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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다카시마
진현석 지음 / 반석북스 / 2022년 8월
평점 :
땅 주인 시게오는 힘이 남달랐던 중식을 눈여겨보났고 종종 일본 군인이 되는 게 어떻겠냐고 묻곤 했었다. 시게오의 밑 종놈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하마터면 일본으로 건너갈 뻔했지만, 다행히도 주변 마을 사람의 도움으로 가족들과 계속 머물 수 있었다. 그리고 와중에 둘째 기영이가 태어난 것이었다. (-18-)
[신관여관]이라 적혀 있는 여관의 외관은 이리저리 엉망으로 나 있는 나무들 사이에 덮여 있었고 겨우 정문이 보일락말락하게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드러나 있었다. (-78-)
울상을 짓고 있는 기영을 유우코가 살며시 끌어당겨 기여의 얼굴을 가슴으로 감쌌다. 꼭 끌어안고 등을 토닥여주는 ㅇ유우코가 너무도 고마웠고 기댈 곳 없는 자신에게 쉴 곳을 내어주는 것 같아 서러움에 눈물이 폭발했다. 무뚝뚝하지만 이것저걱 챙겨주는 쿠보스케와는 다르게 한없이 딷뜻하고 무한한 믿음과 함께 부드러움으로 자신을 순녀간, 어떻게 하면 보호해 줬다고 할 수 있는 유우코였다. (-173-)
입술이 커지는 데는 고작 십여 초도 안 걸렸다.
엄청나게 두들겨 맞던 필수가 일어난 것은 미우라가 다가와 요시모토를 제지한 후였다.
필수는 병원에 가야 할 만큼이나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있었지만 겁을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제자리로 돌아와 절뚝이며 다시 얼빠진 무리와 걷기 시작했다. (-280-)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자지러질 듯 울음을 터트리고 멈출 생각이 없는 갓난아기를 산발의 여자가 꽉 잡아 껴안고 입술이 터져 피를 흘려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죽여버릴 거야!이렇게는 못 살아! 어차피 여기서 멈춰도 죽을 거 알아. 그러니까 죽여버릴 거야!" (-351-)
우리는 일본을 혐오하는 것을 넘어서서, 증오하기에 이르렀다. 광복 이후 지금까지 일본에 기대면서, 경제, 문화,정치를 발전 시켜온 뒷 배경에는 일본을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으로 앞서 나가겠다는 강한 동기가 있었다. 고종 임금이후, 일본의 앞제 속에서 창씨개명을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조선인은 일본군인들의 힘에 억눌러 핍박을 받게 된다. 조선인은 조선 땅에서 굶어서 죽어나갈지언정, 조선에서 생산된 쌀은 일본의 군수물자로서 꼭 요긴하게 쓰여지곤 하였다. 경인선이 만들어진 배경, 경부선이 세워진 배경에는 이런 아픈 흑역사가 있다. 최근 한수산의 소설 <군함도>는 조선의 아픈 역사이며, 일본의 흉물스러운 섬, 근대화의 상징이 되어버린 군함도에 대한 이해 뿐만 아니라,그곳에 돈벌러 나간 조선인들의 착취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소설 <다카시마> 또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다. 조선 땅에서 살았던 기영 수영 형제는 일본으로 끌려가면서, 강제노역을 자처하게 된다.그 과정에서, 같은 조선 여인들이 일본에 끌려가면서, 유곽에서, 유녀로 살아가고 있었다. 쌀을 먹을 수 없는 상태에서, 살기위한 단 하나의 루트, 탄광촌에서, 몸이 팔려 나가게 되는데 ,소설에서, 기영과 아베 게이코가 그런 사이다. 아베 게이코는 일본 사람이 아닌 조선인 이은선이었으며, 두 사람은 서로 가까워지게 된다.하지만, 두 사람은 가까워질 운명이 아닌 멀어질 수 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지고 있었는데,지고지순한 사랑의 끝판왕이 여기에 있었으며, 단 하나의 길을 가려고 하는 조선인의 자부심 뒤에 숨겨진 핍박과 고통스러운 폭력이 숨어 있었다. 일본 순경이나, 헌병이 되면 살아남을 수 있는 루트가 놓여지고 있었지만, 살려고 아둥바둥하는 그들의 삶 한 켠에 숨겨진 우리의 삶의 슬픈 흑역사가 기록되어 있었으며,이 소설은 1945년 8월의 마지막 비극과 함께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