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을 걷는 시간 - 천년을 잠들어 있던 신라의 왕궁 소설가 김별아 경주 월성을 가다
김별아 지음 / 해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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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전히 황량하다. 아직은 적막하다. 하지만 겨울의 동토가 이미 봄의 생명을 품고 있듯 한때 이곳에서 융성했던 왕조의 비밀이 발밑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27-)

'월성이랑'을 가장 많이 찾는 사람들은 수학여행이나 소풍 등 현장 체험학습으로 월성을 찾는 초중고 학생이다. 아무런 흥미를 못 느끼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아이들도 있지만, 가끔은 해설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역덕(역사덕후)'도 있다. (-71-)

달 뜨는 시간에 모여 남산 일대를 둘러보는 사단 법인 경주 남산 연구소의 '경주 남산달빛기행' 도 있다. 겨울을 제외하고 한 달에 한 번씩 개최되는데 참가비는 무료다. 달빛에 비친 바위 부처님을 바라보면 그야말로 '홀리 holy' 해서 없던 신심마저 돋아날 듯하다. (-136-)

경주에 가거든 문무완의 위적을 찾으라. 구경거리의 경주로 쏘다니지 말고 문무왕의 정신을 기려보아라. 태종 무열왕의 위업과 김유신의 훈공이 크지 않음이 아니나 이것은 문헌에서도 우리가 가질 수 있지만, 문무왕의 위대한 정신이야말로 경주의 위적에서 찾아야 할 것이니, 경주에 가거들랑 모름지기 이 문무왕의 유적을 찾으라. (-223-)













소설 『미실』, 그리고 『논개 』 로 널리 알려진 역사 덕후이자 작가 김별아 작가의 에세이 『월성을 걷는 시간 』 이었다.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 시대를 지나, 나당연합으로 서서히 백제와 고구려를 무너트리고 삼국 통일을 꾀한 통일신라는 이후 후백제의 왕 견휜에게 먹히게 되었으며, 서서히 나라의 기틀이 무너지게 되었다. 한 왕조가 사라지면, 그 왕조의 수도는 폐허가 되곤 한다. 백제의 문화와 역사와 영광이 신라에 의해 무너졌듯이 통일 신라의 영광 또한 신라의 수도와 함께 사장되고 말았다. 우리가 알고 있느 화랑도는 그 당시엔 쓰여지지 않는 단어였다. 수학여행을 떠나게 되면, 석굴암, 불국사, 첨성대, 황리단길, 그리고 최부잣집을 가는 것에 그치는 우리의 보편화된 여행이, 월성 앞에서는 머뭇 거리게 된다. 그건 월성이 신라의 찬란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지만, 볼품없는 폐허인 채, 터로서 현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곳에 고고학자가 투입된다. 과거의 오랜 역사를 더듬어서 고고학자의 두 손에 의지하여, 시간과 공간의 독특한 역사적 흔적을 재현 회복하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경주 첨성대 주변에 가면 거대한 신라의 진공 이자 성골의 왕릉이 있다. 그러나 월성에 대한 기억은 현존하지 않는다. 막연하게 신라의 왕은 거대하고, 웅장하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책에는 초라하게 서 있는 왕릉 하나가 보여지고 있었다. 관리조차 되지 않은 그 왕릉의 모습이 신라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신라에 대해서, 역사의 도시 경주에 대해서 좀 더 알고자 한다면, 보이지 않는 곳, 구석구석 두 발로 걸어가면서, 그 흔적을 찾아야 한다. 두 손과 두 발이 바쁘면, 더 사랑하게 되고, 더 이뻐지게 된다. 그것이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래 남게 되고, 새로운 시선으로 경주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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