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박구리가 사는 은행나무
이중섭 지음 / 문이당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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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사고를 당한 곳이 바닷가 기수역이라 그랬을 성싶었다. 냇가 제방에서 기수역으로 접어드는 곳은 길이 꺾이면서 가파르다. 진규는 이곳에서 경운기와 함께 굴러떨어졌다. 하루 일을 끝내고 한잔 걸친 것이 화근이었다. 지나던 마을 사람이 물에 처박힌 경운길르 발견했을 대는 이미 한 시간이 지난 뒤였다. (-17 -) 『숨은 벽』

아들이 까치와 비둘기에 돌멩이를 던졌다. 동시에 막대기를 들고 소리치며 달려갔다. 새들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아들이 사정없이 막대기를 휘둘렀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새들이 도방가기 시작했다. 비둘기는 날개를 서너 번 파닥이다가 가까스로 날아올랐다. 까치는 담 위에 날아올라 아들 녀석을 내려다보면서 깍깍 울었다. (-85-) 『직박구리가 가는 은행나무 』

사복경찰이 여학생을 닭장차 안 여기저기서 여학생에게 발길질해댔다. 길을 가던 영훈의 바로 앞이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하며 보던 영훈은 자신도 모르게 여학생에게 발길질하는 사복경찰들을 걷어찼다. 여학생을 차던 발길질이 순간 멈췄다. 곧이어 영훈에게 발길질과 주먹질이 쏟아졌다. 경찰서에 끌려갔다. 구치소에 삼일을 갇혀 있었다. 그 여학생이 혜림이았다. 혜림은 조 선배의 여자친구였다. (-166-) 『압록 』

"외할머니 무덤 때문에 그런단다."

어머니는 주위를 살피면서 조용히 말했다. 무던 때문이라면 혹 외할머니가 유언으로 화장하라고 했나, 요즘 시골에서 가족 납골당을 많이 짓는 추세이니 미리 화장을 한데도 별 이상한 것도 없지 않은가. 옆에 가만히 앉아있던 형이 물었다. (-197-) 『풍습의 속도 』

이중섭의 소설집 『직박구리가 사는 은행나무 』에 실린 '숨은 벽','아데니움','직박구리가 사는 은행나무','실비집','검은등뻐꾸기','압록','풍습의 속도','포토타임 외전' 여덟 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마지막 단편, 포토타임 외전은 저자의 전작인 『포토타임』 후속 스토리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시대적인 특징이 언어에 반영되고 있다.그래서 독자의 수준에 따라서, 익숙함과 이질성이 교차될 개연서이 크다고 말한다. 삶에 대해서, 말하기 보다 죽음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은 작가의 삶이 깊이 녹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과 현실의 막막함, 경계에서 인간은 선택과 결정을 하게 된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결정해야 하는 순간, 실수와 실패를 감지해야 함에서 결정해야 하는 막막함이 있다. 어른이 가지고 있는 책임과 의무가 후회라는 또다른 추성성과 연결되는 건 그래서다. 화려한 도시의 삶보다 , 피폐해진 자연과 시골이 소설에서 느껴지고, 과거 운동권 은퇴 586 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추억, 아날로그적인 감상이 소설에 배여 있었다. 첫번재 이야기, 『숨은 벽 』 에서는 한 때 조폭이었던 주인공 진규가 나온다. 그의 화려한 이력 뒤에는 경운기를 몰고 가다가 깔려서 죽은 상황이 묘사되고 있다. 실제로 농촌에 흔한 기계인 경운기가 가지고 있는 위험함이 잘 묘사되고 있었다. 누군가의 삶이 자연 속에 파묻힌 타인의 삶이 서로 엮이고 있었다.

소설 『압록』 은 586 부모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던, 총칼에 맞서서 싸워야 했던 부모들은 죽음과 맞서게 된다. 희망을 안고 살아가면서, 서로에 대한 끈끈함이 묻어나 있었다.그들은 그렇게 음지에서, 음지로 스며들었고, 군인의 말길질을 배에 안고 쓰러지게 된다. 저자는 이 소설에서, 주인공의 삶을 보면서,우리의 과거를 절대 잊으면 안된다는 것을 서술하고 있었다. 민주주의를 회복하긴 어려워도 잃어버리는 것은 너무나 쉬운 무형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음과 맞바꾸었던 부모의 삶,그 삶 속에 고뇌들이 반복됨으로서, 이상이 현실로 맞바꾸게 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풍요로움은 누군가의 삶과 죽음의 결과이자 상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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