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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구두를 신고 간다
이선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7월
평점 :
물그러미 내 손을 바라본다. 작고 도톰한 손은 마디마디마다 자글자글 나이테 같은 주름을 자랑한다. 아무렇게나 짧게 깎은 손톱 주변의 거스러미는 '나 , 관리 안 받는 여자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 친정 엄마께서 누누이 '손 괄시하지 말고 곱게 아껴라' 하셨는데 말이다. (-20-)
얼굴 ,
내 얼굴을 본다.
작은 두상, 오똑한 콧날 대신에 아빠는 손사래 칠 정도로 받고 싶지 않았던 각진 턱을 내게 주셨다. 믿었던 엄마는 큰 두상과 낮은 콧날을 기어코 내게 주심으로 당신과 가장 닮은 셋째 짤이라는 도장을 얼굴에 꾸왁 찍어 주셨다. (-81-)
유년 시절 우리 세 자매는 방학만 되면 시골 할머니 댁으로, 외가댁으로 , 길고 긴 방학살이를 떠났었다. 할머니 댁엔 나보다 한 살 어린 사촌 동생이 있어서 심심한 줄 모르고 하루해가 기울곤 했다. 그 시절 화롯불에 구워 먹던 쫄깃한 쥐포와, 땅콩이 한가득 붙어 있던 할머니의 땅콩엿은 지금도 그리울 정도다. (-96-)
내 이름은 이선아, 이름은 써 놓고 보면 니은 자가 하하 웃는 얼굴 같아서 기분이 좋긴 하지만 그 니은 받침이 촌스럽고 순해 바진 느낌이라 대만족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이름을 닮았다. 부탁과 거절이 힘들고, 배려의 마음이 먼저 앞서느 것을 보면 말이다. (-101-)
요즘, 종종 길을 잃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나와 비슷한, 윤후와 비슷한 아이르 길러낸 멘토를 만나고 싶다. 그렇게 내가 윤후와 손을 잡고 가야 할 길에 대해 묻고 싶다. 그리고 바라기는, 그 길 어디쯤에서 나와 같은 이를 만나 이야기해 주고 싶다. 윤후도 서른 살 즈음엔 누군가의 등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149-)
너를 둘러싼 너의 세상은 어떤 건지
나의 일과를 너는 어떻게 보내는 건지
너는 매일 무엇을 느끼는지
네가 많이 궁금해
너를 이해하고 싶어
온 마음으로 너를 이해하고 싶어. (-165-)
삶은 현실과 이상을 겹쳐 놓는다. 때로는 현실에 맞춰 가고, 때로는 이상에 대한 갈망을 요구한다. 내 삶에 대해서, 선택과 결정은 매번 현실과 이상이 충돌할 때가 있고, 상황에 따라서, 현실에 순응하게 된다.어느 덧 사십 대가 된 이선아 작가의 『나는 구두를 신고 간다』에서는 발달장애 아들을 둔 자신의 아들 윤후 이야기가 등장하고 있다. 내 아이가 어릴 적 정상아이로 태어나길 바라는 작가에게, 어느 덧 그것이 일반화된 현실이 아닌 망상 아닌 이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 자신의 욕심이 내 아이에게 고통으로 이어진다는 걸 보면서, 가슴이 미어진다는 것을 여기에 쓰여지고 있었다. 슬퍼하고, 아파하고, 기대하는 여러가지 조건들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과 버려야 하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단단해지기로 하였다. 손과 목과 팔, 다리에 켜켜이 남아있는 나이테는 저자의 삶 속에 숨어있는 고통 그 자체였다. 아이의 삶 전반에 내 삶이 녹여져 있었으며,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문제였다. 자신의 삶의 일부분을 한 권의 책에 언급하면서, 나의 약점을 이야기함으로서, 응원과 지지, 격려를 얻고 싶은 그 마음이 담겨져 있다. 공감과 교감, 서로와 서로에게 멘토 멘티 관계가 됨으로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끈함을 만들고 싶어하는 저자의 숨어있는 삶의 본질이 이해되었다. 현실을 바꿀 수 없지만, 현실 속에서 내 삶의 변화과 긍정이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되는지, 등대가 되어 주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