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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한 날들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20
윤이안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7월
평점 :
"화음 씨, 이것 좀 봐."
얼핏 보인 면에는 누구는 찾는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금방 실종 전단지라는 걸 알았다.
"그 왜, 에코시티 과광단지 맨 끝에 있는 칼국숫집 있잖아. 그 집 사모님이랑 딸내미가 사라졌대." (-21-)
노부부가 이야기해 준 단서와 내가 나무에서 들은 소리는 계속해서 어긋났다. 돌이켜 보면 처음부터 그랬다. 노부부는 화장터에서 나와 산까지 10분쯤 걸었다고 했는데, 딱 봐도 노인의 걸음으로 10분 걸린은 거리는 아니었다. 처음엔 노부부가 뭔가 착각한 게 아닐까 했는데 나무에서 들린 소리 역시 뭔가 좀 이상했다. (-141-)
하지만 내 생각이 틀렸다. 저 나무가 그 증거였다.
나무에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다정한 소리가 났다. 소원 종이가 대충 보일 만큼 가까이 다가서자 눈앞에 단정한 글씨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누군지 모를 이가 한글자 한 글자 마음을 담아 써넣은 문구였다.
사람들이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249-)
그리고 로비 1층 나무에 남아 있던, 사람들이 아프지 않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었던 김의경 씨의 목소리. 그런 소원을 비는 사람이 뇌물죄를 뒤집어씌웠다는 이유로 박 회장을 살해할 것 같지는 않았다. (-295-)
하음 씨처럼 유리 온실에서 아름다운 것만 보고 산 사람들 이야기를 나는 믿지 않아.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가짜 세상 안에서 눈 감고 귀막고 살면 편했을 테니까 이건 에코시티만의 이야기도 아니고,. 어떨 때는 이 지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온실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실제로 그렇게 되어가고 있고. (-326-)
우리 사회는 대체적으로 평균에 맞춰져 있다. 그 평균에 기초하여, 도시가 설계되고, 제도가 만들어지며, 법이 생성되곤 한다. 도덕도 마찬가지이며, 인프라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그 평균에 벗어날 때이다. 소수자로 남아있는 사람이, 진실을 알고 있을 때, 그 진실이 묻혀질 수 있다. 그 소수자란 열등하거나,. 우월한 경우에 해당된다.
온난한날들, 그리고 박화음, 주인공은 식물과 대화를 하고, 식물의 목소리를 듣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그래서, 평균적인 사람이 듣지 않아도 되는 것을 듣게 되고, 증거가 될 수 없는 것이 증거가 될 수 있다. 길을 가다가, 다른 이들이 놓치고 있었던 것들, 증거들을 확보할 수 있다. 화음은 그렇게 서서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오지랖으로 변형되고 있었다.
눈앞에 놓여진 어떤 사건, 그 사건에 대해서, 사설탐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유력한 용의자가 되고 말았다. 화음의 오지랖이 없었다면, 빼박 용의자가 될 판이다. 정황상, 주어진 증거만으로, 충분히 그럴 개연성이 있었다. 화음은 그것을 자신의 능력으로 진실을 찾아나가고 있다. 사람들의 목소리와 식물들의 목소리가 다르다는 것, 식물은 진실을 말하고, 인간의 목소리는 햇헉되는 과정에서, 오류가 되며, 부정확하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서로에 대한 기준이 될 수 있고, 허용될 수 있는 여지가 된다. 온난한 날이 지속되는 날, 그 날들이 온난하지 않은 날이 될 수 있다.그럴 때, 어떻게 그 날을 바라보아야 하는지, 식물이 보는 견지와 사람이 보는 견지가 차이가 날 때, 나타나는 여러가지 변화들, 화음의 삶은 그래서, 특별하고,그 특별함이 우리 사회의 소수자로 남아 있지만, 진실을 알아내는데 , 꼭 필요한 존재가 된다. 단순히 허구적 메시지를 담은 장르소설이지만, 내 주변에 화음과 같은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을 배제하거나, 배척하지 않으며, 진실을 들을 수 잇는 여지를 남겨놓는다면, 우리 삶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