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는 기적
정한경 지음 / 북로망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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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인연이란

자신의 색을 강요하지 않는다.

같은 색을 품고 함께하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각자의 색을 존중하고

그 색을 더 멋지게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서로를 북돋는다.

그리고 어느새

그렇게 만들어진 각자의 색이

서로에게 자연스레 스며들어

혼자서는 만들어 내지 못했을

새로운 색깔의 나를 만든다.

그렇게 새로이 만들어진

나만의 색깔이 문득

아름답다, 여겨질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좋은 인연이라고 부른다. (-18-)

오래된 인연

최선을 다해 다듬어 온 나란 사람을

누군가의 앞에 꺼내놓았을 때,

그 반응은 전부 제각각의 모습을 띤다.

누군가는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고

누군가는 심지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나의 사소한 행동만 보고도

그 안에 숨겨진 자그마한 장정까지

전부 발견해 주곤 한다.

무엇이 서로를 알아보게 하는 것인지,

어떤 이유로 그토록 벅찬 시선을

서로에게 전할 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두 사람을 이어주는 '무엇'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세월을 겪어 내며 마음에 새겨온 무언가가

서로를 향하도록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인연이 있다.

습관처럼 행하는 서로의 사소한 행동 속에서도

커다란 보석들을 발견하게 되는 인연.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사람을 발견한 것처럼

두려움 없이 서로의 손을 맞잡게 되는 인연.

어쩌면 아주 먼 곳에서부터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 발걸음이 전부

'무엇'이었는지도 모른다. (-82-)

이별 뒤에 남겨진 말

전달되지 않아도 괜찮은 말.

혼자서 토해 내는 것으로 족한 말.

나에게만 의미있는 말.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 있는 말.

파도에 쏠려 지워지는 편이 나은 말.

잠시 적어 두는 것으로 충분한 말.

모래 위에 써 내려 가야 하는 말. (-192-)

떠오르는얼굴

좋은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은

나의 좋은 일에 누구보다 순수한 기쁨을

전해주던 사람이고,

슬픈 일이 있을 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은

나의 슬픈 일에 누구보다 깊은 공감을

전해주는 사람이다.

내가 약해질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은

나의 약한 마음에 누구보다 굳센 용기를

전해주던 사람이고,

나 자신시이 미워질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은

나의 못난 모습마저 다스한 시선으로

뒤바꿔주던 사람이다.

관계는 결코 속일 수 없는 것이어서,

그 도안의 시간들이 가르쳐 준 방향으로 우리를 이끈다.

무엇도 전해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서로를 향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것들을 전해주었다면

우리느 자연스레 서로를 찾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많이 쌓아갈 것이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일까.

어떤 순간에 떠오르는 사람일까. (-247-)

태어나고, 살아가며, 죽어간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도 만남과 이별이 있다. 인간의 삶의 패턴은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사람은 필요에 따라서, 서로 공동체를 형성하며, 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그 무언가를 갈망하게 된다. 좋은 인연이 있으면, 나쁜 인연이 잇고, 그저 그런 인연도 발생할 수 있으며, 거리적으로 ,심리적으로 멀어지게 되면, 좋은 인연이었던 그 사람의 이름조차 기억에 남지 않을 수 있다. 인간의 고유의 망각은 인간의 힘이면서도 , 인간의 가장 취약점으로 남아있다.

누군가와 좋은 인연, 오래된 인연으로 남고 싶다면, 욕심을 내려 농아야 한다. 탐욕을 버려야 한다.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그것이 서로에게 좋은 인연으로 오래 갈 수 있다. 저 잔디 위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아름답다 하여, 한순간 꺽어서 작은 화병에 옮겨 놓는 일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꽃이 빨리 피어나길 바라는 인간의 욕심은 큰 화를 불러 올 수 있어서, 인간은 탐욕과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좋은 인연이 내 앞에 놓혀지고 있음에도 그대로 흘러가는 인연으로 바꿔 버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우연과 필연 속에서 내 기억 속에 지나왔던 인연들, 그 좋은 인연들과 오래 가기 위해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에게 고마운 사람, 소중한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에 대한 기억을 햔재하면서,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 남는 것,그것이 서로에게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아있을 수 있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내 가까운 곳에 현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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