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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이와 차이 - 장애를 지닌 언어학자의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
얀 그루에 지음, 손화수 옮김, 김원영 추천 / arte(아르테) / 2022년 7월
평점 :
저자 얀 그루에는 세살 때 척수 근육위축증이라는 난치성 유전질환을 진단받았다. 이 병은 진행성 질환이고 그 표준적인 임상 사례에 비춰 보면, 얀은 스무 살이 넘으면 걷지 못하고 서른 살이 넘으면 ,어쩌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스무 살이 넘은 얀은 휠체어를 타거나 주변 사물에 기대어 (여전히)걸었고, 성인이 되어서도 공부를 계속했고, 여행을 다녔고, 서른 살이 넘어서는 교수라는 직업을 얻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7-)
우리의 사이와 차이, 책 제목이 의미심장했다. 저자는 척수 근육 위축증에 걸리게 된다. 치료가 불가능한 난치성 질환, 스무살이 되면, 걷지 못하고, 서른이 되기 전 사망이 이르게 된다. 의사의 소견, 그동안 임상시험결과에서 나타난 의료적 현상이며, 어쩌면 얀 그루에의 삶과 죽음은 결정된 거나 당름없다. 하지만 얀 그루에는 지금 살아있다.


매일매일 수천 가지 작은 순간들이 발생하고 , 사라진다. 몸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뇌조차도 이들 움직임을 인지하거나 기록하지 않는다.
샤워를 마친 나는 샌들을 신고 몸을 일으켜 푹신한 벤치 위에 앉는다. 이러한 아침의 일과 속에서 내가 두 발로 서 있는 시간은 몇 분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도록 욕실이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51-)
누군가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 그런 일들이 얀에겐 당연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자신이 불편하지 않도록 집안이 나에게 최적화된 구조가 되어야 한다. 혼자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여러가지 장치들,그것은 일반인이 아닌 얀을 위해서, 준비된 것이었다.

은미하고 사적인 친밀감과 취약함 그리고 전혀 보편적이지 않지만 보편적인 인간성을 그린 영화가 자주 그러하듯, 이 영화 또한 오스카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오브라이언의 경험은 너무나 특이하고 독특해서 나조차도 거리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본문)
나와 너의 차이, 나와 너의 사이,그것은 서로 다른 경험과 생각을 잉태한다. 누군가는 할 수 있는 일들이 나는 할 수 없다. 서로 다른 세계관이 필연적으로 충돌하게 되고, 서로 세상를 바라보는 시선과 세계관은 바뀌게 된다. 그것을 인정하는 사람은 스스로 성장할 수 있고,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부정하게 된다. 그 두가지 선택에 대해서, 얀은 스스로 결정해야 했다.

쿠통의 휠체어는 현재 파리의 카르나발레 박무관에 전시되어 있다.그것은 살롱 의자 위에 속을 넣어 푹신하게 만든 쿠션을 언고 ,팔걸이를 덧댄 것이었다. 앞쪽에 커다란 바퀴 두 개와 뒤쪽에 작은 바퀴 하나가 달린 것이 특징으로, 앞바퀴 두 개는 안쪽의 볼트를 축으로 각각 돌아다며,이 두개의 원시적 회전 메커니즘은 팔걸이와 같은 높이에 자리한 손잡이에 의해 조종된다. (-101-)
대다수의 사람은 휠체어가 익숙하지 않다., 장애를 가진 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휠체어는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유일한 도구이자 수단이기 때문이다., 산다는 것은 그래서 치열하고, 단순하지만, 누군가에겐 눈물겹다. 나에게 주어진 삶에 대해서,그 가치를 스스로 느낄 줄 안다면, 내 삶에 대해,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눈이 열릴 수 있다.

내 몸이 이렇게 된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이것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내 신체의 장애는 결코 숨길 수 있는 비밀이 아니다.가장 중요한 것은,내게 찾아온 장애를 충분히 슬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134-)
장애의 반대는 비장애다. 우리는 자신의 삶이 한순간에 어떻게 바뀔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삶에 대해서 말할 수 있고,그 삶에 대한 이해가 동반된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삶에 대해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나의 잘못도 아니며, 누군가의 잘못도 아닌 장애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우리에게 보편적인 삶과 복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삶에 대해서 긍정하는 것을 넘어서서, 내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가는 것, 그것이 내 삶의 이유가 되고, 내 삶의 목적이 될 수 있다. 책 한 권을 통해서 내 삶을 돌아보게 되고, 나에 대해서 감사하는 삶이 무엇인지 스스로 느낄 수 있다.
<출판사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