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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시대 ㅣ 리토피아 소설선 4
방서현 지음 / 리토피아 / 2022년 5월
평점 :

김경수는 회사의 연혁에 대해, 수재교육이 학습지 업체의 중심에 서기까지의 발자취를 이야기했다. 그것은 영상과 함께 곁들여졌는데, 신화적 인물인 창업주 박영평 회장의 삶을 소개하고 회사의 경영이념인 큰 사랑에 대해 설명했다.
"아이들은 잠재적으로 모두 수재입니다. 수재의 꿈을 꽃 피우게 해주는 것, 그것은 교육의 힘이라고 수재는 믿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사랑이, 그것도 큰 사랑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수재교육의 핵심 가치 또한 큰 사랑의 나눔인 거죠."
김경수의 말 한마디에는 힘이 실려 있다. (-20-)
연우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에 도착하니, 수아는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어 영안실에 누워 있었다. 영안실에는 수아 이모가 있었다.행색이 초라하고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운 중년 여성이었다. 그녀는 경찰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경찰이 물으면 그녀는 아무 표정 없이 대답했다. 수아는 아버지 사업체가 부도난 후 친척들과 연락이 끊겼고, 지방에 사는 이모하고만 가끔 연락했다. 이모도 한때는 재벌가 사모님이라 불리며 정원이 넓은 집에서 살았다. 그러나 남편과 이혼한 뒤 삶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모는 병든 몸으로 식당에 나가고, 오래된 아파트 미화원으로도 일했다. (-147-)
그는 유리병을 깨서 연우의 등에 내리찍는다. 다시 피가 솟구치며 밑으로 줄줄 흘러내린다. 연우는 문득 좀비 영화가 떠오른다. 그리고 저들이 좀비가 아닐까 생각한다. 돈과 권력이라는 바이러스에 거린 좀비들, 좀비들에게 감염되기 전에 죽자. 차라리 죽음을 택하자. 그들은 양동이를 연우 앞에 갖다 놓는다. 양동이에는 물이 가득하다. 그들은 연우의 머리를 그곳에 집어넣는다. 빼냈다가 다시 넣기를 수차례 반복한다. (-215-)
소설 좀비 시대는 스릴러 ,추리 소설이 아닌 사회파 소설이다. 소설가 방서현 작가의 첫번째 작품이며, 리토피아 소설선 네번 째 이야기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오연우, 그리고 그와 함께 알게 된 김경수, 서로 초면인듯 구면인 학창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이 소설은 임용시험에 도전하지만 정교사가 되지 못한 연우가, 자구책으로 선택한 학습지 교사로서 일하게 되는데, 대기업 계열사 답게 연우의 시간과 노력을 착취하기에 급급하다.
이 소설에서 눈여겨 볼 것은 연우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진 홍수아 학습지 교사의 죽음이다. 돈에 의해 결정되고, 선택되어지는 더러운 세상 속에서, 그들이 선택하고, 결정하게 되는 것 하나하나에 우리가 버려야 하는 것, 치워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선택하면서, 걸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였다.연우 앞에서 ,성공과 실패는 딱 한 순간, 문제 하나 맞고 ,틀린 것에 불과했다. 무제 하나를 맞추면 성공이며, 틀리면 실패로 귀결된다. 정교사가 될 것인가 학습지 교사가 될 것잉가의 결정과 진인한 현실은 그렇게 구분된다. 이 소설은 사회파 소설로서,여러가지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홍수아의 죽음을 은페하려는 자들,그 은폐된 것들을 들추고 싶었던 연우의 삶이 교차되고 있었으며, 돈을 얻기 위해서, 착취하는 우리 사회 구조의 불합리성 너머에 감춰진 비겁함이 숨어 있다. 인간의 또다른 좀비 바이러스는 돈과 궘력이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숨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