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한 마리는 기쁨 - 두 아버지와 나, 그리고 새
찰리 길모어 지음, 고정아 옮김 / 에포크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좁은 공간에서 녀석의 야성적 행동을 지배하는 것은 강렬한 호기심이었다. 대체 이 녀석의 정체는 무엇인가? 평생을 종탑에 살다가 떨어진 새, 특이한 머리 깃털 때문에 두건 쓴 수도사처럼 보이는 이 새는? (-52-)

까치가 열매 하나에 입질을 한다.내가 휘파람을 불자, 녀석은 고개를 들었다가 죄책감을 느낀 듯 눈길을 돌리고 깡총깡총 나무를 올라서 검은 페인트처럼 나부끼며 가장 먼 가지로 간다. 나는 다시 휘파람을 불고, 팔을 뻗고 두드려 이리 오라는 신호를 한다. 녀석은 나를 향해 날아오지만, 마지막 순간에 홱 돌아서 녀석이 참나무를 지나고 지붕위를 넘어 시야 밖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간신히 본다. (-127-)

다음날 아침 ,동이 튼 직후에 새의 고약한 울음소리가 나를 깨운다. 아마 새는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일에 그렇게 능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비틀비틀 방을 나가보니 계단 꼭대기에 검은색 날개깃 하나가 떨어져 있다. (-217-)

새는 튀어나가서 솟아오른다.낯선 동풍에 하늘에서 흔들리지만 이내 중심을 잡는다. 녀석은 타고났다. 내가 이 새를 통해서 배운 것들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녀석은 내게 새롭게 보는 방법, 새롭게 돌보는 방법을 가르쳐주었고, 돌봄의 한계도 가르쳐주었다.나는 녀석에게 다시는 반복하면 안 될 실수도 저질렀다. 과도한 돌봄은 속박이 된다. 이제 녀석은 우리 머리 위로 솟아오르며 존재의 단순한 기쁨을 가르친다. 하늘을 나는 것은 그런 것이다. (-320-)

작가 찰리 길모어는 생부 히스코트가 있으며, 양부로,데이비드가 있었다. 자신의 우울하고, 슬픈 과거의 삶이 있던 던 찰리 길모어는 , 어느날 아내 야나가 데리고 온 자그마한 까치 한마리로 새로운 삶과 자연에 대한 소중함과 신비로움을 얻게 되었다.

작디 작은 , 떨고 있는 아기 까치에게 벤젠이라고 이름 붙이게 되는데, 한국에서 까치는 복을 길어다 주는 행복의 상징 길조이지만, 영국에서 까치는 갈까마귀와 함께 흉조로 불리고 있었다. 그래서 '까치 한마리는 슬픔(One magpie brings sorrow)'라는 말이 있으며, 저자의 첫 저서인 '까치 한마리는 기쁨(Featherhood)' 이라고 명명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삶에서 기쁨과 슬픔의 전환점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다라서 달라지게 된다. 찰리 길모어는 아내 야나와 함께 살아가면서 생부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리려고 애를 쓰지만 잘 되지 않았다. 내면 속의 상처와 아픔이 숨어 있었기 때문에, 항상 글루미(Glommy) 한 상태로 자신을 내버려 두었다. 그랬던 찰리길모어, 자신과 함께 살게 된 까치 벤젠의 생사고락을 보면서, 위로와 치유의 첫 걸음이 되었고, 자신의 내면 속 감춰진 불안과 허무함을 비워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즉 자연의 신비로움, 부모없이 혼자서 살아가는 까치 한마리의 생존본능을 하나하나 지켜 보면서, 찰리 길모어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었던 건 단 하나였다.내 삶이 절대적으로 불행이 아니라 행복이라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기에 이르렀다. 나 자신에 비한다면 벤젠의 삶은 불행 그 자체였다.하지만, 스스로 살아갈려는 그 모습이 기특하고, 안스러웠으며, 보듬어 주어야 한 또다른 자연이었다.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평범한 삶,그것이 나에게 이로운 삶이 될 수 있고,나를 새롭게 바꿔 나갈 수 있다. 견디며, 함께 하되 , 서로에 대한 마음 씀씀이 하나나 자신의 삶을 지탱하고,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다. 즉 이 책에서 놓칠 수 없었던 것 하나하나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으며,자연에세이로서 소중한 가치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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