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거래에 대하여 - 책과 서점에 대한 단상
장 뤽 낭시 지음, 이선희 옮김 / 길(도서출판)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긴장 TENAION , 기대 ATTENTE, 유혹 TENTATION 쪽에 있는 것은 열에 들뜬 의지이다. 책은 언제나 바로 거기에서 시작된다. 샘처럼 솟아 흘러나오는 책은 단연코 어디에도 없다. 누구도 편지나 소논문, 비방문 식으로 소책자를 쓰듯이 저서를 집필하지 않는다. 책은 본보기나 모방자 없이도 스스로 사유되는 하나의 계획을 설계한다. (-12-)

플라톤의 책은 대화이다. 누구든 그것이 대화의 '형태를 취한다' 고 말할 것이다. 대화라고 하는 것이 여러 가지 형태들 가운데 하나의 형태, 하나의 장르이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사실,대화이건 디알로지이건 그것이 책의 정수를 제공한다. (-21-)

편집자는 책의 불가독성을 이미 읽은 사람이다. 그느 그것만을 읽는다. 그는 텍스트에 감춰진 고유의미를 읽는 자이다. 편집자는 책보다는 저자와 관계를 가지는 사람이다. 이때 저자가 책을 쓰도록 지지하고 이끄는 것은 슬쓰기의 동력인 사유이며, 저자는 그 동력이 무엇인지 본인도 잘 모르기도 한다. 편집자는 이러한 일탈을 동반하고 그것에 출구를 마련하며, 그것을 잡아채기도 하고 동시에, 앞으로 이어질 것을 향해서가 아니라 이미 선행했던 것을 향해 떠나가게 방치하기도 한다. '대중'이 없다면 말을 거는 제스처도 글쓰기의 설계도 없을 것이다. (-41-)

밀랍, 목재, 파피루스 양피지, 독피지, 스크린은 모두 부드러운 소재로 두껍지 않아 펴거나 줄일 수 있는 유연성을 지녀서 절단과 인쇄가 가능하며 표식을 감수하거나 흔적을 담아놓을 수 있고 (총서, 선집, 명상록) 동시에 이행성 혹은 잠재적 소멸성이라는 성격(도피성, 망각성, 허약성)을 일부러 떨쳐내지 않는다. (-64-)

난해함은 책의 과잉이며, 전달은 책의 결핍이다. 책은 그래서 항상, 과도한 동시에 부족을 호소한다. 책의 이데아 역시 ,항상 과도하고 부족한 방식으로, 오로지 바로 그와 같은 상태에서 재현될 수 밖에 없다. 책의 단적인 특징이 바로 여기에 있다. 책은 과잉과 결핍 사이를 걸어 다니는 미지의 그림자가 제 지적인 자락을 길게 늘어뜨리는 처소다. (-90-)

종이책이 사라질 거라고 믿는 21세기 한국에 하나씩 등장하기 시작한 독립서점은 그래서 아름답다. 책과 독자가 만나는 방싱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보려는 독립서점은 책과 독자의 미래를 담보하려는 용기의 소산이다. (-94-)

어제도 독서를 했고, 오늘도 독서를 했다. 마치 습관처럼 읽게 되는 책에는 생각과 사유, 자가의 의도와 편집자의 편집 패턴이 잘 드러나고 있다. 책에는 여러가지 상징과 은유, 비유가 있으며, 연역법, 귀납법, 귀추법을 총동원한다. 그 안에서, 우리는 책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징을 담아내고 , 캐치할 수 있다. 핵심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환 독서라는 행위는 상당히 어려운 고급 습관이며,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조선 시대 이전에는 책을 가지고 있거나, 책을 읽는 독서 습관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인들에게 발에 채이면 , 굴러다닌다고 말하는 책의 정체는 지금이 특이하며, 이상한 사회적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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