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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가스파르
유애숙 지음 / 문이당 / 2022년 5월
평점 :
평소 어머니는 지나치게 깔끔했던 아내의 성격을 마땅찮아했다. 사람이 너무 정 淨하고 빈틈 없으면 박복하고 집안이 구순하지 않다는 거였다. 애석하게도 어머니의 염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거기에다 결혼에 대한 각종 설문조사에도 보면 성격을 상위 조건에 두는 경우가 많았다. (-13-)
어머니는 사람들에게 늘 우아하고 평온한 모습을 보여주려 해썼다. 그럴 수록 내적 갈등은 더욱 팽창하여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곤 했다. 그는 어머니가 부드러운 음성과 눈길로 그를 대할 때 가장 두려웠다. 불안정한 어머니의 감정이 언제 또 표변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자살한 뒤에 어머니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걸 안 건 그가 고등학생이 된 뒤였다.
그느 입관식에서 어머니의 마지막 알굴을 보았다. (-75-)
도시는 역병과 역병의 소문으로 흉흉하다. 사람들의 발걸음은 무엇에라도 쫓기듯 불안하고 어머니의 기도는 더 잦아졌다.
"주여, 동이 서에서 먼 것 같이 내 죄를 멀리 옮겨주소서."
어머니의 기도에서는 늘 유황냄새가 난다. 자신을 불사르는 듯한 그 기도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짜증이 난다. 인간은 어차피 죄 가운데 태어나 죄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닌가. (-134-)
내 달변과 되바라진 말투에 대해 주위의 반응은 아주 버라이어티하다. 친구 윤서는 악어 이발이라고 했고, 무식한 삼촌은 마구잡이 책읽기의 부작용이라 했으며, 유식한 작은 외숙모는 부모의 굴절된 결혼생활이 아이의 언어 발달에 끼친 괄목할 만한 증거라 했다. 물론 하우스메이트인 이모도 한마디 거들었는데, 불균형한 성장의 샘플이라며, 어휘 구사력에 비해 미숙하기 짝이 없는 내 열다섯 살의 몸을 꼬집었다. (-187-)
이모는 내 이성교제에 대해 잔소리가 많다. 하지만 글건 내가 이모보다 한 수 위라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다. 남자 친구를 사귀는 것은 요리와 비슷하다. 좋은 재료를 골라야 하고 물 조절과 불 조절, 그리고 간 조절을 정확하게 하면 된다. 계량컵을 쓰고 음식에 다라 가스레인지 레버의 1단에서 3단을 신중하게 오가면 어떤 요리도 실패하지 않는다. (-193-)
소설 <밤의 미스파르> 에서는 일곱 편의 단편이 연결되고 있었다. 우리 삶의 다양한 모습을 압축하고 있었으며, 우리의 도다른 자아상과 연결되고 있었다. 삶이라는 것은 나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 그 의지에 따라서, 나의 삶의 근원적인 질문이 이어질 수 있었으며, 나의 삶에 대한 원인과 결과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여기서 소설 『밤의 가스파르』 에서는 일찍 세사을 떠난 며느리, 혼자 남겨진 마흔 살을 갓 넘긴 아들, 그리고 아들을 바라보는시어머니의 생각과 사색을 엿볼 수 있었다. 도덕성보다 현실을 엿볼 수 있었으며, 며느리의 사망에 대한 안타까움보다는 아들의 창창함 미래를 더 걱정하게 된다. 이 소설은 굴절된 우리 사회의 또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이 연출될 때, 그 순간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지 살펴 볼 수가 있다. 사랑과 이별의 역설적 다중주, 우리는 삶의 대부분은 사랑에 대해 올인하지만, 어떤 상황에 부딛치게 될 때, 사랑보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게 된다.
이 소설에서 차용한 『밤의 가스파르 』는 모리스 라벨의 피아노 곡이며, 19세기 프랑스 시인 루이 베르트랑의 동명 산문시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노래이다. 여기에는 내 앞에 어떤 행운이 갑자치 찾아오거나, 불행이 찾아올 때, 나의 삶의 균형추가 무너지게 된다. 그 순간 선택과 결정의 갈림길에 서 있게 되는데, 나의 삶의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 믿음과 신뢰로 살아가야 하는 우리 삶에서, 단편 소설 속 어떤 이야기가 결코 현실을 비추지 못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의 프리즘에서, 어던 것을 선택하느냐는 오롯이 나의 결정에 달려 있다. 타인의 이야기가 내 앞에 닥치게 되는 현실이 될 때, 나는 나의 현실을 타인의 이야기를 들여다 볼 때처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인가, 깊은 고민에 빠져들 수 있다. 멀어지는 시간 속에서, 나의 삶을 오롯이 세워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