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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생물 이야기
양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6월
평점 :
아무도 내가 무생물이 된 줄 몰랐다. 내 휴대폰에는 1,583명의 연락처가 등록되어 있지만 그들은 나를 도와주러 오지 않았다.
나는 확신한다. 그들도 무생물이 되어버렸다고. (-22-)
나폴레옹은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나는 그가 거드름을 피우며 중얼거리는 목소리를 들었다. 가끔은 내게도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그가 집에서 가장 작은 방에 갇혀 있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나폴레옹은 자기 몸에 난 거대한 구멍이 '사람들의 이야기가 헤엄쳐 오는 곳'이라고 말했다. (-39-)
아침에 일어나니 주인집에서 밀린 관리비를 보내달라는 문자가 와 있었다. 모든 날을 무월 무일로 하다 보니 관리비 내는 날을 깜빡 잊은 것이다. 무생물이 죽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므로 나는 임차인의 의무를 다해야 했다. (-113-)
그가 좌중을 둘러보았다. 시계 방향으로 돌던 그의 시선이 이윽고 내 앞에서 멈추었다.
"이미 가방들이 집 안으로 흩어져 들어갔어. 사람들을 내쫓기 위해 누군가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거야.
우린 그 가방들을 찾아내야 해." (-183-)
촉감이며 형태, 아들이 모양을 낸다며 양손으로 챙을 눌러서 휘어진 각도, 난 그 모자랑 매일 밤 잠도 같이 잤어. 난 모자를 들고 내 집으로 갔어. 문은 열려 있었어. 아이도, 아이 어머니도 보이지 않았지. 아무도없었어. 물건들은 다 제자리에 있었고, 도둑ㅇ니 든 흔적조차 없었지. 마치 꿈을 꾼 것처럼 . (-226-)
나는 문명히 그 목소리를 들었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았다.모두들 입을 꾹 답물고 정신적 지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그 확신 없는 존재를 사랑했다.
그들은 한 번 더 정신적 지주에게 집을 가자고 말했다. (-261-)
하나의 생명 주변에는 수많은 무생물이 존재한다. 사람 혼자 살아가는 작은 원룸에 집안 기기, 테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등등 무생물이 존재하게 되는데,그것들이 생물처럼 움직이는 것은 전기가 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물은 감정과 느낌,오감과 감각이 있다.무생물은 정 반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누군가 있을 때, 누군가 엿들을까 봐서 말을 조심조심하게 되지만, 화장실 비데 앞에서, 비밀을 말할 수 있는 것은 비데가 무생물이기 때문이다.비데가 엿들어도, 누군가에게 소문내지 않는다.
소설 <무생물 이야기>는 바로 그런 인간의 생각을 파괴한다. 무생물에게 생명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가지게 되고, 생명은 도리어 무생물이 되었다. 생물과 무생물의 체인지가 나타나게 되는데, 묘한 혀상이 나타나게 된다. 인간이 생각했던 그 동안의 모든 억울함에 대해서, 무생물들의 억울함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인간은 언제라도 무생물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고,대체 가능하며, 얼마든지 쓰다 버리기 때문이다. 때로는 무시하고, 때로는 혐오한다. 그것이 소중하든 소중하지 않던 말이다. 때로는 자신의 감정을 이기지 못해서, 무생물에게 화풀이를 할 때도 있다.그것을 본다면, 무생물에게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이 책이 독특하다고 생각한 것은 그래서다. 인간은 쓰다가 실증나면 얼마든지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것은 무생물이기 때문에,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그 사람이 썻던 물건도 처분할 때가 있다. 반면 생명이라서 그런지 생명에겐 깍뜻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차를 운전하다가 냉장고를 차에 치이면, 죄책감을 느끼지 않지만, 고라니나 길고양이를 치이면, 상당한 죄책감을 느끼게 있다. 즉 그러한 생각들에 대해서, 인간의 인식 오류를 하나의 소설에 투영하고 있다. 무생물이 세상을 이해하고, 감정을 느끼며, 느낌을 가진다면 어떤 일이 나타날 까에 대해서, 하나하나 느껴볼 수가 있었다.그렇게 된다면, 그 어떤 것도 소중하지 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