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듀나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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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날이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2005년 11월 16일 오후 7시 32분이었다. 이정기는 학교 동창들과 만나기 위해 신세계 백화점 근처의 중국집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다. 을지로입구역에서 한 30미터 떨어진 지하도에서 그느 들고 있던 가방을 놓쳐 버렸다. 허리를 숙여 가방을 집어 올리려는데 , 갑자기 그의 머리에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건 100원짜리 동전이었다. (-14-)

11년전엔 미키스 코스마토스하는 그리스인 저널리스트가 거의 그 윤곽을 밝혀낼 뻔하기도 했다. 그가 모든 사실을 알아내기 직전에 테베 마피아의 총에 맞아 죽은 건 우리에겐 행운이었다. 혹시 오해가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음모론자들이 뭐라고 지껄이건, 코스마토스 암살은 우리가 한 일이 아니다. (-99-)

창수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도 링커들이 그를 개조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몇 년 동안 그의 육체는 우주여행자의 몸으로 바뀌어 있었다. 덕택에 그는 다른 행성의 생물학적 환경과 중력에 비교적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중간에 굶어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면 그는 브로콜리를 잡아먹을 수 있을만큼 이 행성에 적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154-)

이생의 아버지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여우골로 알려진 곳으로 직접 찾아갔지만 그곳에서 그들이 발견한 건 초가집처럼 생긴 바윗덩어리들과 갈기갈기 찢겨나간 피투성이 봇짐 뿐이었다. 봇짐에서 아들의 유품을 발견한 아버지는 그 자리에 사흘도안 주저앉아 여우들에게 아들의 썩은 가죽이라도 돌려달라고 빌었으나 여우들은 응답하지 않았다. (-189-)

다음 날 아침 8시가 되어서야 수라바타의 개들은 선장과 베타가 실종되었음을 알아차렸다. 처음에는 아무도 거기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다.하지만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그들의 소식이 들리지 않자, 다들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배를 뒤졌지만 아무런 성과를 얻을 수 없었다. 올드 섀터핸드는 이제 선장 없는 배였다. (-255-)




듀나 SF 작가의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는 총 열두 편의 중단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었다.그 소설은 『동전 마술 』, 『물음표를 머리에 인 남자 』, 『메리 고 라운드 』, 『A,B,C,D,E &F 』, 『호텔 』, 『죽음과 세금 』, 『소유권 』,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 『여우골 』, 『정원사 』, 『성녀, 걷다 』, 『안개 바다 』, 『 디북』 이다. 이 소설은 1990년대 PC 통신으로 이루어진 그 당시에서부터,지금까지, 20년에 걸쳐서 이어지는 작자가의 판타지 에 대해서 나오고 있었으며, 지극히 한국적인 것들 속에서, 현실의 우리의 일상사에 대한 심도 있는 관찰과 상상을 확장 시키고 있었다. 마치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가 무너진 듯한 마술의 세계를 읽을 수 있었으며, 어떤 공간에 대해서 입구는 있지만 출구가 없는 세계, 인터넷 초창기에서 흔히 나타났던 온라인 채팅에 대한 상상과 픽션이 느껴지고 있으며, 익명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존재가 우리의 인식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잘 나타나고 있었다. 지구가 가지고 잇는 기본 중력의 한계를 넘어서서, 어떤 사람에게는 누군가의 독특함이 보여지지만,다른 이들에겐 보여지지 않는 무언의 형상이나 현존재에 대해서, 그 사람이 겪게 되는 여러가지 이지러짐, 현실 속에 나타나는 인물과 가상의 인물의 왜곡 현상, 가상과 현실이 동시에 눈앞에 그려진다면, 실제로 우리는 얼마나 당홯하게 되고, 차원을 비틀면서, 세상을 비틀어 버리는 듀나 특유의 판타지가 잘 묘사되고 있었으며, 인간의 일탈과 틈새의 미학이 SF 소설에 잘 구현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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