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나의 아메리카 생존기 ㅣ 스피리투스 청소년문학 1
박생강 지음 / 스피리투스 / 2022년 5월
평점 :

나한테 문을 열어 준 학교는 오렌지 중심가에 있었다. 이곳에서 추천해 준 또 다른 사립학교는 오렌지의 동쪽 끝에 가까웠다. 모친은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집을 구할 계획이었다. 또, 9월에 새학기가 시작되면 당분간은 나하고 누나를 차로 데려다줘야 했다. 오렌지에느 지하철이 없고, 버스는 뭐'가뭄에 콩 나듯' 다니는 수준이었다. (-46-)
루이는 내 이름 '태조'가 무슨 뜻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It's the name for one of the old Korean kings," (옛날 한국 왕의 이름이야.")
"Bravo,I am a king, you are a king."( 와, 나도 왕, 너도 왕이네.")
그러면서 루이는 낄길대고 웃었다. 나는 그 말이 별로 웃기지는 않았지만 그냥 따라 웃어 줬다. (-101-)
학교가 워낙 작아서 다음 날 나는 복도에서 테디의 누나 애니와 우연히 만났다. 애니는 여기 오기 전에 이미 외고에서 전교 등수로 놀았던 아이였다. 애니는 테디와 함께 다니는 나를 보자마자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 유명한 애가 너구나. 오렌지의 초스피드 '검머외' 과정 습득!" (-126-)
나는 한국에 재한 그리움을 달래려고 미국 채널에서 발송되는 아리랑 TV 에서 한국 드라마나 뉴스를 시청했다. 하지만 기껏해야 일주일에 한두 번이 전부였다. 드라마도 <남자 셋 여자 셋> 같은 10년도 훌쩍 넘은 구질구질 시트콤이 다였다. 차라리 장나라와 양동근이 커플로 나오는 <논스톱>이라도 틀어 주지. (-185-)
그렇게 나는 오렌지 유치원 최초로 한국인 크로스컨트리 선수가 됐다. 달리고 또 달렸다. 숨이 가쁘도록 달리는 게 좋았다. 내가 달리는 곳이 오렌지인지 보광동인지 ,내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 따위는 그 순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미국에서 나는 거대한 꿈을 꾸기 위해 달린 적은 없었다. 그저 두려운 꿈을 꾸지 않기 위해 달렸을 뿐이었다.
그거야말로 20대의 어느 날, 지쳐가던 내가 미국 생활을 끝낸 이유인지도 몰랐다. (-232-)
이 소설은 미국 이민 1.5 세대를 걸어온 한 사람의이야기가 담겨지게 된다. 저자는 누군가의 미국 이민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의 삶이 반영된 허구와 상상력으로 소설을 채워 나가게 된다.한국 이태원 보광동에서, 미국 오렌지 카운티로 가게 된 주인공 이태조와 이태리 남매의 낯설고 불안정한 삶,그 삶이 오롯히 한 권의 책에 반영되고 있었다. 즉 이 책은 누군가의 삶이기도 하지만, 실제 이민자들이 겪어야 하는 삶이기도 하다. 이민 이후, 그 낯선 장소에서 아웃사이더에서 인사이도로 삶을 전환하는 것,그 삶이 누군가에겐 이민의 이유가 되고, 기회가 될 수 있으며, 희망이기도 하다. 처음 이질적으로 느껴졌던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에서 적응하면서, 처음 느꼈던 두려움은 점점 사라지게 된다. 인종 차이를 극복하고, 피부색과 ,언어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었다. 친근함과 익숙함, 생존을 우선 생각하게 되었고,처음 영어를 몰라서 비언어적으로 손짓 발짓을 섞어갔던 시간이 서서히 지워지게 된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면서,교내 스포츠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 왕의 이름을 쓸 수 밖에 없었던 이태조는 미국에서 만난 루이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서 긍정하고 있었다. 문화의 차이,가치관의 차이를 극복해 나간다는 것은 ,누구를 만나고, 그들과 함께 섞이면서, 형성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환경과 조건이 다르더라도, 진심으로 다가간다면, 마음의 뭄을 열어준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청소년 소설이며,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다면, 새로운 삶과 기회를 얻으면서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