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서 좋은 직업 - 두 언어로 살아가는 번역가의 삶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권남희 지음 / 마음산책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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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서점으로 유명한 미국의 '파웰스북스'에서 책을 잔뜩 골라 계산대에 가져갔더니 계산대 여성이 "무라카미 하루키 씨 아니세요?" 묻더란다. 그렇다고 하자, 즉석에서 사인회가 열린 모양이다. 사인을 잔뜩 해주고 답례로 서점 티셔츠 하 장을 받았다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지금까지 신주쿠의 기노쿠니야 서점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가게에서도 계산대에서도 누가 말을 걸어온 적은 한 번도 없다. 어째서일까 (물론 나로서는 굉장히 감사한 일이긴 하지만)" 라고 썼다. (-38-)

역주는 어디까지 달아야 할까. 번역하면서 늘 갈등하는 문제다. 내가 모르는 건 독자도 모른다는 기준으로 달아야 할까.나는 알지만 독자는 모를 것 같을 때? 나도 알고 대부분 독자도 알겠지만 독자는 모를 것 같을 때?: 나도 알고 대부분 독자도 알겠지만 모를 수도 있는 일부 독자를 위해? 갈등하다 역주를 달기도 하고 어물쩍 넘어가기도 한다. 역주를 다는 게 귀찬하서가 절대 아니다.너무 친절한 역주는 가독성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 때로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미주(본문 끝에 다는 역주) 로 달린다 해도 마찬가지다. (-95-)

번역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많이 읽고 많이 쓰기. 번역가가 꿈인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돈을 많이 벌긴 어렵지만, 경력이 책이 되어 쌓이는 좋은 직업이랍니다. (-118-)

인터넷 서점에서 『번역에 살고 죽고 』 중고 도서를 주문했다. 절판된 책이어서 중고 매장에서 가끔 눈에 띄면 반가운 마음으로 산다. 나중에 희귀본이 될지도 모른이까. 이번에는 이 책을 꼭 읽고 싶어 하는 분이 었어서 보내주려고 샀는데, 다행히 상태가 좋은 책이 왔다.

그런데 책이 온 다음 날, 메일이 한 통 왔다. 책을 파신 분이었다.

"혹시 저자분 아니세요?"

앗 ,역시 자기 책을 자기가 사다 보니 이런 상황을 만나게 되는구나. 봄 민망해서 "아는 분이 읽고 싶어 하시는데 소장본은 없어서 중고 도서라도 구입해 드리려고" 하고 먼저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157-)

어릴 때부터 일관되게 아동문학가나 소설가를 꿈꾸었지만,대학생이 되고 나서 내 실력으론 어림 반푼 어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 읽기 좋아하고 글쓰기 좋아한다고 다 작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 문학소녀, 문학 청년들은 전국에 새우젓만큼이나 많다. 나는 재능도 없을뿐더러 꿈을 이루고 말 거야! 하는 의지도 박약하고 꿈을 향해 뼈를 깍는 노력을 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굳은 의지로 노력해서 꿈을 이루는 사람들은 난사람이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다. (-192-)

저자 권남희는 일본 번역가로, 2007년 한해 동안 ,생각노트(기타노 다케시), 도련님(나쓰메 소세키),두근두근 우타코(다나베 세이코),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미우라 시온), 내가 이야기하기 시작한 그는(미우라 시온),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미우라 시온), 옛날 이야기(미우라 시온),황혼(시게마쓰 기요시),얘가 타다(아사쿠라 가스미), 슈거타임(오가와 요코),우연한 축복(오가와 요코), 불안한 동화(온다자 리쿠),어쩔 수 없는 물(이노우에 아레노),샹그리라(이케가미 에이이치), 열 네 살(지하라 주니어) 등 15권의 일본소설과 에세이를 번역하였다. 분명 번역가는 혼자여서 좋은 직업이다. 하지만 한달 200자 원고지 1000페이지를 번역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을 때, 전문 번역가로서 인정받게 된다. 일과 삶의 균형이 잡히는 기본 조건이 원고지 1000매이다.

이 책은 번역가 권남희의 에세이집이다. 에세이집을 읽는 이유는 작가와 독자 사이의 친밀함을 형성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경험과 경험이 공유되고, 느낌과 느낌이 공유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간다. 즉 번역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먼역 스킬을 얻게 될 것이고, 단순히 권남희 작가를 좋아하는 문학덕후라면, 저자의 삶의 기억과 경험, 추억을 얻게 된다.특별한 기억일 수록 액자형태로 고스란히 기억될 수 있고, 우연과 필연이 서로 교차될 수 있다.

한권의 책을 통해서, 혼자여서 좋은 직업, 저자 권남희에게 삶이란 번역이며, 딸 정하에게 인정받는 번역가가 되는 것이다. 저자 권남희에게 딱 정하는 까다로운 독자이다.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칭찬과 인정,그것이 삶의 의미가 되고,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 인식될 수 있다. 번역가로서 살아가는 저자의 삶 속에 평범한 일상, 반복된 일상들이 비범함 삶이 되고, 많은 이들을 이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은 용기 하나가 새로운 인생의 씨앗이 되고 있으며, 직업이 삶이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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