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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해낸다는 것 - 당신을 실패자로 규정짓는 편견에 맞서다
최재천 지음 / 민음인 / 2022년 7월
평점 :
인간은 애당초 불완전한 존재다. 다만 인간은 실패를 경험하고 성숙해지고 , 실패를 통해 배우는 존재다. 늘 실패와 마주헤야 하고, 실패를 '해내야' 하고, 실패를 감내해야 하고, 실패를 극복해야 하는 존재다. 성공이 아니라 실패야 말로 인간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 보이는 진실한 표현이다. 과정이고 결과다. (-10-)
'일찍 실패하고, 자주 실패하고, 진취적으로 실패하라' 흔히들 이 명제를 '실리콘밸리의 법칙; 혹은 '피터의 법칙' 이라고 부른다. 이를 줄여 아예 '발리 실패하라' 로 말하는 이들도 있다.
'빨리 성공하라' 가 아니라 왜 하필 '발리 실패하라' 일까. 빨리 실패하는 것이 도리어 빨리 일어서는 길이기 때문이다. (-70-)
2002년 미국에 9.11테러가 있었다. 미국은 이 비극에 대해 단 한 사람에게도 형사적으로 책임을 묻지 않았다. 대신 미국은 제도를 바꿨다. 첫째, 15개나 되는 정보기관이 각기 따로 노는 바람에 정보 공우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고 각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의 최고위 정보기관, 국가정보국(DNI) 을 신설했다. 둘째, 군과 경찰 사이의 업무 분장에 빈틈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군과 경찰의 중간단계인 국토안보부를 신설했다. 이것이 실패를 연구하는 이유고 실패를 통해 바꿔 나가야 할 근본이다. (-132-)
문제는 시스템이다. 제도요, 문화다. 2002년 월드컵에서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일깨워 줬던, 바로 그런 훈련 방식과 준비 태세와 문화 말이다. (-208-)
프로이트 이론을 빌려 오자면 실패가 사람의 인격이나 자존 자체를 무너뜨리진 못한다. 하지만 실패는 현존이다. 실패의 기억은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어딘가에 살아 남아 나를 괴롭히게 된다. 인간의 자존에 대한 상처이자 고통이다. 그래서 실패를 안고 살자는 것이다. 실패를 안고 다시 떠나자는 것이다. 실패는 인간이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가를 보여 주는 확고한 증거다. (-234-)
2002년 우리는 한일 월드컵을 했다. 그 당시 네덜란드 명장 거스 히딩크를 국가대표팀으로 선정하였다. 전적으로 히딩크에게 선수를 운영할 수 있는 결정권을 주었고, 그 과정에서,여러가지 이익과 책임, 성과를 요구하였다. 그 과정에서, 히딩크는 강한 팀과 A 매치를 하였고, 처참하게 깨지고 만다. 히딩크는 하루 아침에 오대영이 되었고, 감독을 교체해야 한다는 강한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히딩크가 대한민국을 4강에 올리는 기적을 이루어냈다. 히딩크의 리더십은 이 책에 말하고 있는 실패의 리더십이다. 실패를 빨리 경험하고, 보완하고, 시스템을 전면 바꿔 버리는, 그 과정에서 한국 선수들과 코칭 스텝프가 생각했던 착각들을 하나 둘 바꿔 나가게 된다.
실패를 해낸다는 것, 실패 리더십이다. 우리는 히딩크의 성과와 기적을 보면서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실패를 해낸다는 것에 대해서, 불편하게 생각한다. 경제에 도취되어, 성공을 요한다. 돌다리도 두들겨 건너는 신중함보다. 편법과 요령으로 성공을 한다면, 그 사람의 성공 노하우를 찬양하고 있다.이런 모습이 우리 사회가 반복적으로 말하는 후진국 인재를 양산하는 일이 되고 있다. 최근 강남 침수에서 보듯이 우리는 실패에서 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911 테러 이후,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새로운 결과를 얻었으며, 시스템에 전면 변화를 꾀하게 된다. 한국에 911테러가 일어난다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생각해 본다면, 우리의 실패에 대한 편견을 꼽씹어 볼 수 있다. 그래서, 빨리 실패하고, 빨리 회복하고,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실리콘밸리는 실패를 긍정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창의력을 키워 나가기 위해서, 미래의 생존과 먹거리를 위해선, 실패에서 얻는 큰 교훈과 시스템의 전면 교체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것이 이 책에서 요구하는 실패를 해낸다는 것, 내 앞에 놓여진 실패를 긍정해야 하는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