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는 죄가 없다 - 우리가 오해한 신화 속 여성들을 다시 만나는 순간
나탈리 헤인즈 지음, 이현숙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판도라는 죄가 없다판도라는 죄가 없다

0607-1.jpg


0607-2.jpg


0607-3.jpg



어쨌든 판도라가 졌다. 왜냐, 상자를 여는 데에는 노력이 드는 반면, 균형이 안 잡혀 삐뚜름한 도자기 항아리 뚜껑을 툭 치거나 부수기는 훨씬 더 쉬울 테니까. 악의를 품고 고의로 상자를 열어보는 의미로 변질한 언어적 이미지는 이미 우리 문화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15-)

그래서, 심지어 어린 시절에도,헬레네는 분명히 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다.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이것이 위에서 언급한 사건들에 대해 매우 공평하지 못한 설명이라고 느낄 것이다. 유괴사건을 놓고 아이 탓을 할 것인가? 사실 이는 결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헬레네를 아내로 삼기로 한 테세우스와 페이리토스의 행동, 그리고 피를 부른 카스토르와 폴뤼데우케스의 대응 탓이다. 헬레네는 아름다운 노리개에 불과하다. (-79-)

또다시 ,우리는 아마존의 역할에 변화가 있음을 본다. 그들은 여전히 우리가 고대 자료에서 보았던 전사들이다. 하지만 반은 신적인 존재로서 수호자의 역할을 맡았음에도 의도적으로 인간사에서 자신을 분리했다. 인간들도 그들을 찾지 않는 걸로 봐서 아마존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아마존 종족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공격할 수 있는 침략자라는 암시도 없다. (-175-)

즉 옳고 그르던 간에, 남성들에게 부당한 취급을 받고 이를 고발하는 여성들에게 편견을 갖게 한다.파이드라는 끔찍한 부정행위를 저질렀고, 그 결과는 그야말로 재앙 그 자체였다. 그러나 파이드라는 적어도 기원전 5세기 아테네에서 오늘날까지 살아암은 가장 유명한 연극 중 한편에서는 악당이 아니다. (-251-)

스파르타의 헬레네가 엄청나게 매력적이라 남자들이 그녀의 남편이 되겠다며 그리스 각지에서 몰려들었고, 또한 그녀를 잃은 것이 전쟁의 충분한 명분이 되었다면, 우리는 적어도 남성의 시선에서 그녀의 옆에 서 있는 적당히 봐줄 만한 여성도 상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헬레네한테 청혼하러 스파르타에 갔다가 어쩐 일인지 다른 여저한테 꽂혀서 그녀와 결혼하려고 한 남자가 있다면 어떤가? (-328-)

책에는 판도라, 이오카스테, 헬레네, 메두사, 아마존 전사들, 클리타임네스트라, 에우리디케, 파이드라, 메데이아, 페넬로페가 나온다. 이들은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드>,<오디세이아> 에 등장하거나,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신화속 인물이며, 긍정과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곤 한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케릭터 하나하나를 본다면, 신화를 좋아하고, 디테일한 곳까지 분석하며, 즐기는 덕후들에게 딱 맞는 이야기를 책에 소개하고 있었다.제우스가 대장장이신 헤파이스토스 에게 명령하여, 빚어낸 판도라에 대해서,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제우스와 판도라의 관계,그리고 판도라의 억울한 부분들까지, 역사적 사료를 기반으로 인문학적인 성찰을 하고 있었다.

이 책의 특징을 보면 이런 것이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폭군 연산군이 왜 폭군으로 남아 있었는지 ,그의 잘잘못 뿐만 아니라,그 행동의 근원까지 ,진실 너머까지 파헤치자는 것이다. 연산군이 폭군이 되었던 건, 그 이전에 연산군의 어머니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역사적 맥락 없이 선과 악으로 바라본다면 진실을 알기 전, 하나하나 선과 악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 책의 목적에 대해서, 신화속 인물들의 악한 모습 뒤에 숨겨져 있는 누군가의 조작, 남성 중심주의적 그리스로마신화의 특징까지 간파하고 있었다. 그래서, <판도라는 죄가 없다>를 읽기 전 반드시 선행작업으로 해야 하는 것이, <그리스 로마신화>,<일리아드>,<오디세이아>에 나오는 인물들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에 있다.나의 경우, 책에 나오는 인물과 스토리에 대한 이해,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기 전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 하나하나 디테일한 부분까지 알고 있는 그리스 로마신화 덕후라면 달라진다. 그들의 선입견과 편견들을 하나하나, 벗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