한다. 인간의 죽음 마지막 순간에 우리의 욕망의 끝은 무엇인지, 하나하나 살펴 볼 수 있다. 인간에게 혼 마저 버리게 되는 그 순간이 찾아온다면, 그 어떠한 것조차도 미련에서 자신을 내려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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