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의 어른이에게, 산티아고
김인겸 지음 / 이분의일 / 2022년 6월
평점 :
품절


곧장 떠나기로 했다.종로 5가 등산용품 거리에 세 번이나 방문해서 신발을 벗었다가 , 배낭을 멨다가 벗었다가를 반복했다. 위대하고도 험난한 일정임을 인지했기에, 나를 책임져 줄 친구들을 무턱대고 정할 순 없었다. 고심 끝에 완성한 8KG 짜리 오스프리 배낭과 알트라 등산화, 쌀 한 말 무게와 신발 한 켤레에 800km 를 의지할 생각ㅇ으 하니 숨이 턱턱 막혔다. 벌써 순례길의 쓴맛이 엄습했다. (-6-)

알베르게 내부를 둘러보다가 수두룩한 한국어 쪽지들을 발견했다. 대한민국이 순례길 방문자 수 세계 9위임을 알 수 있는 증거였다.

10일 차 벨로라도. 아무 생각 없이 걷고 또 걷고 오늘도 안전히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 고개 숙인 까만 해바라기와 안개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 맑아지는 하늘. 맛난 밥과 음악. 모든 거이 좋았다.

-2019년 9월 어느 한국인 순례자가 쓴 쪽지 - (-59-)

기쁨과 안도감을 안고 저녁을 먹으러 나가는 길에 근처 문방구에서 조가비 모양이 그려진 산티아고 순례길 수첩을 하나 샀다. 판매하시는 아주머니께서 펜까지 선물로 주셨다. 과분한 사랑과 은총을 이 마을에서 충분히 챙겨간다. 시련에서 보호받고 복된 희망을 품게 된다,. 평화롭다. 내 영혼이 조금씩 나아지나 보다. (-83-)

반원 모양으로 모두가 두러앉아 먹는 방식이었다. 내 옆자리에는 마크가 앉았다. 그의 영어는 도통 알아듣기가 힘들다. 아일랜드 영어의 억양이란 .그들도 서로 사투리가 심하면 알아듣기가 힘들다고 할 정도니 나는 오죽하겠는가.시래깃국과 소갈비찜을 한국식 쌀밥과 먹었다. 한국 식당인가 싶을 정도로 나에겐 최고였다. 물어보니 당연히 한국 음식은 아니었고 갈리시아 전통 음식이었다. 스페인과 한국의 음식 문화는 유사한 점이 상당히 많다. 스페인 음식이 조금 더 짜지만, 식당에서부터 유럽풍 느낌이 물씬 나는 이곳에서라면 그 정도 따위는 중요치 않다. 그러나 후식으로 나온 산티아고 케이크는 솔직히 별로였다. (-131-)

스페인과 프랑스까지 이어지는 800km 정도 되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한국인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공간이며,분주하고, 번어웃에게 시달리는 현대인에겐 긴 거리를 걸어가는 산책길로 여겨지고 있다. 평탄하고, 난이도가 낮은 순례길, 자시의 삶의 위로와 마음의 치유를 얻고자 한다. 산티아고, 한달 정도의 시간을 두 발로 걸어간다는 것은 어떤 이에겐 로망이 될 수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무모한 도전이 될 수 있다.하지만 00년생 , 한국 나이로 23살, , 병장 만기전역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이력을 가진 저자에게 산티아고 순레길을 자처하게 된다. 작은 베낭을 사고, 두 발로 걸어가는 그 긴거리에서, 자신의 무모함이 무모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 마주하였던 낯설고, 이질적인 상황들.언어가 다르고, 문화, 외모, 기질이 다른 사람들 틈바구니 안에서, 자신이 보고, 듣고,느끼고, 체험하였던 , 터득한 것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길을 걸어가고,그 길 속에서, 추구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내 삶에 있어서 특별한 경험들, 다른 지방에서, 한국과 한국인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게 된다. 도전과 용기만으로 채워지는 20대, 자신의 경험의 특별함이 , 인생의 특별함이 도리거라는 자신감이 우리 삶을 따스하게 바꿔 놓으면서, 행복한 삶, 괜찮은 삶,나에게 평화로운 삶으로 바꿔 놓을 수 있다. 즉 나의 도전과 용기만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고,자신감을 가지며, 나만의 프로필과 이력을 새길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