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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조건 - 융 심리학으로 보는 친밀한 관계의 심층심리
제임스 홀리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7월
평점 :

의식이라는 게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갈라져나온 경험의 언제 다른 경험의 파편과 결합하여 '저걱' 과 구별되는 '이것','너' 의 형태가 되었는지 우리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예측도 통제도 할 수 없는 이 순간으로부터, '자기감 sense of self' 이 생겨난다. (-21-)
결혼생활 속에서 성장하지 않는 사람에게 결혼은 끔찍한 재앙이다. 결혼생활이 오래간다는 것만으로는 딱히 축하할 거리가 못 된다. 결혼으로 성장하지 않는 사람의 영혼은 그 긴 기간 동안 무슨 일을 겪겠는가 말이다. 크리스티안 모르겐슈테른 Christian Morgenstern 의 《두 바보> 라는 시를 되새겨봊다.
한 바보가 우울증에 빠져
한 번은 배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멍청해, 당신도 멍청해,
그냥 같이 죽어버리자고, 어서!"
하지만 거의 매일 이런 일이 벌어지자,
둘은 그냥 유쾌하게 살게 되었다. (-79-)
내 반려자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내 목적 달성에 이바지하는 일도, 나를 돌봐주는 일도, 내 인생에서 나를 지켜주는 것도 아니라니 얼마나 실망스럽고 낭만적이지 못한다, 마치 탄생하면서 겪는 에덴동산과의 작별이나, 인간이 언젠가는 세상을 떠나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을 때만큼이나 크나큰 실망이 아닌가, 분명 우리는 혼자 여정을 계속하는 존재다. (-155-)
프로이트는 종교적 주장을 완벽한 부모(현명하고 자신을 보호하며 양육해줄) 를 바라는 아이의 환상 같은 수준으로 깎아내린다. 뿐만 아니라 아이일 때는 우리는 타자가 자신을 싫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 또는 우리에게 힘을 행사하는 타자를 향한 은밀한 적개심을 갖기 때문에 죄책감이 생겨날 수도 있다.
프로이트는 우리가 어릴 때 겪는 관계의 역동은 우주로 전이되면서 어린아이처럼 변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종교는 인간에게 보편적인 강박신경증 obsessional neurosis 일것이다." (-221-)
심리학이 이룬 일이라고는 내면의 삶을 과학적 연구 주제로 만든 게 전부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영혼의 문제가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한때 인간 내면의 삶을 우주적 영웅주의라는 초월적 형식과 연결해주던 것이 바로 영혼이다. (-245-)
칼 구스타프 융은 프로이트의 제자로서,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된다. 그는 정신분석학의 대가로서, 분석심리학으로 인간의 심리 하나하나에 대해서 분석해 나가는 전략을 취하였고,거기에 맞게 심리학이라는 학문읖ㄹ 완성해 나갔다. 나를 깊이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당연한 일들 속에서,그들이 추구하려는 것 하나하나에 나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한 근본을 찾아가고자 하였다.
자기 자신을 깊이 만나온 사람이란 나에 대해서, 깊이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사랑을 찾아가게 된다.우리는 무턱대고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들의 사랑을 얻으려는 강력한 동기와 욕망을 가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 나에게 맞춰 달라고 한다. 즉 자기 자신을 깊이 만나보지 못한 상황 속에서, 타인을 깊이 사랑한다는 것은 어불 성설이 될 때가 있다. '마법 같은 동반자' 라는 의미 속에 내포한 여러가지 조건들, 진정한 자기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것,드라마 속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남녀간의 사랑의 고통의 뿌리가 어디인지 알게 된다면, 나에게 최선의 선택과 만족을 선물해 줄 수 있으며, 이성에게 행복과 기쁨을 얻게 된다. 특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경이롭고 아름다운 선물을 복원해 나가는 과정, 자신망의 욕구를 가진 자아를 발견할 때,서로의 매력에 끌리게 되고, 서로 일을 함께 하고, 사랑의 깊이 속에 잠재되어 있는 자기와의 불화 self-estangement 에서 스스로 자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