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무늬 상자 특서 청소년문학 27
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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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으로 전학 온 후 어느 정도 지나자 거짓말처럼 아토피가 좋아졌다. 아주 말끔하딘 않지만 서울에 있을 때와는 다르게 눈에 띄게 호전되었다. 엄마가 온갖 정성을 다해 식이요법부터 목욕요법, 온갖 테라피까지 해도 차도가 없었는데 이곳에 온 후 한 학기 정도 지나자 서서히 가라앉았다. (-15-)

전학와서 제일 먼저 들은 말은 세나에 대한 것이다. 선배와 붙어먹은 아이라고 했다. 처음엔 무슨말인지 몰라, 재차 묻기도 민망하고 그렇다고 본인에게 묻는 것도 더욱 아닌 것 같아 못 들은 척 했다. (-55-)

다이어리에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 있을까. 어쩌면 먼 과거의 시간에서 먼 미래의 누군가에게 편지를 남겨놓은 건지도 모른다. 짧은 시간 머물다 갔지만 이렇게라도 흔적을 남겨놓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 지금에서야 닿은 건지도 모르겠다. 엄마 말처엄 포클레인으로 뭉개버려 그냥 묻혀버리게 두고 싶지는 않았을 누군가의 바람이 전해져 내 앞에 도착한 건지도 모르겠다. (-98-)

세나가 조금 진정된 듯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시간을 갖고, 고현을 추락시키는 것 그 이상을 생각해야 해." (-154-)

우린 모두 떨고 있었다. shoot 도 나도 세나도, 진실을 말하는 것도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그것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도 힘에 부치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걸 누군가 알아주고 함께한다면 더 힘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3-)

많은 사람들의 온기로 채워주세요.

이 집도 그렇게 치료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하여 서로 힘을 얻어가는 우리의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218-)

소설가 <붉은 무늬 상자>의 주무대는 시골 허름한 폐가이다. 서울에서 사는 주인공은 아토피 치료를 위해, 시골로 내려와 학교에 다니게 된다. 도시와 다르게 시골은 기숙사 체제로 되어 있으며, 학교를 살리기 위한 선생님의 노력과 서울에 살기엔 환경적으로 ,조건으로 볼 때,여의치 않은 이들이 정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산골 이다학교에 전학하게 된 주인공은 무너지기 일보직전인 폐가에서 살아가게 되는데,그곳에 붉은 무늬 상자 속 다이어리를 발견하게 된다.

주인공은 자신의 이야기와 시골에서의 삶을 블로그,SNS에 올리게 된자. 우연과 우연이 겹쳐지면서, SNS 상에서 누군가 비밀댓글로 남긴 어떤 글이 시골 이다학교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에 대한 진실이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하게 된다. 작은 학교 안에서 누군가 죽어나가고, 그 죽음에 대해서, 책임지는 이들이 없다. 속칭 시골의 정서는 감추기 급급하고, 동네가 쑥대밭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거나, 큰 사고가 나타날 때 ,동네 사람들이 합심하여, 진실을 수면 밑으로 묻어버린다. 반면 소문은 쉽게 확산되고, 그 소문의 당사자는 억울한 상황에 내놀리게 된다.

아 소설은 실제로 시골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상황을 작가의 관찰과 허구 스토리와 엮어나가고 있었다. 집성촌이 많은 시골의 특성으로 볼 때, 옆집 숟가락이 몇개인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서가 깊게 드러나곤 하였다. 문제는 서로 친밀하고, 연대가 잘 되는 두레 문화가 나타날 땐, 그 모습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옆집의 좋은 것이든,나쁜 것이든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락 내리락 하게 된다는 거다. 단순히 아토피 치료를 위해 내려온 주인공은 그런 이질적인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 그 과정에서 , 판도라의 상자에 해당되는 어떤 붉은무늬 상자가 나타나게 되고, 우연과 우연이 서로 엮이면서, 진실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다. 누군가 의해 조작되고, 은폐되었던 사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그런 묘한 현실의 진실은 어디에 있고,그러한 상황이 왜 발생하는지 깊숙히 들어가 보게 되면, 서울의 삶과 전혀 다른 시골의 삶을 하나 둘 , 엿볼 수 있다. 나의 입장에선 친근하면서도, 소름끼칠 수 있는 이야기, 그것이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에 될 때, 주인공이 마주하였던 진실이 나의 삶이 될 여지는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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