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에는 코코아를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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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쓰는 코코아 씨를 보는 것이 나는 너무 좋았다. 입술이 살짝 호를 그리고 하얀 뺨에 붉은빛이 돈다. 눈을 깜빡거릴 때마다 내리뜬 눈가에 진한 갈색의 긴 속눈썹이 그림자를 만든다.

그럴때의 코코아 씨는 절대 나를 보지 않는다.그래서 나는 그를 빤히 볼 수 있다. 편지의 상대를 정말로 소중히 생각하는구나, 하는 부러움과 질투가 마음속에서 손을 잡는다. (-10-)

내가 핫코코아를 갖고 간 뒤에도 코코아 씨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편지지 세트도 만년필도 페이퍼백도 꺼내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테이블 끝을 응시하고 있다.

나는 보고 말았다. 주르륵, 하고 그녀의 뺨을 타고 내리는 것을.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코코아 씨에게 나는 자동판매기 버튼에 지나지 않는다. 그느 차림새로 보아 좋은 집안 따님으로 영어를 유창하게 하고, 외국에 장기간 ,혹은 여러 번 다녀왔을 터다. 항공우편의 상대는 원거리 연애 중인 남지친구로, 이 카페 외에는 나와 전혀 겹치는 부분 없는 멀고 먼 세상에 사는 사람일 것이다. (-16-)

벚나무 가로수 아래로 흐르는 강을 바라보면서 나는 당신을 몇 번이고 생각했씁니다.

내가 마블 카페에 오는 것은 항상 업무가 끝난 목요일, 오후 3시.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같은 주문.

여기에서 당신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좋았어요.

"핫코코아 주세요" 라는 말을 나눌 수 있다면.

그러나 이제 정해진 그 시간과 장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어졌습니다.(-186-)

열 두 편의 단편 소설이 옴미너스식으로 이어지고 있다.마블 까페에 들어오는 한 사람, 그 사람의 이름을 바나나씨라고 부르고 있었다. 마블 까페 에서 일하는 주인공는 바나나씨에게 시선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손님과 주인관계가 아닌, 서로가 지켜봐주고, 응시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챙겨주는느 그런 관계,그것이 이 소설의 첫 부분에 나오고 있었다.

소설 12편은 12개의 스토리로 이어지고 있었다.마블까페라는 공통된 장소와 사람은 서로 바뀌지만, 앞에 나오는 사람이 뒷 편에 다시 등장한다. 즉 우리는 각자 개별로 , 독립된 형태로 살아가지만, 서로 보이지 않는 끈이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며, 한국인의 정서로, 일본인의 심리를 들여다 보는 특별함이 있다. 선을 넘기 좋아하는 한국인의 정서로 볼 때,이 소설이 답답하게 보여지는 건 그래서다. 일본인은 선을 긋는 성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서로를 보고 있지만, 절대로 선을 넘지 않는다. 말을 걸지도 않고, 기본적으로 서로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사장의 역할이 분명하고, 손님은 자신의 시간을 마블 까페에서 보내고 있다. 그렇지만, 서로가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으며, 누군가의 숨어있는 여러가지 비밀들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이 소설이 위로와 치유가 되는 이야기로 채워지고 있는 이유는 의심과 불신이 만연한 가운데, 우릴의 삶은 신뢰와 믿음으로 채워지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서, 누구나에게 위로와 치유를 얻고 살아가기 때문에 살아갈 만 한 세상이라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같은 공간에 살고 있지만, 그 안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는 그런 독특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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