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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너나들이 리커버 에디션)
김상현 지음 / 필름(Feelm) / 2020년 1월
평점 :
강수돌 교수는 《팔꿈치 사회》 라는 책에서 "경쟁이 낳는 비극 중 하나는 타자의 불행을 자기 행복의 기초로 삼는 일이다"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요즘은 어떻습니까. 당신은 어떻습니까. 숫자와 시기와 질투가 온몸을 휘감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타인의 불행을 본인의 행복처럼 바라고 있지는 않으신가요.(-8-)
만약 불행한 일들이나 실패를 겪을 때면, 그 모든 일 또한 인생이라는 책을 써내려가는 동안 마주하게 될, 페이지 중의 하나뿐일테니, 너무 당황하거나 짜증내지 말고, 힘들어하지도 안았으면 좋겠다. 힘든 순간도 유통기한이 존재하니 결국 지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74-)
만일 누군가 당신에게 쓰레기 봉지를 선물하면 그냥 갖다 버리면 된다. 그걸 굳이 들춰서 "저 사람이 나에게 쓰레기를 줬다." 라고 하며 실망하고 서운해하며 혼자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 혼자서도 힘겨운 내 삶에 쓰레기까지 안고 갈 필요는 없다. (-138-)
누군가에게 계산 없이 대해지고 싶다. 누군가를 계산없이 대하고 싶다. 가끔 안부를 묻는 연락에도 예민해지고 싶지 않다."오늘 너랑 함께 먹어서 정말 맛있게 먹었으니까. 밥은 내가 살게!"라는 말들을 더 자주 하고 싶다. 마음을 터놓고 싶다. (-154-)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은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를 바라보는 기준을 내가 아닌 '바깥'에 두었을 때, 나는 나를 미워하고 있었다.미워하면 미워할수록 나는 점점 작아지기만 했고,계속해서 움츠러들었다. 스스로 작아지게 만들어 놓고선 도다시 작아진 나 자신을 나무라며 미워했다.
악순환의 반복, 그 자체였다. (-220-)
잘 안된 이유, 좋지 못했던 이유는 결국 '나' 때문이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마음먹는 편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입장에서 본다면 한결 편해진다. 잘 안된 이유를 다른 데로 돌릴 경우,우리는 영원히 한가지 고통 속에서만 살아가게 될 것이다. 어차피 삶과 존재는 고통이다. 다양한 고통을 겪어내는 사람만이 더 나아갈 수 있다.
고통 없이 아무 것도 없다. 그러니 마음 편히 겪어 내기를 바라고 바란다. (-235-)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이렇다. 상대방이 사랑을 확인하려는 행동을 하지 않게 만드는 것.사랑 앞에서 자주 멍청해지는 것,계산 없이 누군가를 대할 수 있게 되는 것. 말하지 않아도 사랑을 알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일상을 나누어 갖는 것. 함께 가는 길에 꽃이 없다면 , 꽃을 심어 따뜻한 마음으로 피울 수 있는 것. 조금 늦게 가더라도 돌아오는 길에 꽃을 보며 걸어올 수 있음에 함께 기뻐하는 것. 조금 느리더라도 오랫동안 영원할 것처럼 사랑하는 것.
그런 의미에서 당신을 마나게 된다면, 젊음을 한창 낭비하다가 결국 당신 앞에 섰다고 말하고 싶다. (-269-)
태어나는데 순서가 있어도 , 죽음으로 가는데 순서는 없는 듯하다. 올해 마주했던 수많은 장례를 보면서, 사고, 질병, 그리고, 어떤 예기치 않은 일로 인해 이 세상과 이별을하게 된다. 삶의 끝자락에 남는 것은 결국 슬픔 밖에 없다, 잘 살아보겠다고 말하면서도, 그게 잘 안되는 게 인간의 삶이다. 어떤 사람은 무소유의 삶을 살아가며, 자신의 죽음조차 무소유를 추구하고자 한다. 생에 대한 자신의 책임, 때로는 비극적인 결말이 이어질 때도 있다. 누군가의 죽음을 은시하면서, 그 망자의 나이가 나의 현재의 나이에 가까워질수록, 그 사람의 죽음이 더욱 기억되어지고, 더욱 서글퍼지고, 내 삶의 상념이자,트라우마로 남아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각을 꼽씹고 또 꼽십으면서, 생생하게 기억된다. 공교롭게도 이 책을 읽은 시점, 아는 사람의 발인이 있었다.
꽃 화환이 생각난다. 장례식은 슬픔이면서, 고토이면서, 그 사람을 기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살아 생전 아쉬움과 서글퍼짐, 외로움과 고독 속에 살아가는 인간들은 죽음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질 때가 있다. 한 권의 책에서, 우리의 생각을 들여다 보며, 죽음과 엮이는 불행의 근원적인 성찰을 꼽씹어 보게 되었다.
불행,그리고 행복, 그리고 고통과 집착, 이 책에서 담아내고 싶어지는 메시지였다. 생각이 행동이 되고, 행동이 습관이 된다. 결국 나의 운명의 그림자는 단 하나의 생각에서 만들어지는 씨앗이다. 그래서 인간은 끄질기게 나의 생각을 통제하려고 하고, 감정을 통제하려 하며, 타인의 행동도 통제하고 싶어 한다. 오로지 나의 이기적인 행복 추구권, 타인의 어리석은 불행을 보고 흐믓해하며, 미소를 짓곤 한다. 이 책은 그러한 인간의 속성에 대해서, 착각을 언급하고 있다. 생각은 절대 통제가 안 되며, 통제되어서도 안된다. 그래서, 내 앞에 어떤 일이 생겨날 때, 그 생각이 꼬리를 물고 만들어지는 생각의 단절이 우선되어야 한다. 타인을 불해으로 이끄는 행동이 되어서는 결단코 안된다. 즉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생각이 나의 불행이 될 필요는 없었다. 불행이 또다른 불행과 엮이지 않도록 하려면, 불행의 씨앗이 되는 생각을 소멸시켜야 한다.그렇게 되면, 생각이 단절됨으로서, 관계가 개선되며, 생각이 개선될 수 있으며,나의 행동도 정리가 된다. 결국 나의 운명이 가랑비에 옷 젖듯 개선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