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자라는 집 - 임형남·노은주의 집·땅·사람 이야기
임형남.노은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에는 건축가 두 명의 이야기가 나온다. 하나는 하산 파시라는 실존했던 이집트 건축가고, 하나는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 나오는 윤보라는 목수다. 하산 파시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흙집을 지었고, 윤보 목수는 대목으로서 자신의 솜씨보다 진정한 의인으로 평가받는다. 나느 이 두 건춝가가 '가온건축'이 추구하는 건축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나무처럼 자라는 집은 시간이 갈수록 아름다워지는 집이다. 수군거리는 뒤란처럼 깊어지는 집이다. 우리 모습도 꼭 그랬으면 좋겠다. (-9-)

우리의 조상들은 오랜 경험으로 그런 지혜를 터득했고 생활에 적용했습니다. 물이 흐르는 자리를 피해서 집을 앉히고 욋자리를 찾았습니다. 그런 지혜가 우리나라의 땅에 대한 사상으로 발전했습니다. 한국의 풍수는 발복 發福하고 장수하기 위한 미신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터득한 자연과의 공존을 위한 지혜입니다. 물길을 인위적으로 도리고 두터운 콘크리트 옹벽으로 막아놓은 방어막이 어느 날 하루 내린 비에 힘없이 스러지던 모습을 보며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82-)

"지리산은 올라가는 산이 아니고 들어가는 산이야."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산이라면 모르는게 없는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산이 포근해서 사람이 안지는 기분이 들게 한다는 이야기인지, 산이 너무 깊어서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이야기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즐겨 쓰는 역설적인 수사 같기도 하고, 밑도 끝도 없는 잠언 같기도 해거 이야기가 길어지기 전에 슬그머니 뒥걸늠쳐서 빠져나왔던 적이 있습니다. (-188-)

오래전 어느 새벽 동트기도 전에, 부석사 무량수전 앞 안양루의 난간에 기대어 무량수전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새벽 에불은 방금 끝났습니다. 사위는 적막하고 어슴푸레한 형체만이 둔하게 어른거렸습니다.어둑어둑하던 색이 푸르스름한 색이 되고 금세 붉은 기운을 조금씩 타기 시작하더군요. (-209-)

김 선생이 내놓은 집의 조건들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었습니다. 밤하늘의 별을 보는 창을 달아다라거나 벽 뒤에 방을 숨겨달라는 그런 요구는 없었습니다.오히려 이곳에 집을 앉히는 작업의 준비 과정이나 그 행위에 큰 의미를 두는 것 같았습니다. (-281-)

그러나 사실 철골로 집의 뼈대를 세우는 것은 우리의 옛 건축 방식과 상당히 유사한 방법입니다.우리의 옛 방식이란 나무를 짜나가며 집의 골격을 만드는 가구식 架構式입니다. 뼈대를 조립하느 방식인 셈입니다. 그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의 추이에 따라 벽돌로 쌓아나가는 조적식 組積式 이 쓰이다가 요즘은 콘크리트로 기둥, 벽,지붕을 일체로 만드는 방법이 흔히 쓰입니다. (-345-)

시골 집을 가면, 어떤 공간에 그 마을을 상징하는 나무가 서 있다.사골 집이란 단순히 먹고 자고 , 슴쉬는 평범한 삶의 공간이 아닌 복이 드나들고 나가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집에 대해 설명할 때 , 집 주변의 나무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무는 자연에 가깝다. 산과 인접하고, 가까운 곳에 나무가 있는 그공간에 집이 들어서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한다. 현대에 들어와서 전원생활을 하더라도, 나무를 심고 집을 짓는 것도 이와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집을 짓는 건축이 아닌 집과 나무와 삶을 일치시키는 특별한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는 개념이다.

그래서 삶도 자라고, 나무도 자라며, 집도 자란다. 나무가 죽는다는 건 집에 우환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죽은 나무를 다시 사리거나 고사된 나무를 제거하고 다시 나무를 심는 작업을 반복한다. 수맥이 있느 곳을 피하고, 건축가의 시선으로 집이라는 물질도 아닌, 장소나 시간도 아닌 특별한 가치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으며, 우리가 가지고자 하는 것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다. 건축설계사가 누군가의 집 주문에 대해서, 집의 장향이나, 차문의 위치, 방의 구조에 대해서 꼼꼼히 신경쓰게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으며, 겉축가 임형주 노은주 부부는 집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에 땅의 본질을 짚어 나간다. 땅과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서로 다리르 놓아주는 것, 건축가가 가지는 건축철학의 본질이다. 그래서, 어떤 공간에 집을 지을 때, 집 주인이 누군지에 따라서 집의 성격이나 기질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 책에서 말하고 있으며, 우리가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이루어진 천편일률적인 집구조에서 탈피하여, 자연친화적이며며, 자연과 공존하는 돌과 바람, 시간이 스며드는 집과 건축을 말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