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으로 만들어갑니다 - 차곡차곡 쌓인 7년의 기록
김수경 지음 / 지콜론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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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으로 만들어갑니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면 나는 식탁 위의 등 하나를 고요히 켜고 식탁에 앉아 글을 쓴다. 책상 앞으로 가기고 하디만, 이 자리에 앉으면 따뜻하게 내려 앉은 말소리와 온기가 시린 맨바과 어슬한 어깨를 감싸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때때로 늦은 식단에 돌아온 남편이 식사를 마치고도 무언가 아쉬운 얼굴일때는 밤이 깊어도 커피를 새로 만들어 나눈다. (-18-)

비가 내리면 종종 거리던 날들이여 안녕.그 후로도 몇 버의 장마를 더 겪었지만 틈을 단단하게 여민 창에는 더 이상 비가 새 들어오지 않았다. 애증의 다용도실은 집에서 좋아하는 공간 중 하나가 되었고, 치명적인 단점을 품었던 창은 치명적인 매력을 품은 계절의 액자 창이 되었다. (-41-)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던 해 임원이 된 나에게 선생님께서 학급문고를 꽂을 작은 책장을 하나 사 왔으면 좋겠다고 얘기하셨다. 지금이라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땐 그런 일이 잦았다. (-73-)

생각해 보면 어릴 적 내가 바라보던 어른들의 삶은 퍽 고되었다. 더 많이 참고 더 많이 일하고 그렇지만 더 조금 누렸고 그러면서도 부족한 줄도 잘 몰랐다. 그때의 아버지와 같은 나이가 되고 나서야 아버지의 낡은 수첩에 적혀 있던 고단한 삶의 기록들이 무슨 뜻이었는지 깨치게 되었다는 어느 가수의 노래 가사처럼, 나도 어른이 되고 또 엄마가 되고 나서야 깨닫는다. 고된 회사 일과 크고 버거운 살림과 육아를 마친 밤, 젊은 엄마와 아바가 그 밤 토요 영화에 기대어 누리던 그 소박한 행복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118-)

기쁜 마음으로 데려온 꽃으로 봄의 집안 곳곳을 꾸민다. 매일매일 깨끗하고 차가운 새 물을 갈아주며 줄기의 끝을 조금씩 다듬는 아침의 일까지도 즐겁다. 꽃이 천천히 부피를 줄이기 시작하면 작은 것으로 병을 옮기고 한 곳에만 두지 않고 부지런히 자리도 바꿔가며 본다. 사소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일이다. (-127-)

한옥의 삶에서 아파트의 삶으로 이동한다. 집에 대한 소유의 개념, 투자의 개념이 더 두각을 이루곤 하는 시점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이사가 잦아지고, 어디론가 이동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공간과 시간의 교체가 간헐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우리의 문화의 현주소이다. 그래서 아파트의 삶은 도시인의 삶을 대변하고 , 한옥의 삶은 시골의 정서와 일치하곤 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교착점을 이루는 그 시점에 집이 놓여지게 된다.

저자는 7년동안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었고,기록해 나갔다. 집이라는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소박한 행복이 기록되엇고, 낭만과 추억으로 채워나가고 있었다. 즉 꾸미기 좋아하는 사람, 나만의 개성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사람, 사랑에 대한 갈망이 집이라는 하나의 공간에 집약되고 있었다. 누군가 살아가는 공간이지만, 과거와 현재,미래가 공유되는 특별함을 지니고 있으며, 저자는 집을 만들어 가는 가정에서,어린 시절의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되고, 부모님의 고단한 삶과 세월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굳이 특정하고 싶다면 집 에세이라고 말할 수 있고,내가 사는 공간에 대한 특별함을 기록한다. 즉 한옥의 특징으로 첫번재로 손꼽는 그것, 자본의 이기적인 속성에서 탈출하고, 삭막하지 않고, 틈의 여백을 두는 건그래서다. 때로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장마철이 되면, 그 공간의 틈새는 벌어질 때도 있다. 낡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아파트에 반영되어 있다면, 한옥집에는 온돌과 구들장으로 채워지는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탁월한 원시 동굴의 속성을 지니곤 한다. 그 안에 나의 삶의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게 되고,나를 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이유는 그래서다. 아파트의 삶과 저자의 집에 대한 속성을 서로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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