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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신부
권현숙 지음 / 헤르몬하우스 / 2022년 7월
평점 :
마음
작사 : 안정섭 작곡 :안정섭 소프라노 : 송화자
섣불리 해버린 그 새벽 약속
내 마음 저리게 한다.
자고 깰 때 떠오르는 너
내 마음 강물 범람하여
닿을 수 없는 너에게 흐른다.
마음껏 사랑했던 입술 자국
내 마음 온통 흔들어버려.
승리는 카메라 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18~19-)
'강립의 아들, 강재두' 가 아닌 다른 이름이 필요했다. 제 이름 석자도 못 쓰는 무지렁이 이름을 찾던 어머니 눈에 마당을 쓸고 있는 바우 아재비가 딱, 걸렸다. 강바우. 어디 이름뿐인가. 망아지나 다름 없는 아이를 조선사람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했다. 경성에서 중학교를 마치면 제대로 된 조선 사람이 되리라. (-56-)
안채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경성동아은행 두취인 아버지는 나서서 반일할 입장은 못 되지만 딸의 항일에 뒷배가 되어줌으로써 할아버지의 뜻을 이어가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시강원 필선으로 왕세사의 스승이셨다.
그러나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곧바로 관직을 버리고 의병에 가담하여 무력투쟁을 하셨다. 그러나 국권을 배앗긴 부끄러움과 의분을 견디지 못한 할아버지는 갑자기 쓰러지셨고 미쳐 손 쓸 새도 없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130-)
인하는 기대했던 고백고 잊어버리고 한라에 빠져들었다. 아니, 배두에게 빠져들었다. 말 공부를 많이도 했네. 아주 말 박사야. 말에 대해서는 베드로도 강수호도 배두에게 택도 없다. 인하는 기분이 좋아서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227-)
가슴이 뛰고 네 모습 눈에 어린다.
꿈에 본 너
꿈을 깨고 울었다.
나의 완셈베루여
너를 만난 것은 내 생의 태양
경성 너의 집 대문에 큰절하고 싶었다.
피아노 소리 들으며
우리생애의 날들 함께 하고 싶었다!
바람이 분다.
흔들리는 오늘
연인아!
너는 누구의 사람이 되었느냐..
완셈 강배두 몽골 옛집에서, (-320-)
승리는 궤작의 악보들을 차근차근 읽어보았다. 대륙적인가 하면 한국인의 정서가 느껴지기고 하는 독특한 곡들이었다.노인은 , 강배두는, 놀라운 작곡가였다. 이 대단한 작곡가의 곡을 안 교수가 도용했다는 거다. 부인 송 교수는 백 선생님 목소리를 훔쳤다. 두 교수님들께서는 훔친 곡ㅇ느로 평생 존경받고 잘 먹고 잘살았다. 내일 두 분께 내막을 알아보겠지만 어떤 이유에서는 옳지 않은 일이다. 바로 잡아야 한다. (-355-)
지금 우리 사회는 70년 이상 분단상태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국가보안법이 현존하고 있는 사회다,북한은 1당 독재 국가이며, 남한은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민주주의 국가이다.하지만 서로 문화적으로, 정치적으로 단절되었다. 그러한 특수한 상황이 우리 삶을 형질 변화시키고 있으며, 소설 『늑대 신부 』 는 그 현실을 잘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책 제목에 대해서, 자가의 의도는 잘 모르겠다. 한반도에서 멀찌기 떨어져 있는 중국과 맞닿아 있는 몽골, 그리고 야생의 원시 늑대가 상상되었다. 1930년에 태어난 주인공과 1990년에 태어난 또다른 주인공, 그 두 사람의 공통점은 백말 띠라는 것이다. 소설의 앞 부분에는 '작시: 안정섭, 작곡 : 안정섭, 소프라노 : 송화자" 의 노래 마음이 나온다. 이 노래에는 어떤 사건이 있었으며, 누군가 죽게 되는 비밀이 감춰지고 있었다. 그 비밀의 근원을 알고자 한다면, 100년전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한반도 분단이 빚어낸 비밀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전체적인 흐름을 보자면,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북한 시인 백석의 시에 대해서,한반도 사람이 그 시를 표절하여, 한반도에서, 떵떵거리면서, 사회적 명예를 얻으며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정작 그 시가 백석의 시인이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것이 드러나는 순간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사랑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그리고 서로의 관계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디테일한 부분까지 파고 들어가야 그 비밀의 앞뒤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주인공 승리와 또다른 역사 속 인물 노래 잘하는 그 시대의 모더니즘의 아이콘 백인하, 그리고 백인하가 사랑하는 또 다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완셈베루 강배두,이들 사이에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하는 그 비밀이, 우연에 의해서, 편지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말았다. 작가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바라보고 있으면서, 그 하나하나에 대해서, 소설 『늑대 신부 』에 작가의 상상력을 배가 시키고 있으며,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 시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