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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날 - 상 ㅣ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7월
평점 :
"그렇잖아도 쪽팔려 죽겠습니다요.예,그렇고말고요, 나리들, 시카고 깜둥이 놈들이나 칡덩쿨에 매달려 끽끽거리는 침팬지 놈들이나 그게 그놈 아닙니까. 그 놈들은 인간도 아니라고요. 교회가 다 뭡니까. 금요일이면 지칠 때까지 퍼마시고 토요일엔 포커 판에서 죽치다가, 일요일 내내 아무 깜둥이 여편네나 붙잡고 그 짓을 헤대는 놈들이니까요."
루터가 릴라한테 되물었다."그렇게 말했어?" 둘은 딕슨 호텔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물론 흑인전용이다. 그느 목욕물에 거품을 풀어놓고 , 릴라의 작고 단단한 가슴 위로 거품을 쓸어 올렸다. 그녀의 녹슨 황금빛 피부에서 보글거리는 거품이 보기 좋았다. (-22-)
대니와 스티브의 순찰구역은 굴뚝 연기와 돼지기름 냄새로 찌들어 있었다. 노파들이 뒤뚱거리며 도로 안으로 들어오고 수레와 말이 자갈밭을 따라 갈 길을 재촉하며 열린 창문에선 각혈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66-)
"니미, 나 같은 깜둥이들은 기운 배는 약이라도 먹여야 해. 아니면 세상을 정복하든지, 흰둥이 새끼들한테 총 맏아 죽고 말 거라고. 야, 촌놈. 내 말이 맞지? 응? 네놈도 알고 있는 얘기잖아, 안 그래?"
제시가 투덜댔다. (-155-)
제시는 로터의 어깨 쪽으로 넘어졌다.루터는 그를 잡는 대신 그의 총을 집어 들었다. 스모크는 계속 구토을 쏘아댔다. 루터는 손으로 총알을 막기라도 하듯 손을 얼굴 위로 들어 올려 제시의 45구경을 발사했다. 초이 손 안에서 펄떡거리며 튀었다. 문득 오늘 하루 종일 보았던 시체와 시퍼렇고 시꺼멓게 타버린 환자들이 떠올랐다. (-229-)
마부가 우편물을 들고 왔을 때 맥리시는 아침 목욕 중이었다. 하필 문지방에 걸려 넘어지는 통에 마부는 평범한 갈색봉투에 담긴 마분지상자를 놓쳤는데, 후에 그의 팔은 식당에서 발견되고 나머지 부위는 홀에 그대로 암아 있었다. 그밖에도 50명을 파업자들이 감옥에 갇히거나, 몇 년동안 그곳에 진을 친 핑거튼 용역과 경찰들한테 실컷 얻어터졌으며, 나머지는 금속산업 부분의 일반 파업자들과 동일한 운명에 처해졌다. 즉, 직장을 잃고 주 경계를 넘어 오하이오로 스며들어간 것이다. 톰슨 납광의 블랙리스트를 보지 못한 회사에라도 취직하기 위해서엿다. (-348-)
"잘못건 거야.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대니, 다른 사람들이 어를 지켜보기 시작했으니까. 에디 삼촌의 충고를 새겨듣고 얌전히 물러나 있는게 좋아. 사방에서 폭풍이 몰아치고 있잖니? 사방에서 , 거리,공장, 지금은 경찰서에까지 밀려들고 있어. 권력? 그건 덧없는 거야. 대니, 지금은 전보다 더 심해졌지. 그러니 자중해." (-414-)
임무는 경우회 신입회원 모집과 소원술회였다. 대니는 인사하고 꼬드기고 열변을 토하고 설득해 접촉한 경찰의 3분의 1로 하여금 근무상황, 수입과 빚, 그리고 근무 경찰서의 상황 등을 기록하게 하는데 성공햇다. 순찰에 복귀한 첫 3주간 그가 페이홀의 보스턴 경우회 모임에 끌어들인 경찰은 무려 68명이었다. (-501-)
플로리다 대학원 영문과 석사를 나와 반전 운동가로서, 데니스 루헤인의 특별한 경험이 반영된 하드보일드 범죄 소설로서 『 운명의 날 (상)』 은 독특한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다. 100년전 1919년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 이 미국 대통령으로 재임하였던 시기이며, 미국의 사회적인 배경을 읽을 수 있다. 인종 용광로라 부르는 신대륙 미국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사회 구조는 흑인이 머무는 공간과 백인이 머무는 공간이 다르다. 병원도 다르며, 목욕하는 곳도 구분짓는다. 소설은 그러한 미국이 가진 특수한 지역색이 반영되고 있으며, 미국 메이저리그, 베이브 루스가 살아있었던 시기다.
1919년은 상당히 복잡한 미국 사회 구조가 있다. 거대한 땅, 자신의 몸은 스스로 지켜야 하는 치안 사각지대가 있는 미국은 제1차 세게대전, 그리고 스페인독감, 링컨 생존 시, 남북 독립 전쟁 이후 글로벌 전쟁이 생겨난 와중에 혼란스러운 미국 사회는 페스트, 전염병, 독감으로 눈앞에 사람이 죽어 나간다. 인종 차별과 금주법으로 인해 ,미국 곳곳의 혼란스러운 총격소리와 노골적인 테러가 발생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보스턴 경찰은 직업적 사명감 조차 없는, 인종갈등과 테러 사이에 , 살기 위한 생존에 급급하게 된다. 소설 『운명의 날 』 주인공 보스턴 경찰 대니는 보스턴 서장에게 노골적으로 자신의 권위와 경찰이 안고 가는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서장은 깐깐하고, 고지식한 자세를 보여주게 된다.도리어 대니만 이상한 경찰이 되고 있었다.
그리하여 데니는 행동에 나서게 된다. 경찰이 주로 타고 다니는 말을 이용하면서, 경찰 일을 적극적으로 할 수가 없었다. 주변의 동료들을 모아서, 보스턴 경우회를 조직하여, 근무 환경개선을 위한 경찰 노조를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의 반대 와 침묵이 보여지고 있었다. 대니 커글리가 처한 현실, 살인자로 몰리게 된 흑인 깜둥이의 현실이 잘 도드라지고 있으며, 전염병과 신종 스페인독감, 폐렴과 총격 사건, 테러로서 자유롭지 못한 미국 보스턴 사회 중심에 있는 데니의 삶이 잘 나타나고 있었다.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한 경찰의 처우개선에 대해서, 그 당시엔 일한 만큼 월급을 받는다는 개념조차 없었으며, 오물이 배여 있는 길바닥,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상태에서, 오물 투성이의 보스턴 사회가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으며, 페스트 전염병으로 시쳬가 곳곳에 방치되고 있는 보스턴 경찰 사회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파업을 적극 시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