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저벨
듀나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8월
평점 :
"제저벨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내 인사는 늘 이렇게 시작돼.
"저 곰돌이 친구는 이 낡아빠진 욕조통의 선장이고 전 이곳의 선의가 되겠습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말씀드리자면, 여러분이 운 나쁘게 추락하신 행성은 마젤란은하 구석에 박힌 크루소 알파 b 라는 곳입니다. 식민지가 개발된 지는 표준력으로 350년 쯤 되었고, 여러분이 아주 운이 좋지 않은 한 여기서..."
이러면 꼭 이쯤해서 누군가 참견하기 마련이야. (-15-)
지금 자궁들은 조용했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자궁의 일에 직접 인간들이 관련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전차들을 해체하고 먹고 재생산하는 과정은 대부분 자궁과 자궁이 내뱉는 부속 기계들이 직접 했다. 그리고 자궁이 인간들이 만든 공장처럼 늘 분주한 것은 아니었다. 자궁들은 자기만족을 위해 생상을 했다. 인간들의 편의는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111-)
마을에서 벌어지는 도소전으로 유지될 것 같았던 우리 사정을 파악할 수 있었어. 영원한 독소전으로 유지될 것 같았던 토요일의 전쟝에 제3의 변수가 발생한 거야. 그리고 그 변수에 참여한 사람들은 전쟁을 게임으로 생각하지 않았어. 그들에게 전쟁이란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폭력적인 수단이었지. 클라우제비츠가 정의한 진짜 전쟁이었던 거야.
그 변수는 베들레헴들이었어. (-119-)
그것은 링커기계였다. 기네스 아니면 웨인이다. 아마 웨인이리라. 수생생물을 흉내낸 매끈한 외양 때문에 겉모습 구별는 어려웠지만 웨인 특유의 묘하게 동물적이고 공격적인 동작을 감출 정도는 아니었다.
흥미로웠다. 지상종들의 육체는 눈앞에 닥친 목표를 위한 임시방편의 도구였다. (-179-)
"기억 객관화 치료 이후에 정체성 혼란을 겪었어. 나는 누구인가.인간인가. 기계인가.시드니인가, 아니면 다른 누구인가. 다른 누구하면 도대체 누군가. 이딴 거. 결국 1년동안 그 고민을 하다가 연구소를 나갔지. 난 탈출했다고 생각했는데 , 아무도 날 쫓지 않았던 걸 보니 그냥 나갔어도 상관없었나 봐. (-232-)
그건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링커 기계의 궁극적 한계가 아니었을까? 전 은하계를 물리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그들은 400년 전이나, 3000년 전이나 , 지금이나 다를 게 없었다. 무언가가 그들의발전을 막고 있었고 , 그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 조건으로부터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인간들에게 그처럼 신비스럽게 보였던 묵상도 사실은 그런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한 처절한 발악일지 누가 알겠는가. (-291-)

SF 소설은 현실과 모순되거나, 그 틀에서 한참 벗어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지만, 가까운 미래, 혹은 먼 미래에 우리의 인류에게 다다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과학, 기술들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는지 알게 해 주곤 하는데, SF 소설에서, 과학적인 요소,기술적인 요소, 인간적인 요소가 빠진다면, 허무맹랑한 허구 소설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인간의 욕구와 욕망, 미래를 담고 있기 때문에, SF 소설은 미래의 희망적인 요소와 부정적긴 요소를 담고 있으며, 관념적으로 현재에 머물지만 , 현실은 미래를 담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상호 모순적이면서, 위선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는 한계가 있다.
한국적인 SF 장르를 만들어내는 작가 듀나의 <제저벨>에서는 링커바이러스와 링커기계, 링커 우주가 등장하고 있으며, 로빈슨크루소를 연상시키는 크루소 행성이 등장한다. 소설에서,.크루소 행성은 들어가면, 빠져 나올 수 없는, 즉 행성 탈출 속도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그런 행성이며, 그곳은 인간에게 있어서 실험적인 요소가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성간 우주가 가능한 미래, 때로는 냉소적이며, 제저벨이라는 우주함대를 끌고 다미면서,인간의 냉혈적인 측면이 소설에 잘 묘사되고 있었으며,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생명체로서의 인간 순환의 한계를 자동화한다면 어떤 일일 야기되는지 상상하게 된다. 소설에서는 그것을 ,자궁들의 놀이터라 하는데, 그 자궁 놀이터에 의해서, 생명은 생성되고, 소멸되는 과정이 반복되며, 유전자의 모방과 복제가 일어나고 있었다. 이 소설에서는 인간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자연적 이치에 대해서 고려해 볼 수 있다. 인간의 이타적인 행동과 이기적인 행동은 언제나 복합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안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속성이 있다.그 한계를 극복하고 싶은 인간의 심리적인 부분이 SF 소설에 투영되고 있다.그리고 그것이 먼 미래에는 우리 앞에 나타날 수 있는 막연한 기대과 설레임을 가지고 있었으며,SF 소설에 단골로 들장하는 인공지능이 이제 우리 앞에 나타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항상 품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