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올 때마다 - 김유명 강석현 최용준 시집
김유명.강석현.최용준 지음 / 마음시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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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기세척기가 필요해

손 시린 한기에 쇳소리 울리는

은 바다 한가득

물 따귀 맞은 거지들

옹기종기 뭍어 앉아

홀딱 벗고 염병을 떤다.

거지 주제에 서울서 왔다

잘난 척 꼴보기 싫어

과감히 손찌검을 한다.

수면 아래 잠겨있는

거지들은 나의 과오이니

은 바다에 두 손 담그자

덕지덕지 달라붙은 식탐을 잠재우면

또다시 날 찾아오는

설거지,

이 거지 같은 사랑 (-16-)

첫 눈

첫사랑은 이루어지지않는다고

눈속에 묻은 사랑은

녹아내미면 끝이라

부정하던 그대

반드시 이뤄진다

장담하고선

하늘에 처음 빌었습니다.

다 잃어도 좋으니

저 여자는 나 줘요. (-60-)

철 든 개구리

개구리와 친구가 되고 싶어 가만히 눈알을 쓰다듬는다.쓰라릴만도 안데 신음 한번 대꾸가 없다.역시 돌이나 철로 된 형상은 입이 무겁다. 굳게 다문 입에 세월의 흔적이 보인다. 먼지처럼 내뱉다 멈춰버린 죽지 못한 부유물. 산화되지 못한 철과 철 사이 닦다 만 손때가 묻었다. 누군가는 입을 따라 매만졌으리라.위로가 아닌 호기심이었을지 모른다. 그저 철인지 철처럼 보이는 플라스틱인지 궁금해 친구와 내기를 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개구리는 좋았을 것이다. 철로 된 입술을 지니고 미동도 하지 않은 채 하루를 지탱하는 일이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때로 진실이 아니어도 상관없지 않은가.오며가며 스치는 손바람의 온기만으로도 행복해 불 꺼진 밤이면 개구리는 텁텁 소리를 냈다.

산다는 것은 종일 수풀 사이를 헤치며 파리한 날개를 붙들어 버둥대는 검은 껍질을 혀로 녹이고는 찡그리는 일이다. 내장이 녹아내리는 맛으로 울음주머니가 매일 꺼억 꺼억 울리는 것이다. 손에도 입처럼 끈적이는 분비물. 타인이 내민 악수가 불편해질까 혼자 걷던 그는 불가능한 경사를 올라 스스로 돌이 되었을 것이다.

화석이 되어버린 개구리는 지금 행복하다.사람처럼 서서 눈높이를 맞추고 간간이 오가는 사람 손이 불편하지 않도록 모든 수분을 없애버린 것은 잘한 일이다. 재미있다 지문을 묻힌 깔깔 호호 웃음에도 행복한 그의 심성은 착했으리라.개구리는 사람이 되려하지 않았다. 그저 사람을 위해 철이 든 개구리로 만족하였을 것이다. 더 이상 밤에도 울음주머니는 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117-)

이 세상의 수많은 삶과 시간의 퍼즐 안에서, 시인은 그 순간을 관찰하고, 시각적으로 묘사하고 , 자신만의 시상에 담아낸다. 인간이 가진 상상의 끝판왕, 사물과 사람을 엮고, 사물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어릴 적 국어 시간에 외우고 싶지 않았던 은유법, 직유법에 대해서, 시에 투연하고자 할 때, 시 한 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매쏘드를 이해하게 되고, 우회적으로 시어를 내것으로 채우곤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시인의 시구 하나하나가 다름을 같음으로 동질화할 수 있게 된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세상을 읽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소설에서 비슷한 문장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 물과 시상을 섞어 놓으면, 그 느낌이 달라진다. 그래서 같은 자극이라도 시에는 묽게 나오곤 한다. 감정이 실린 소설이 시로 전환되는 순간, 서억인 묘사라 하더라도 불편하지 않게 되고, 온전히 느낌으로 채워진 시와 마주할 수 있다.

시 <식기 세척기가 필요해>에는 주부의 일상, 설거지를 묘사하고 있었다. 잘난 척, 오만함에 대해서, 씻어낸다는 것이 의미하는 건, 설겆이가 정화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 세상의 더러움도 설거지를 통해 깨끗해딜 수 있고, 인간의 속살 너머의 마음 때도 지워질 수 있다. 우리 세상 곳곳에 마음의 식기 세척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시 <첫 눈>은 사라에 대해서 , 첫사랑에 대해 말한다. 모든 것을 잃어 버려도 사랑을 잃어벟리지 않고 싶어한다. 소멸되고,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때로는 눈이 녹아서, 눈은 물로 형질이 바뀐다 하더라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상상되어졌다. 인간의 끝없는 사랑에 대한 갈구, 첫 사랑이 첫 눈에 의 해 나의 사랑은 점점 더 깊어진다.

시 <철든 개구리>는 이 시집에서 가장 긴 장편 산문시이다. 개구리의 죽음에 대해 세세한 묘사가 돋보였다. 시인의 깊은 관찰이 만들어낸 , 개구리의 일생이 죽음에 반영되어 있었다. 개구리에는 인간의 마지막 순간이 기록되어 있었다. 수분이 다 빠져서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철이 든 개구리 , 그개구리가 의미하는 것은 인간의 삶의 마지막 그 순간이다. 오만하고, 잘났다고 말하여도, 결국 개구리의 생도, 인간의 생도 결국 종착역은 죽음으로 귀결된다. 철들지 않은 이 세상 모든 생명체는 죽어가고 우리가 생각하는 수많은 소리들, 불평 불만들이 일순간에 지워질 수 있다. 철든 개구리 안에 시인의 또다른 자아가 기록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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