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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
조수빈 지음 / 파람북 / 2022년 5월
평점 :
언젠가 나의 아이들이 '우리 엄마는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았구나'
또 나와 비슷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이
'인생선배로서 조수빈은 이런 마음으로 살았구나' 하는 자그마한 이해로 남길 바라면서,
가슴 한 편에 심어둔 채 잊었던
내 꿈을 다시 용기 내어 들춰본다. (-6-)
"기적은 쉽게 일어나지 않아. 우리들에게 일어난 기적은 단지 네가 홀로 기다려 주었다는 거야. 마지막까지 냉정했던 너에게 뭐라고 해야 할까." (-39-)
언젠가 우리에게도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한눈에 반한 것까진 아니라도,'아, 정말 인연을 만났나 봐!' 두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온다. 매일매일 봐도 보고 싶다. 무미건조하고 자람쥐 쳇바퀴 같은 생활 속에 문득문득 날아오는 그의 달콤한 문자. 아 행복하다. (-78-)
남들에게 겉으로 보이는 내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왠지 두려움 없고 결단력 있는 것처럼 보일 것 같다. 내 별명 가운데 '조무당' 이라는 것도 있다. 비교적 촉이 좋은 편이고 특히 다른 사람이 어떤 진로를 걸을지 잘 예측해서 붙은 별명이다. 단호한 어투도 한몫한다. 그러나 정작 중은 제 머리 못 깎고 무당은 제 굿을 하지 못한다. 딱 내가 그랬다. 두려웠다. (-130-)
'균형'이 중요하다 보니 나는 필라테스를 만나면서 천천히 허리통증에서 벗어났다. 코어 운동과 정확한 호홉을 몸에 익히니 신입사원 시절 고민이었던 발성과 발음도 상당히 좋아졌다. 실은 신입사원 때 탁성에 발음도 명확하지 않아 연기학원도 다니고 성악도 배웠는데 나는 필라테스가 가장 효과가 놓았다. 호홉을 길게 내쉴 때, 머릿속 고민도 함께 날아가는 느낌도 좋았다. (-184-)
사실 유엽이 이야기를 길게 쓰는 이유는 나 역시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뉴스를 오래하고 아이도 낳으며 세상과 부모의 마음을 잘 안다고 착각했다. 그런데 나 역시 유엽이를 외면했던 많은 사람들처럼 내가 속한 세상을 중심으로 생각한 게 아닌지.공공의료원 문제만 해도 그렇다. 그저 정치인들 표팔이에 아버님만 이용당하실 뿐이다. 만들어도 적자 나기 일쑤다, 라고 회의적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차분히 부모님 말씀을 들어보니 꽤 큰 도시인 경산에서조차 병원이 귀하다. 지방으로 가면 더 그럴 것이다. 아직도 어느 집안 누구, 하면 통하는 동네에 여전히 많아서 위급한 치료가 밀리는 경우도 꽤 있다는데, 서울 토박이도 아니면서 내가 사는 도시처럼 다른 곳도 그리 굴러가려니 생각했던 것 같다. (-215-)
KBS 메인 아나운서 조수민 아나운서가 있다. 아나운서 사이에서도 최고의 아름다움과 서울대 출신 아나운서로서, 지적인 모습을 갖춘 완벽한 모습 그자체였던 조수빈 아나운서, 2005년 KBS 31 기 공채 아나운서로서, 지역 민방 아나운서로 있다가 서울 KBS 공영 아나운서가 될 대까지 거침없이, 조수빈 아나운서는 완벽한 아나운서의 교과서로 불리게 된다. 하지만 나 또한 그녀의 아픔을 알지 못하였다. 포장된 대중미디어 속 아나운서 조수빈의 모습이 부각될 수록 그의 우울감은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나 자신의 약점을 ,나의 아픔과 슬픔을 누군가에게 노출시키는 것은 공포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대중속에 미디어가 만든 이미지에 자신을 가두어 놓는 것이 도리어 낳았다. KBS 아나운서 중에서 나에게 친숙한 두 아나운서가 있었으니,현 국회의원 고민정 아나운서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미디어가 만들어 놓은 포장된 삶과 청춘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아픔과 슬픔이 묻어나 있었다.피도 눈물도 없는, 기계적인 삶이 아닌, 수많은 대중들 앞에 서서 자신을 들어내야 하는 위치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어본다는 것은 나의 약점을 , 어릴 적 일기장을 다시 보는 느낌이 들 수 있다.하지만 그 약점을 대중에게 보여줄 용기가 있다면, 많은 사람에게서 위로와 공감,행복과 치유를 얻을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과 교감, 공감이 서로 씨줄과 날줄이 되어서, 단단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수빈 아나운서의 에세이집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밖에 없는 성장과 성숙ㄹ의 시간 속에 채워지는 실패와 한계, 약점이 있었다. 다만 누군가를 인터뷰하고, 어떤 영화를 보고 느꼈던 여러 감상문, 독후감 , 산문 형식으로 채워져 있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는 약점이 있다. 소심하고, 나약하고, 때로는 아픈 직업병을 숨기며, 끙끙거릴 때, 언제나 그 시선은 우리 세상의 차가운 곳, 소수자, 약한 이들을 행하고 있었다. 자본의 논리가 통하는 사회에서, 얼마든지 운명이 바뀔 수 있는 상황에도, 대한민국 사회와 문화가 바뀌지 않음으로서, 어쩔 수 없다는 것으로 체념할 때, 그 순간까지도 우리는 사람다움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사람과 함께 하고, 서로 일을 도모하면서,. 나의 시선이 따스한 온기로 , 누군가를 보듬어 안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 나의 삶은 누군가를 위한 역할과 책임을 완수하게 된다. 조수빈 아나운서느 자신의 약점을 보여줄 수 있는 용기를 가짐으로서, 서로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