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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날 ㅣ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4
카롤린 라마르슈 지음, 용경식 옮김 / 열림원 / 2022년 7월
평점 :
"저번 날, 고속도로에서,버려진 개가 중앙분리지대를 달려가고 있었다. 그것은 매우 위험한 일로, 치명적인 사고를 창조해낼 수 있을 것이다."편지를 다 쓰고 생각해보니 "창조하다" 라는 단어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지만 더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두었다. (-3-)
다만 '어떤 트럭 운전사의 이야기' 라는 제목으로 실려야 한다. 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부모의 일'이라는 제목을 써서 사람들의 눈을, 그것도 선량한 부모들의 눈을 끌었던 것처럼, 선량한 부모라고 말한 이유는, 그렇지 못한 부모들, 즉 자식이나 개를 버리는 부모들이 이런 기사를 읽을지 어떨지 모르기 때문이다. (-25-)
그 개는 죽어서 분해되었을 것이고, 지금은 도로변에 일부가 남아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도 다가갈 수 없는 고통스러운 고독과 엄청난 절망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출구는 죽음일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 중 누구도 그것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사람이 서너명 있었다. 아니, 개가 도로를 가로지르는 순간에 내 팔을 거칠게 잡아당긴 뚱뚱한 처녀까지 합하면 다섯 명이었던 것 같다. (-49-)
개를 보던 날, 나는 우리의 약속 장소로 가던 중이었다. 마지막이 될 우리의 만남을 위하여, 나는 그 만남을 '결별식'이라고 이름 붙였다. 나는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던 빨간색 레인코트를 입고 있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나는 수만 번도 더 생각했다. 너를 떠나야 한다고, 그리고 누군가 옷을 벗기는 것처럼 하나씩 하나씩 나의 방어벽을 허물어 나를 발가벗은 채로 부서지기 아쉬운 상태에 노출시키는 일이 무한한 사랑이란 것을 발리 처분해버려야 겠다고,. (-74-)
내가 왜 넘어졌을가? 아니, 그것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무슨 신비한 힘이 내 시선을 왼쪽에 있는 중앙분리지대를 달려가는 개에게 집중시켜쓸까?개와 나 사이에는 많은 차량이 소음과 요란하게 달리는 중이었는데,대체로 나는 앞만 똑바로 보고 달리는 편이다. 그러니 나는 두 손으로는 여전히 핸들을 잡은 채 그 개를 발견하고 고개를 돌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그것은 예기치 않은 고통스러운 사고를 불러일으켰다. (-111-)
나는 내가 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나답게 서툴다는 것을, 그래서 엄마를 설득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요컨대, 본질은 아주 별 볼일 없는 핫한 일이라는 것. 엄마는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이 개를 구하기 위해 전화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더구나 나를 위해서는 물론 하지 않았다. 너무 늦기 전에, 내 심장이 내 가슴속에서 터지기 전에, 내 배가 터지기 전에는 내가 살을 빼도록 나를 데려가거나 하는 아무런 조처도 그녀는 취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엄마가 정상적이기 위해, 즉 날씬하고 활동적이고 항상 남을 위해 봉사하기 위해 어떻게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내가 병이 나면,아빠가 예전에 그런 것처럼, 누군가가 나를 돌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비만이다. 개의 목숨은 아빠의 목숨처럼 단순하다. (-145-)
카롤린 라마르슈의 소설 『개의 날 』 은 1996년에 출간된 소설이며,고속도로에 올라 온 미친 개 한마리가 등장하게 된다. 개는 고속도ㅗ에 올라와, 도로 위를 가로로 질러가고 있었다. 이 소설은 『트럭 운전사의 이야기 』 , 『천사와의 싸움 』 , 『생크림 속에 꽂혀 있는 작은 파라솔 』 , 『자전거를 타고 』 , 『별수 없음 』 , 『영원한 휴식 』 으로 분리되어서 , 독특한 소설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여섯 편의 이야기는 각각 독립적이면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고속도로 위에 어쩌다 올라오게 된 개 한마리에 대해서, 각자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즉 어떤 한 특수한 현상을 볼 때, 그것이 누군가에게 주목 효과를 끌게 된다면, 각자의 시선과 관점이 잘 드러날 수 있다. 그리고 개는 관찰대상이 되고, 서로가 서로를 관찰하고 있는 스토리 구조를 간직하고 있었다.
소설은 그러하다. 개가 고속도로에 올라간다는 것은 특이한 일이 된다. 지금이야, 고속도로 위에 산에서 넘어온 고라니, 멧돼지로 인해 빈번하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미친개를 바라보는 여섯 사람의 입장은 체념하거나 방관자 신세였다.나에게 불행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멀리서 불구경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소설은 점점 더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단순히 개가 고속도로에 놀라 온 것은 아니었다. 각자의 상황과 조건, 성장과정, 가치관에 따라서,개를 바라보는 해석이 달라지고 있으며, 각자 상대적이다. 또다른 자동차에 개가 치여서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연민으로 바라보거나, 단순히 내 앞에 일러나서, 불쾌하게 생각하거나,더럽거나 , 불편할 수 있다. 불행이나 부정으로 이어지면서, 소설 속에서 기자는 이 상황을 트럭운전사를 통해 재구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