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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 앤 프리 - 직업의 세계 바깥에서 유영하기
박하 지음 / 지콜론북 / 2022년 7월
평점 :
하루는 할머니가 캘리포니아롤에 들어가는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가 몽땅 떨어져 하루 가게를 닫겠다고 했다."어차피 가게도 쉬고 숙박객도 없는 날이니 드라이브 겸 함께 사러 다녀오는게 어때요?" 라고 물어오기에 흔쾌히 응했다. 크림치즈를 파는 도시는 자그마치 430km 쯤 떨어져 있다고 했다. (-16-)
그 시절 두려웠던 하루의 순환은 책을 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어떤 컨디션에서도 일정 퀄리티를 내는 연습, 그리고 그것으로 값을 받는 것. 백 편이 넘게 만든 나의 글을 다시 살펴보니 축적된 곳간에서 꺼내 쓰다가 , 더는 쓸게 없어 꾸역꾸역 절망하는 시기를 거쳐, 그 어떤 무엇이든 붙잡고 글을 풀어내는 성장이 눈에 띄게 보였다. 턱없이 부족해 아직 연마할 곳도 곳곳에 남아 있었다. (-33-)
여행은 내게 중요한 의미였다. 우물 밖으로 나온 개구리의 첫 발걸음이니 당연했다. 세상 수많은 사람이 가지각색 떠드는 생각은 듣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했다. 그들이 삶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들의 좋은 점을 죄다 섞어 나를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95-)
우리가 인간보다 기계를 믿게 된 시대는 서로의 실수를 용서하지 않게 된 날부터가 아닐까. 기술이 진보할수록 인간은 점점 더 흠 있는 제품처럼 보일 테니, 안타깝지만 난 이 글이 결코 자동화된 미래를 막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러나 굳이 미래에 먼저 갓 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건 아직 인간을 믿고 싶다는 말과 같다. (-158-)
어느날 불현듯, 다시 카메라를 살 마음이 들었습니다. 조만간 출국하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을 때 수중에 있는 돈에서 얼마를 뚝 떼어 예전에 쓰던 카메라와 같은 기종을 다시 구했습니다. 구하기 직전까진 조용하고 은밀하게 기뻐하고 말겠다는 생각이었는데도 정작 내 손에 카메라가 들리자 감격에 겨워 울고 말았습니다. (-209-)
하루 하루 잊혀지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점점 더 빨라지는 삶을 영위해 가는 삶이 급해진 나 자신을 나 스스로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신호등 위에서, 오토바이 하나가, 신호를 무시하고 내달리는 그 모습에 나의 심장 박동이 흔들거리고 있었던 건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내면 속 불안이 어떤 장면과 교차되는 그 순간 불안이,그 불편한 모습이, 현실적 불안으로 형질전환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내 면속에 화를 층층히 쌓아가곤 한다. 삶을 느리게 느리게 가져 가면서, 힐링를 강조하지만, 정작 내 마음은 그렇지 못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박하의 『워크 앤 프리 』 를 읽고 있다. 이 책은 일과 쉼의 균형을 말하고 있다. 계획되지 않은 어떤 쉼이 내 앞에 도달하고 있다면, 그것을 견뎌내지 못하고 , 여유롭지 못한 나를 들여다 보는 것 같았다. 하루 다 팽개치고, 어딘가에 무언가 하기 위해서, 떠난다면, 그것을 너는 흔쾌히, 허용하겠냐고 물어 보고 있다. 400KM 의 거리를 차로 낯선 사람과 7시간 느긋하게 간다는 것은 한국인의 의식구조 밖에 머물러 가고 있다. 작가는 그걸 놓치지 않는 다. 그 어떤 이론조차도, 그 어떤 경험조차도 강렬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쳇바퀴처럼 살아가고, 오늘 삶이 머물러 있던 누군가가,내일 죽어가고 있는 것은 현실에 반영하면셔도, 내가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고,내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그래서 이 책은 너무 애쓰며 일하지 말고, 쉼과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라고 한다. 오늘 하루 안 벌어도 괜찮으니, 노후에 연연하지 말고, 카메라 하나 들고,인생을 가벼히 흘러보내면서, 자유로운 여행을 떠날 것을 주문하고 있었다. 기계를 믿지 말고, 사람을 믿으면서, 살아갈 것을, 경이로운 추억을 담아내는 자가 내 인생을 지배하는 자가 될 수가 있다.그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하겠다. '커메라를 다시 드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