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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 아저씨
김은주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7월
평점 :
레디. 다연은 스타팅블록에 발을 고정하고 강하게 눌렀다.그대로 튕겨 나갈 듯 발목에 힘이 들어갔다. 이 순간이 가장 좋다. 몸 깊은 곳을 막고 있던 무언가가 빠져나가면서 시원한 물이 막힘없이 솟구쳤다. 샤워기의 물이 기세 좋게 쏟아지듯 , 자신감이 먼저 앞서서 뛰어나갔다. (-11-)
"어른들은 왜 항상 넌 어리다. 앞날이 창창하다고 말하는게예요? 우리만 되게 큰 혜태글 받는 건 아니잖아요. 자기들도전부 어렸을 때가 있었으면서."
"어른이 되면 금방 잊어버려. 그리고 그때는 어리다는 게 귀찮고 짜증났을 뿐이었다는 걸 다들 잊지." (-34-)
다연은 연거푸 빙수를 입안으로 떠 넣었다. 아까 있었던 일을 생각하니 누가 본 것도 아닌데 얼굴이 따끔따끔하다. 그 사이 팥빙수를 깨끗하게 비운 노부부는 수박을 들고 아직도 기세등등한 오후의 햇빛 소그로 사라졌다. 할머니는 테이블 위의 일본어 회화책을 가방에 엏었다. (-55-)
"지금 달리지 못하는 건 완벽하게 정상이야.이런 상담은 필요 없어. 들어야 하는 건 나 같은 의사나 어른들의 말이 아니라 네 마음의 소리야. 분명 달리고 싶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
아니, 난 지금이라도 당장 달리고 싶다. 의사가 잘못 짚었다.
"분명 이유가 있으니까 네 마음이 딱 멈춘 거야. 그러고는 뇌가 왼족 발목에 명령을 내린 거지.' 나는 지금 달리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멈춰,' 라고" (-97-)
"뭔가 보여주지 못하면 인생 조지는 거야. 몸은 그다음이야.메달 따서 대학 가고 성공해야지."
성적이 먼저고 몸은 그 다음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선수가 되면 세계 대회에 나갈 기회조차 없어진다, 코치는 반복해서 그렇게 말했다. (-103-)
달리기는 공기를 오염시키지 않는다.그저 땀에 전 운동복을 생산할 분, 잘 마른 운동복엣거는 소금가루가 푸실푸실 떨어진다. 그런데 이곳에는 그런 옷들이 약 100벌 정도 쌓여 있는 냄새가 난다. 다연은 세탁실에 난 손바닥만 한 창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배 안의 세탁실은 수영장 탈의실에 있는 길쭉한 사물함 3개를 합친 것 정도의 크기였다. 그 안에 낭은 세탁기와 땀 냄새에 전 옷들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 다연과 비둘기들은 그곳에 몸을 숨겼다. (-175-)
"저 청년이 게이라고?"
"그게 뭐 어떻다고. 그렇다고 저 친구가 가진 좋은 점이 하나라도 사라져? 너희가 먹고 마신 것들이 달라지기라도 해?"
"에미넴은 이렇게 노래해. 나는 네가 흑인인지 백인인지, 이성애자인지 양성애자인지, 게이인지, 레즈비언인지, 키가 작은지 큰지, 뚱뚱한지 말랐는지, 부자인지 가난한지 신경 쓰지 않아. 네가 나에게 친절하면 나 역시 너에게 친절할 분이지 . 간단하잖아." (-249-)
'개구리 올챙이적 모른다' 라고 했다. 잘 나갈 때와 잘 나가지 않을 때, 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과 말과 행동에 차이가 날 수 있다. 자신은 달라진 것이 없는데, 크게 잃은 것이 없는 것 같은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작은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고, 그 미세한 변화를 후벼 팔 때가 있다. 의미없는 위로와 어설픈 치유의 말이 위로가 아닌 상처가 되는 이유는 그래서다.
소설 <구구 아저씨>는 청소년 소설이며,주인공은 달리기 100M 단거리 유망주 주다연이다. 100미터 12초03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다연은 대한민국 최고 기록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과 소질을 가지고 있다.그러나 다연은 훈련 도중에 왼쪽 발목을 접질렀으며, 인생이 나락으로 빠지게 된다. 멀쩡했던 사람이, 에기치 않은 사고로 인해 한순간에 망가질 때, 그 망가진 현 상황을 인정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연이 처한 상황이 딱 그런 상태이다. 주변 어른들은 다연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성공에는 관대하지만, 실패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다.그리고고 다연은 어리니까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다.
즉 어른들의 말이 다연에게 위로가 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구구 아저씨,즉 비둘기가 말하고 있다. 그건 어른들이 다연의 입장에 따라서 신중하게 말하지 않고,자기 기준에 따라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위로가 되는 말이지, 다연에게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식상한 말에 불과했다. 그래서 다연은 어른들의 조언을 들을 때마다, 속상하고, 아프고,,그 아픔을 내색할 수 없었다. 자신이 잘 나갈 땐, 어른들은 똑같은 말로서, 칭찬하고 인정한다.그러나 큰 부상을 입은 다연에게는 각자 다른 해결책을 말하고 있다. 그것이 다연에게 도움이 되는 해결책이지만, 서로 자기기준에 따라 말하기 때문에 한사람은 오른쪽으로 가라, 한사람은 왼쪽으로 가라고 말하고 있다.그러 때, 다연은 갈팡질팡하게 되고, 나락으로 빠져들게 된다. 나침반 없이 말하는 조언은 북쪽이 어딘 지 모른 채, 북쪽으로 가면 펭귄을 볼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았으며, 모호하고 애매하였다. 구구 아저씨는 바로 이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다연이 처한 현실에서 다연이 안고 있는 문제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다.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어른들과 달리 , 구구 아저씨는 다연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대해서 깊이 경청하고,신중하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의 정답이 아닌 여러개의 정답 속에서 다연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건,내 옆에 구구 아저씨가 있었으면 좋겠다,그리고 내가 구구 아저씨가 되고 싶다 라고 말할 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