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게가 될 뻔했다 - 우울에서 빠져나온 8개월간의 기록 스토리인 시리즈 13
파호랑.호모 그로스쿠스 지음 / 씽크스마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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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상처에는 '보이지 않는 부축'이 필요하다. 안부를 묻는 말, 웃는 입, 한 번 더 처다봐 주는 눈빛들이 그런게 아닐까 싶다. 읽으면서 나의 상처를 글쓴이의 아픔과 견줄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우리는 겨루는 존재들이 아니라 같이 가는 사람들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19-)

<한낮의 우울>이라는 책의 저자는 '중증' 우울증을 앓은 사람이다. 책을 통해 중증은 '산 송장' 상태에 이르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머글 의지가 없어 밥을 먹여줘야 하고, 대소변 보러 화장실 갈 의자가 없어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 (-38-)

인간은 경계선이 필요하다.나와 /타인의 경계,나와 /세게의 경계.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경계선이 모두 흐물흐물해져 내 존재가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풍선을 불고 불면 점점 표면이 얇아져 터지는 것처럼, 불안한 상태가 되었다. (-39-)

8개월의 폐인 생활 중 전반부 4개월은 지옥에서 보낸 시간잉었다.

지옥은 멀리 있지 않았다.내면에 있었다. 마음 한 꺼풀만 벗기면 썩어 있는 것들이 악취를 내며 존재감을 드렁냈다. 도려내는 수술은 기력을 회복하고 나서야 진행할 수 있었다,. 환부가 컸기에 당시에는 외면하고 덮어둘 수 밖에 없었다. (-95-)

그때 동생은 뭐가 먹고 싶냐고 계속 물어보고, 사다 주었다. 동생이 여유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을 잘 안다.대가없이 돌봐둔 것이다.

동생은 왜 그랬을가? 나는 동생에게 잘해준 데 없는 사람이다. 불쌍해서 그랬더라도 감사한 일인데, 불쌍해서 잘해준다는 기색을 느낀 적도 없다.고마운 일이다. (-136-)

글쓰기는 정신건강에 좋다. 내면에 차오르는 독을 빼내기에 글쓰기만한게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것으로 '덮는다' .유튜브를 보는 것도 그렇고 드라마를 보는 것도 그렇다. 다른 이야기와 이미지로 덮어씌움을 시도한다. 덮지 말고 쓰자. 써서 빼내자.

사람으로 인해 미칠듯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노트를 펼쳐 한 페이지 가득 욕을 적은 것이 몇 번 있다. 내면에 가득한 씨발스러움을 거르지 않고 종이에 빼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큰 사고 칠 것 같은 위기가 인생에 몇 번 있었다. (-197-)

친구 중에 별명이 '멍게'라는 아이가 있다. 그 친구의 별명 '명게'는 이 책에서 언급하는 멍게와 다른 직유적 표현이다. 10대 청소년기, 여드름 , 곰보 얼굴을 지칭하는 혐오스러운 단어가, 멍게였다. 반면 저자는 자신의 우울함, 움직이지 않고 싶은 내면을 멍게에 비유하고 있다.바다에서, 먹는 것을 해결하기 위한 행동 이외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생존 기술을 가지고 있는 멍게의 독특함이 있다. 저자는 항상 우울했고, 지옥을 4개월 견뎌왔다. 상처를 해결하지 못했고, 사람과 경게를 만들어 내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의지도 없다. 그냥 사는게 귀찮고, 살아가야 할 이유조차 없었으며, 얼른 죽고 싶었을 것이다. 소위 절망과 우울에 격리된 삶을 살아오게 된다. 인간의 내면 속에 채워지는 일정한 우울이 아닌, 하루 24시간 우울에 갇혀 지내는 상태,그것이 바로 멍게의 삶 그자체이다. 저자는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하루 1만보 정도 걸었고, 글쓰기를 통해 내면의 우울의 독을 빼내기 시작했다.멍게와 같은 단순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 버려야 할 것, 채워야 할 것을 아는 것 정도로,내 삶을 얼마든지 바꿔 놓을 수가 있다. 살아가기 위한 삶, 글쓰기와 걷기,내면속에 깊숙하게 채워지고 있는 숨겨져 있는 상처를 덜어내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겨나고,나를 위한 삶, 나를 아끼고,나를 사랑하며, 나에게 행복과 기쁨을 주는 삶으로 바꿔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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