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하는 태아들
김필우 지음 / 바른북스 / 2022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눈물이 범벅이 되어 이 소설을 탈고했을 때는 유신헌법이 선포된 직후였다.

임신부의 건강 등을 구실로 이십팔 주의 태아까지고 낙태를 허락한 모자보건법이 비상국무회의를 통과하자, 나는 작중에서 그 법을 살인허가법이라고 규탄했고, 그것이 볼모가 되어 15년 동안이나 이 소설을 출간하지 못했다. (-4-)

"주여! 약혼녀에게 낙태를 강요하고 있는 , 저 완약한 일태의 마음을 돌이켜 주시옵소서, 주여! 내가 양무리의 본이 되지 못한 걸을 용서하려 주시옵소서,"

사흘 동안 몸부림쳤으나 정 목사는 한 사장에게 줄 해답을 찾지 못한 채 기도실을 나왓다. 그의 심신은 천근만근이었다. (-17-)

정유는 일태가 자기에게 키스한 것만 빼고 낮에 일어났던 일을 전화로 윤 박사에게 보고했다. 자초지종을 다 듣고 난 윤 박사가 말했다.

"이건 대단한 성과야. 일태에게 인간에 대한 과대망상적인 공포심은,어쩌면 그의 머리가 너무 앞서가기 때문인지도 모르지. 아무튼 미스 리, 수고했어요. 하지만 케이크를 일태 군과 같이 먹지 못했다는 것은 큰 낭패인 걸. 하하하..."

듣고 있던 정유의 얼굴이 발개졌다. 전화를 끊고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입술을 빼앗겼지만 결코 억울하지 않았다. 정유는 온밤을 지새웠다. 이게 사랑이라는 걸까? (-47-)

선희가 무지개다방에 들어서자, '1945년 4월 16일생' 이란 시각장애인 가수 이용복의 노래가 신경질적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59-)

서정신 조산원은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아기를 물통 속에 집어넣어 죽일 때나, 임산부의 자궁 속에서 찢어 죽인 태아의 사체를 끌어내 골격을 맞출 때마다 가슴 속으로 통곡했다. 그녀는 일년이면 오십 번도 넘게 오늘 같은 짓을 했다. 안용녀 산부인과에 근무하는지가 오 년이 지났으니, 그녀가 물통에 집어넣어 살해한 아기가 이백오십 명 이상 되는 것이다. (-91-)

불길한 예감이 들어 새벽에 신문을 집어 든 최 여사는 「삼성화학(주) 한성주 사장, 어젯밤 정부의 기둥서방에게 칼부림 당하여 중태 」 라고 대서 특필한 제목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거실에 주저앉아 신문을 읽는 그녀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신문 기사에는 한 사장의 사생활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었다. (-127-)

임신한 딸이 보기 싫다고 집을 나가, 콜걸과 놀아나다가 애까지 낙태시킨 남편이었다. 최 여사는 분해서 하루 종일 냉수만 마셔댔다. 그 날 밤 아홉 시가 지나서야 선희가 비틀걸이며 들어왔지만, 최 여사는 간섭하지 않았다. (-128-)

1972년 12월이었다.

"자궁의 소유권은 자궁을 소유한 여성에게 돌려주라!"

여권 신장을 주장하는 여성 지도자들의 새로운 슬로건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었다. (-149-)

「박준섭 목사의 산아 제한을 위한 낙태는 죄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성경 말씀과 하나님의 섭리에 부합되지 아니함으로,대한예수교 장로회 총회에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기에 경고하니, 서울노회장은 절차에 따라 필요한 징계조치를 시행하기 바랍니다. 」 (-155-)

선희의 살인사건은 기소할 때부터 , 낙태 수술을 한 안용녀 산부인과 원자을 살인마로 규탄하는 피고의 주장 때문에, 특수 사건으로 분류하여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집중 심리를 하고 있었다. 이것은 산아제한을 목적으로 이십팔 주의 태아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을 추진하고 있는 유신 정부이 조치였다 . (-171-)

일태는 선희가 사형이 집행된 다음 날, 조간 신문을 보고 선희가 죽은 것을 알았다.보도 제한에 걸린 짤막한 기사였다.

「 어제 다섯 시 서울고치소에서 살인범 한선희 사형 집행하다. 」 (-206-)

김필우의 『통곡하는 태아들 』은 낙태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생명의 화수분 자궁의 권리에 대해서, 여성에게 있다고 말하는 이들과 생명을 존중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이들이 충돌하고 있다. 태아를 살리고 죽이는 것은 1970년대,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었던 여러가지 기준들을 본다면, 그 당시에는 낙태가 불법이었으며, 산아제한을 시행하곤 하였는데, 그것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었다.

작가는 바로 그런 사회상 뒤에 숨어 있는 인간의 욕망, 사회적 관습을 서로 엮어 나가고 있다. 즉 유교적 관습에 도취되어 있었던 우리의 삶은 남녀간의 불륜에 대해 엄격하게 다루고 있었다.그 과정에서 , 남녀가 몸을 섞어서, 아기를 가지게 되고, 계획되지 않는 임신으로 인해, 그 아이들을 암암리에 지우려 하였다. 소설 『통곡하는 태아들 』 에서는 바로 그 낙태 기술자에 대해서 ,그들과 엮여 있는 수많은 여성들이 소개되고 있으며, 소설 속 주인공 일태와 일태와 함께 하는 여성 윤정, 그리고 소위 기업인으로 소개되는 삼성화학(주) 한성주 사장 의 운명적인 사건 속에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가 잘 나오고 있었다. 낙태에 대해서, 여성의 입장, 남성의 입장 뿐만 아니라, 종교적 관점에서, 생명을 다루는 방법, 여기에 의료적으로 얼마든지 불법적인 의료행위는 가능하며, 그결과 극단적인 선택이 잘 도드라지고 있다, 어쩌면 그 당시에느 장기 매매도 가능했을 것이다. 1970년대에 쓰여진 소설을 2020년대의 시선으로 볼 때,우리 사회 곳곳에 여성의 권리가 보호되고 있으며,지금은 거의 쓰여지지 않고 있는 문장과 단어 표현이 나와서 생경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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