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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위로 - 사랑과 위로과 격려의 감성 시집
최명숙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6월
평점 :
난 언제나 당신 편이에요.
당신은
흔들리는 목소리로 내게
어떻게 지내느냐고
여전하냐고 물었지요
물론이죠 나는 여전해요
난 여전히 당신 편이에요
내 마음은 늘 당신을 향해 열려 있고
내 손은 따뜻해요
당신은 내게서 안전해요
나는 예전처럼 당신을 지켜 줄 거에요.
얼마든지
당신 삶을 치고 들어온 돌멩이들을
당신 가슴을 누르고 있는 기왓장을
당신을 할퀴고 간 물과 바람을
마음 놓고 얘기하세요
우리가 손을 잡고 하께 울었던
그때처럼
나는 당신과 함께 울거에요.
볼 수 없고 만날 수 없는 때라도
난 언제나 당신 편이에요
당신과 함께 있어요. (-25-)
절임 뱉추가 쌓인 걸 보니
절임 배추가 슈퍼 앞에 쌓여 있다.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일까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눈이 내리던 그날
절임 배추가 대청마루에 쌓여 있었지
김치를 백 포기나 담던 시절이라
동네 아주머니들이 세 분 더 오시고
어머니와 함께 김칫소를 만들어서
배춧잎 사이사이에 척척 넣으셨다.
부엌에서는 동태찌개가 끓고 있었고
여동생들은 마루에서 김치 고갱이응 뜯어 먹다
소매가 고춧가루 범벅이 되고
어린 남동생은 눈을 받아먹느라
마당을 뱅뱅 돌았다
김장을 절반쯤 했을까
어머니가 눈이 소복이 앉은
땅속에 묻어 둔 장독에
김장 김치를 담으러 가실 때
나는 손 시린 어머니를 위해
바가지에 뜨거운 물을 담아 따라갔었지
그런 날 대청마루에서
함께 먹는 동태찌개가 어찌나 맛있던지
밥그릇에는 밥알 하나도 남지 않았다. (-51-)
새와 나무
새가 나무에게 말했다
다른 새들을 존중할 줄 모르는
이웃 새들은 늘 시끄럽게 떠들었고
머리에 피가 나도록 먹이를 갖고 싸웠지
덩굴이 서로를 얽고 있던 그 숲은 어두웠어
내가 앉은 가지는 거칠고 가시가 있었지
좋은 선택을 하지 못했던 난 슬펐고
자신을 탓하며 움츠러들었지
노래를 부를 수 없었어
나무가 새에게 말했다.
지나온 시간에 붙들리지 마
지나온 길에서 교훈을 얻는 것
그것이 중요하고 그것으로 충분한 걸
비바람을 견뎌야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처럼
아픈 기억을 이겨 내야 날개에 힘이 생기느 거야
돌아보지 마 네 앞의 푸른 하늘을 따라 날으렴
구름도 만나고 별이 뜨는 언덕에도 가 봐
네가 돌아와 기쁜 노래를 부를 때까지
난 여기 있을 게 너를 기다릴게
난 너의 친구잖아
이윽고 바람이 일고
노란 깃털 하나가
천-천-히 떨어졌다. (-76-)
자저거와 가로등
네게 좀 기애도 될까
쉼없이 달려야 했던
바퀴를 멈추고
하루하루
무게 중심을 잡느라 힘주던
몸의 힘도 배고
방향을 잡느라 애쓰던
손잡이도 놓아두고
네게 기대어 좀 쉬어도 될까
늘 되풀이 해서 돌아야 했던
페달도 세우고
갑자기 나타난 장애물 앞에서,
뜻하지 않게 맞딱뜨린 내리막길에서
온 힘을 쓰다 탈이 난
브레이크도 잊고
네게 기대어 잠시 내 삶을 돌아봐도 될까
빛으로 길을 밝히는
네게 기대어
새로운 꿈을 꾸어도 될까 (-80-)
살다보면 누군가에 의해서, 내 삶이 방가질 때가 있다. 그 사람의 잘잘못도 있지만, 나의 어리석음 때문에, 모든 것이 피폐해지는 그런 순간이 놓여지게 된다. 순간의 선택과 결정에 의해서, 내가 층층히 쌓아온 노력들이 하나의 모래성이었음을 감지하는 순간, 성을 다시 쌓을 수 없다는 생각과 자괴감에,이불을 스스로 걷어차 버릴 때가 있다. 무리력하고, 절망 속에 놓여진 나약한 나 자신의 모습을 감지하게 될 때, 시인 최명숙님의 『황금빛 위로 』를 읽게 되었다.
이 시집은 다른 시와 차별화하고 있었다. 시 속에 주어가 현존하고 있다. 그 주어는 바로 나 자신이며, 시에서 화자로서, 나무, 새, 꽃, 자전거,가로등이 되어서, 시 속으로 깊숙히 파묻혀 버릴 수 있게 되었다. 지난 날 내 삶의 과거의 편린들을 감지하게 됨으로서, 위로와 지지, 격려가 필요할 때, 시 한 편 한 편이 내 삶을 크게 흔들어 놓게 된다. 실수나 실패, 후회로 인해서, 내 주변에 사람이 사라지고, 관계가 끊어질 때 느끼게 되는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순응하면서, 나의 잘못조차도 , 내 삶의 일부분이라는 걸 알게 될때, 내가 가진 것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것에 위로와 격려를 느낄 수 있다. 즉 내가 스스로 위로와 치유를 느끼게 된다면,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섭섭함을 내려놓게 된다.그리고, 내가 가진 것에 대해서, 행복과 기쁨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 예전보다 물질적 풍요속에서, 정신적인 피폐함을 더욱 커져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과 관심, 배려, 이해와 공감 속에 있었다. 추억이 내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