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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슈베르트 - 슈베르트가 잠깐 있었던 우주
우벽송 지음 / 목선재 / 2022년 7월
평점 :
너무나 차분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베케트와 슈베르트와 비트겐슈타인도, 자코메티도, 장자도 자식을 두지않았다. 그들은 노후대책이 없었다. 예술가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를 분명히 아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아주 무서운 사람들일 수도 있다. (-28-)
분노의 바리톤은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위치한 국술원에서 고유의 궁중무술을 9년 넘게 연마했다. 늦둥이 막내가 대부분 약골인 점을 고려하여 오페라를 하려면 신체가 따라줘야 하는 만큼 한국 고전 무술을 통해 강인한 체력을 갖고 싶었다. 성악은 예술이지만 체육이다. (-104-)
우주 우연찮게 누구를 통해서 들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큰 영화제작사가 독일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데, 한국인 조연을 구한다는 정보를 얻어 오디션을 봤고 선택받게 되었다. 콘스탄틴 필름이라는 영화사에서 제작한 <주유소의 세 여자 Drei madels von der Tankstelle> 라는 영화에 출현했는데 1년을 버틸 수 있을 만큼 후한 금액을 받았다. (-158-)
모든 슬픔은 무덤으로 흘러들어간다는 결론을 내리려고 슈베르트는 이 곳을 썼다.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말 같으면서도 쉽게 해서는 안 될 말이 이런 말이지.'모든 행복과 불행은 눈부셨다가 어두웠다가 절망적으로 캄캄했다가 실망의 서광처럼 그저 어지러운 햇빛 장난' 이라고 시인 뮐러는 말하는데, 이거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거 아닌감? (-227-)
우리나라 시골 농부들의 새참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분노의 바리톤은 독일인과 섞여 막일도 많이 해봐서 잘 안다. 조선에는 막걸리와 된장에 찍어 먹는 고추, 막국수 또는 냉면이나 비빔국수가 있지만, 걔들은 고작 빵에 치즈 그리고 익히지 않은 돼지고기를 갈아 양 창자에 집어넣은 소시지 그리고 방울토마토가 전부다. 막걸리 대신 그들한테 맥주가 있지만 이건 절망로 오랑캐들의 새참이었다.(-304-)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는 ,소양있는 사람이 되려면 클래식을 알아야 한다. 나만의 자격지심에 따라서, 음악이 추구하는 고유의 자뻑, 없는 자, 가난한 자들에게 클래식에서 느껴지는 보이지 않는 교양, 고품격이 있다.
성악가, 시인, 현대 미술가,이 세가지는 우벽송의 스펙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난다면, 나는 그에게 자벅 철학자라고 부르고 싶어진다. 부모를 따라 도미하였던 그는 이탈리아로 건너간 가난한 예술가였다. 빌어먹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극복하고, 한국인으로서 자부심도 있었다. 예술을 하는 것은 예술 그 자체이지만, 체력이 반드시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자부심의 근원은 바로 없어보여도 없다고 말하지 않는 강인한 자존심이다. 음악과 가까이하고, 슈베르트에 교감하게 되었다. 성장과정,인생, 추구하는 문화, 삶이 비슷하면, 서로 통하는게 있었다고 하였던가. 두 사람은 어릴 적 비슷한 가정생활 속에서, 음악을 배웠으며, 스스로 생존을 극복하기 위한 음악이 필요했다. 때로는 막노동일을 했어야 하였고, 소시지를 뜯고,치즈와 맥주, 빵으로 연명해야 햇던 지난날, 가낭하여서 대중교통과 자전거로 이동을 하였던 그가,우벽송은 스스로 음악인으로 성공의 발자취를 남길 수 있었으며, 자신의 비참한 삶을 가난한 삶을 인생의 강력한 프라이드로 삼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고셍 그가 가진 자격지심을 음악으로 승화하였으며, 슈베르트가 아닌 우베르트로 불리우게 되다. 분노의 바리톤, 그가 보여준 음악은 이탈리아, 독일,미국,한국에서 독창회와 오페라 공연을 하였고,SBS 창사드라마 <압록강은 흐른다>에서 이미륵 역할을 맡은 건 우연이 아닌, 독일에서 체험하였던 연기 경험에서 시작된 필연이었다. 준비된 사람, 남다른 경험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그는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