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버스데이
아오키 가즈오 지음, 홍성민 옮김 / 문학세계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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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와라 아스카가 24쪽을 읽어볼래?"

2교시 국어 시간, 하시모토 선생님은 일부러 아스카를 지명했다.

아스카는 순간 눈을 크게 떴다. 교과서를 들고 천천히 일어선다. 읽으려 해도 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17-)

미장원 바닥에 떨어진 아스카의 머리카락을 주워 들고 할머니는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아요. 할머니. 아스카는 더 이상 엄마 마음에 들려고 애쓰지 않기로 했어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아스카는 아스카,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83-)

"쥰코 옷차림에도 신경을 쓰지 못했어요쥰코가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게 다 자기 탓이라고 애한테 미안해하다며 쥰코 엄마는 울 뿐이었죠. 인생이란 맑은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는 거예요. 언제나 맑은 날만 있는 것은 아니죠. 억수같이 비가 쏟아질 때도 있어요. 그때는 비에 젖은 사람을 손가락질하며 웃지 말고 우산을 받쳐 주는 , 도량이랄까, 그런 따뜻한 마음을 가졌으면 해요, 인간이니까 그런 것이 소중한 게 아닐까 생각해요." (-148-)

료지와 시게루가 고개를 들어 나오토를 보았다.

"이런 경우 역시 나오토 형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시게루가 입에 잔뜩 문 음식을 우물거리면서 박수를 쳤다. (-196-)

살아가다 보면 항상 좋은 날만 있는 것도 아니고, 흐린 말만 있는 건 아니다. 맑은 날과 흐린날이 교차되기 마련이다. 인생과 삶도 마찬가지다. 주어진 상황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될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오키 가즈오의 <해피 버스 데이>는 나에게 삶의 위안과 위로, 치유의 싹을 틔워주고 있었다. 소설 속 주인공 후지와라 아스카를 통해서 느끼게 된다.

이 동화책이 감동 그 자체인 건 누군가의 삶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간격, 그 간격을 누군가 채워진다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삶이 아닌데, 내 삶에 대해서, 누군가 평가할 때, 나 스스로 자괴감이 들 수 있다. 나에게 주어진 삶과 인생에 대해서, 내가 의도한 대로 만들어 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빠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는 후지와라 아스카에게 큰 상처가 되었으며, 대인 기피증과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어 버리게 된다.

이 동화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고 있다. 소위 서론 본론 결론으로 이루어지는 스토리 구조에 결론에 감동을 배치해 놓고 있었다. 아픈 영혼을 회복하기 위해서, 사람의 힘이 필요하다. 네 탓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느꼈던 그 상처들을 네 탓이 아니라고 말하는 따스한 언어, 사람을 배려하는 언어가 그 사람의 마음을 녹여 내리게 한다. 길을 잃어버린다 하더라도, 다시 내 인생길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힘과 에너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넘어지더라도, 누군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일어나게 되고, 새로운 인생 루트 길을 찾아갈 수 있다. 절망과 자괴감, 그리고 삶의 희노애락 속에서 채워 나가고,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기본이 무엇인지 깨칠 수 있게 되었다. 위의 삶을 반영하고 있으며, 어린 아이의 마음 언저리에 묻어나 있는 여러가지 감정들, 그것이 그 삶의 전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나의 모진 마음이 스스로 깨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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