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의 마법
이준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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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 생활 2년 6개월째인 19살 주원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다. 길게 찢어진 눈에 덥수룩한 머리를 한 그는 평소 표정이 많지 않았지만,지금 이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밝은 표정을 지었다. 낮에 본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이 야식으로 족발을 먹는데 얼마나 맛있어 보이던지, 저녁에 기필코 족발을 먹겠노라고 다짐하며 하루 종일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13-)

마을 어른들의 도움으로 집에서 장례식을 치룰 수 있었다. 하지만 유미는 조문객을 받지 않았다.그저 조용히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그것은 할머니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어른들의 만류에도 끝까지 고집했다. 조금은 이기적인 선택이었지만, 그래야 마음 편히 할머니를 떠나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75-)

과거의 경험 덕분에 다행히 휴대폰엔 수월하게 적응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사용했었고, 교통사고가 났을 때도 뒷좌석에서 휴대폰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사고와 함께 그 자리에서 박살이 난 후, 더 이상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았다. 할머니와 집에서만 시간을 보냈기에 딱히 필요하지도 않았고 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엔 무척 답답했다.하지만 그것보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상황이 , 모두의 손가락질이 유미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136-)

주원과 유미는 그 틈을 빠져나오기 바빴다. 처음엔 조금 힘들었다. 사람들과 부딪히기 일쑤였고 술에 취한 행인도 종종 마주쳤다. 그럴 때마다 유미는 잔뜩 긴장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주원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최대한 정신을 차려 상황을 넘어가려 애썼다. 옆엔 자신보다 더 안타까운 사람이 함께하고 있었으니까. (-241-)

[유미야, 마법을 쓸 수 있는 날이 이제 얼마 안 남았단다. 성인이 되는 해 1월 1일 0시가 되면 곧바로 그 마법은 사라지고 말아.그러니 그때까지 신중하게 사용하기를 바란다.] (-276-)

어떤 말은 힘이 되고, 어떤 말은 상처가 된다. 말 한마디가 모여서 에 아픔의 깊은 존재로 각인될 때가 있다.그럴 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게 되고, 세상과 단절된다. 사람을 만나지 않게 되고,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게 되는,최소한의 의식주가 해결된 상태, 은둔형 외톨이가 되곤 한다. 내가 스스로 은둔형 외톨이가 되고 싶어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은둔형 외톨이가 되게 만들어 버린다.

소설가 이준호의 『은둔형 외톨이의 마법 』에는 주인공 주원과 유미가 나온다. 부모가 예기치 않은 사고로 돌아가시고, 유미 혼자 살아남았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피해자로 남아 버렸으며,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면서, 유미는 세상과 단절되고 말았다. 주원도 마찬가지다. 주원이 은둔형 외톨이가 된 것은 친구의 죽음에 있었다. 자신으로 인해 친구가 죽은 게 아닐까 하는 자괴감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스스로 세상과 멀리하게 되었다.이런 두 주인공이 은둔형 외톨이들의 모임에 함께 만났다. 유미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을 동네 어르신의 도움으로 겨우 치루게 되었다. 상주 하나,그리고 조문객 없이 온전히 할머니가 편하게 마지막 순간을 마무리짓길 바라는 유미가 생각하는 망자에 대한 예의였다. 그랬던 유미가 자신의 마음을 열게 되었고, 세상과 소통하게 된다. 조금씩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나서게 되는데,그 과정에서 주원과 만나게 된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상처,그리고 은둔형 외톨리,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두 사람을 친밀함으로 이어지곤 하였다. 그 과정 속에서 유미는 자신이 가진 마법을 알게 되었고,그 마법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 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유미가 마법을 쓰고자 다짐하였던 건 오로지 자신이 겪었던 그 아픔과 상처들이 다른 사람에게 이어지지 않길 바래서였다. 그 진심이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유미에게 있다. 자신의 마법의 한계치 끝까지 가더라도, 결코, 그것이 헛되지 않길 원한다. 유미의 선한 마음과 행동이 , 유미의 마법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었으며, 어떤 사고에서 유미가 쓴 마법이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덜어주고 있었다. 이 소설은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은둔형 외톨이 』 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내려 놓게 된다. 조현병,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은둔형 외톨이와 동일시하고 있었다.하지만 유미와 주원은 그것과 무관하다. 자신의 깊은 상처와 사람을 통해 얻게 된 배신감,그것이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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