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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친구들과 다정한 산티아고
홍다정 지음 / 이분의일 / 2022년 7월
평점 :
품절
우체국은 커녕 문 연 상점조차 거의 없는 스산한 거리를 무거운 배낭을 앞뒤로 메고 하염없이 걸었다. 크리스마스가 이 나라 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명절인지 온몸으로 깨달으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드문드문 보이는 현지인들을 붙잡고 알베르게의 위치를 물어보는 것뿐이었다. 그 당시에 나느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알베르게가 어디 있는지 당연히 알 것이라 생각했다. (팜플로나가 인구 20만의 큰 도시라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 (-19-)
꼬마야 약해지지 마.
슬픔을 혼자 안고 살지sms 마.
아빠야 어디를 가야
당신의 마음처럼 살 수 있을까
가장 큰 하늘이 있잖아
그대가 내 하늘이잖아
아빠야 약해지지 마
빗속을 걸어도 난 감사하니까
후회 없는 삶들
가난했던 추억
난 행복했다. (-56-)
이 길을 지나간 수많은 순례자의 사연을 간직한 철 십자가. 나 역시 이 철 십자가에 이끌려 머나먼 스페인 땅 하고도 이 깊은 산골짜기 오게 되었다. 나를 이 길에 서게 하고 두발로 걷게 한 바로 그 철십자가를 드디어 만나게 되는 날이었다. (-91-)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산티아고를 향한 그리움.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우리의 인연은 계속될 것이다. 언젠가는 다시 그곳을 함께 걸을 날도 오지 않을까. 다시 한 번 까미노가 보여줄 기적을 기대해 본다. (-141-)
아마도 베로니카 기억 속에 나는 그저 와인으로 수혈하면서 할머니들보다 느리게 걷던 순례자일 것인가. 그런 나도 어느새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것을 보면 그녀는 어떤 기분일까. 언젠가는 마태오와 마르코, 그리고 나의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놀 날도 왔으면 좋겠다. 그곳이 한국이든 스페인이든 좋다! 물론 산티아고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164-)
완벽한 위로, 완벽한 그리움, 완벽한 인연을 알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았다. 사람에게 너그럽게 대하고, 사람의 허물을 덮어줄 것이며,나 또한 사람이라는 것을 자각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완벽한 치유를 얻게 된다. 빠른 것이 정상처럼 여겨지는 세상 속에서, 나에게 당연한 것들이 많아지면서,나태해지는 나, 오만한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다. 산티아고 순례길, 지극히 느리게 살아간다는 것, 느린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평온함과 평화로움, 이러한 것들 하나하나 알음 알음 챙겨갈 수 있게 된다. 가끔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나는 왜 하루하루 착각하고,후회하고, 넘어지는 것인가, 들이켜 보면,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고, 행복한 순간을 행복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산티아고 순례길, 두 발로, 느린 걸음 속에 나의 삶속의 착각을 하나 둘 하나 둘 내려놓는 과정에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상 속의 기적이란 바로 우리의 착각 속에서 인연을 생각하면서 살아가며, 내 앞에 놓여진 일상 속에서 행복을 알음알음 담아가는 스킬이 아닐까 생각한다. 낯선 사람과 만남을 통해서, 언어적인 한계가 현존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의 거리감을 느껴가는 삶에 대해서,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서로 같이 이야기를 나우면서, 경건한 마음 하나하나를 느낀다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생각한다면,또다시 마날 가능서이 낮다느 것을 상기한다면, 우리 삶은 더욱 따스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타인의 허물을 받아들이게 되고,인연을 인연으로 생각하며, 내 생의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갈 수 있다. 내 가까운 곳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