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주례사 - 사랑에 서툴고, 결혼이 낯선 딸에게
김재용 지음, 소보로 사진 / 가디언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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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카페에서는 변진섭의 노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가 흘러나왔지.

내가 울 때 그대 따뜻한 위로가 필요했던 것처럼

우리가 저마다 힘에 겨운 인생의 무게로 넘어질 때

그 순간이 바로 우리들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그때, 마만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지. 할머니는 자식에게 미안해하며 아픈 몸을 견디면서 살아야 하는 짐, 네 아바는 처자식에 어머니까지 모시고 살아야 하는 짐, 너희들은 엄마 아빠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짐.

따지고 보면 사람 사는 일이란 다 짐이더라. 사람 관계의 책임과 의무는 물론 돈벌이도 짐, 건강에 대한 염려도 짐, 하물며 행복에의 욕구까지도 다 짐이었지. 나만 힘든 건 아니니까 무겁다고 징징대지는 말자고 마음먹었어. 참 신기하더라.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던 짐이 견딜만한 거야. (-29-)

결혼에 대한 말 중에 이런 게 있어.

"결혼은 3주일간 서로를 연구하고, 3개월간 서로 사랑하며, 3년을 싸우고, 30년을 참는다." (-97-)

특별한 일이 없는 날, 나는 천천히 동네 한 바퀴를 걸어.그러면 익숙한 것도 낯설게 보여서 금세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뀌지. 매일 똑같은 것 같았던 햇빛도 시간에 따라 다르게 보여. 해가 금방 떠오르는 아침은 풋풋하고, 햇빛이 조금 스러진 늦은 오후는 그윽하고, 가로등 불빛과 달빛이 어우러진 늦은 밤은 촛불처럼 은근해.순간순간마다 달라지는 빛의 감촉을 느끼면서 느리게 걷고 있으면 엉킨 실타래 같던 머릿속은 실마리를 찾게 되지.길을 걷다 쪼그리고 앉아 길옆에 피어 있는 꽃을 오랫동안 바라볼 때면 먼 곳으로 여행이라도 온 듯 '아, 좋다!' 하는 느낌이 절로 들었지. 쓱 지나가던 풍경도 자꾸 바라보면 정도 드는 것 같더라. 일상이 이토록 찬란한 것이었다니! (-171-)

옷차림은 그 사람의 취향과 성격, 습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그래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어떤 건지 찾아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단점을 무조건 가리려고 할 게 아니라 장점을 부각시키면서 자꾸 입어보고 찾아내는 거야. 패션 리더들도 수십 종의 옷을 입어보고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스타일과 색상을 찾아낸 것이거든. 스타일이 있고 없고는 자신의 장단점을 어떻게 살리고 죽이느냐의 차이인데 그 1% 의 차이가 99%의 차이로 보이는 거지. (-249-)

자가 김재용님의 <엄마의 주례사>에는 사랑이 묻어난다. 자신이 살아왔던 지난 50여년간의 시간동안 하고 싶었던 꿈과 희망, 새로운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 가난과 빈곤, 후회로 첨철되었던 지난날을 꼽씹고 있었으며, 나의 딸이 결혼할 땐, 나 자신과 다른 인생과 삶을 영위할 것을 기대하였을 듯하다. 속칭 남들과 같은 인생을 살아가고 싶었던 우리 안에 감춰진 삶의 비화들이 서서히 우리 생활 속에 곳곳 침투하게 된다. 서른이 된 딸이 마흔이 되는 그 시간동안 ,나의 삶은 소멸되고, 나와 아이의 삶이 자신의 살의 전부인것처럼 보여질 때가 있다.인생의 짐, 삶의 짐에 대해서,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올 수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먼저 살아온 사람의 인생 주례사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라면, 저자의 딸의 입장이라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 것이다. 기록을 남김ㅇ느로서, 딸은 특별한 존재감이 될 수 있다. 평번한 가정이든, 행복한 가정이든, 어떤 누구도 딸을 위해,행복한 삶을 기대하면서, 주례사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에 담고 있었던 사랑을 책으로 엮어서 표현한다는 것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마음을 울컥하게 하는 감동이 될 수 있다. 이 책이 쓰여진 시점이 2014년이다. 그 당시 30대였던 딸과 , 50대였던 저자는, 2022년 마흔이 넘은 결혼한 딸과, 할머니가 된 엄마이자 『엄마의 주례사』 를 쓴 저자는 예순이 넘은 시점이다. 자신의 과거의 삶을 반추하고,그 삶이 현재에 반영되기를 , 딸의 꿈에 대해 응원하고, 자신의 현재의 삶을 결코 포기 하지 않는 것, 그리고 주어진 책임과 인생의 짐에 대해서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그것이 이 책의 목적이면서, 삶을 견디면서, 나를 위해 살아가며, 타인을 배려하는 균형과 조화로운 삶, 우리 삶의 에세이 한 편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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