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알바로 여행한 셈 치겠습니다 - 불행한 체험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기 위해
이성우 지음 / 렛츠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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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난 못 준다.네가 가져갔으니까 네가 내라 인마."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서 그것도 마련 못해줘?"

그렇게 밤새 서로에 대한 비난이 오가기만 할 뿐, 둘의 의견 차이는 조금도 좁혀지지 않았다.다음날에는 인연을 끊기라도 하듯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더욱 속이 탔다. 추가 모집으로 겨우 합격한 탓에 가뜩이나 입금 기한이 짧아서 더 그랬을 것이다. (-19-)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건 인간의 기본 권리라고 생각해서요.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마땅히 개선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가해서인지 의외로 자연스럽게 말이 나왔다.

"그 화장실이 사실 미용실 아줌마 거거든. 내가 저녁에 문 잠그지 말라고 했는데도 말을 안 듣네? 내가 다시 말해야지 어쩌겠어." (-47-)

'아, 이 인간들이 그동안 담합을 했구나....' (-56-)

그렇게 생각하자 뜻밖에 짜증이 나는 걸 느꼈다. 시간 쓰고 돈 써서 고소를 해 봤자 알바를 구하지 못한 내게 돌아가는 이득은 전혀 없었다. 기꺿해야 점주에게 찍소리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서 일하고 있는 저들의 처우가 조금이라도 개선될 여지가 있을 분이었다. (-58-)

"실은 저희 아동센터 신문에 올릴 글이 필요한데, 실례가 안 된다면 혹시 부탁드려봐도 괜찮을까요?"

떠나는 마당이라고 생가해서인지 그 제안을 듣는 순간 뜻밖에 발목이 잡히고 만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마침 에전에 내가 쓴 편지글을 아이들에게 알려 주지 않은 것이 생각나서 더 마땅치 않게 느껴지기도 했다. (-108-)

센터장은 이해하기보다는 도리어 내 기를 꺾으려고 했다. 그런 말까지 듣고 나니 대화가 잘 이뤄질 것이라는 희마을 더는 가져볼 수가 없었다. 저렇게 자기주장만 고집하는 사람이었다니...센터장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내 마음 속에서 하나 더 늘어나는 순간이었다. (-161-)

아무리 하는 일이 단순 반복적이고, 덜 중요하다고 해도 건물 안의 수많은 방들 중에서 하나도 내주지를 않다니, 자격지심이긴 하지만, 복지관 안에서의 낮은 서열을 물리적으로 표현해 놓은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뻥뚫린 공간에 있다 보니 3층 방들을 잉요하는 정규직 사회복지가들과 주민분들, 장난감 등의 비품을 가지러 오는 유치원 선생님들, 건물 안을 청소하시는 노인 일자리 어머님들이 지나갈 때마다 눈이 마주치는 것도 문제였다. (-200-)

우리 주변에는 아르바이트생이 도처에 있다. 편의점에 가면, 돈계산을 하는 아르바이트생, 길을 가다가 쓰레기를 치우는 아르바이트생, 아동복지 센터에서 일하느 아르바이트생, 짐을 이동시키는 아르바이트생, 건물 청소를 하는 아르바이트생, 문서 작성을 하는 아르바이트생 등등이 있다.그들의 아르바이트 시급이 최저임금에 맞춰저 있으며, 시간외 수당 마저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저자 이성우님은 바로 그러한 사회적 약자로서, 아르바이트생을 전전하고 있었다. 뼈빠지게 일을하고, 최저임금보다 못한 임금을 받고 있지만, 그것을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었다. 노동부에 신고를 하면, 자신이 지금 받는 월급급조차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소위 같은 편의점 업종간의 보이지 않는 담합이 있었다.

흙수저, 약자에게 더 가혹한 것이 가진 자들의 생각과 갑질이다. 저자는 대학교에 추가 합격 후, 입학할 수 있는 조건이 있었지만, 부모의 불화로 인해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였다. 그것은 대학교 입학 대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게 된 핑계가 되고 있다. 50차례 이상 면접을 떨어진 적도 있었으며, 점주의 횡포, 기본적인 복지헤택조차 누리지 못하였다. 짧은 사회생활을 알고 있는 이들의 사회적 불신을 온몸으로 십자포탄을 맞는 그 순간, 저자는 누구에게 하소연 조차 할 수 없었다. 안타깝고, 딱한 현실에도 부모의 역할은 자신이 의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고,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 악조건임에도 그 악조건에서 해어나오기에는 사회는 각박하였기 때문에, 스스로 자구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다행스럽게,저자는 문학의 힘을 빌리게 된다.우연에 의해 글을 쓸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생기고, 자신의 글이 누군가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자신이 겪었던 불합리한 상황과 억울한 경험들이 글을 통해서, 생각과 감정을 녹여내고 있다. 삶에 대한 이해, 공감과 교감으로, 사람들을 모으게 된다.그리고 그것이 한 권의 책, 한 권의 에세이집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바로 저자의 에세이 <그냥 알바로 여행한 셈 치겠습니다> 에 녹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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