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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비밀 클럽 ㅣ 사과밭 문학 톡 3
유순희 지음, 박지윤 그림 / 그린애플 / 2022년 5월
평점 :




아이들은 예나에게 입술을 그려라, 목걸이를 그려줘라, 색칠을 해 달라 등 이런 저런 주문을 했다. 하지만 예나는 더 그리기 싫다는 듯 고래를 잘래잘래 흔들었다. 아이들은 계속해서 조르자, 예나가 자리에서 벗어나려는 듯 벌떡 일어나 책상을 밀고 나갔다. 그 바람에 프시케 그림이 팔락대며 바닥에 떨어졌다. 예나는 그림을 줍기는커녕 발로 밟고 지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 누군가 뒤에서 등을 확 떠밀 때처럼 놀랐다. (-15-)
예나가 기다렸다는 듯 단톡방에서 나갔다. 라희와 혜지도 나갔다. 이제 단톡방엔 민아와 나뿐이었다.
민아는 성격이 급해서 불같이 화를 낼 대도 있지만, 친구들에게 힘든 일이 생기면 먼저 달려와서 도와주는 따듯한 아이였다. 나마저 단톡방에서 나가면 민아를 제대로 왕따 만드는 셈이다. 하지만 지금 단톡방을 나가지 않으면 예나 곁에 못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나가기 버튼을 눌렀다. (-84-)
예나와 나는 덕현이네 집에서 나왔다.밖은 깜깜했다. 나는 더 이상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예나에게 물었다.
"설마 덕현이가 남자 친구는 아니지?"
"남자 친구야."
나는 너무 몰라서 어떻게 덕현이를 알게 됐냐고 물었다. (-128-)
사람을 볼 때, 상황을 이해할 대, 보고 싶은데로 보고, 듣고 싶은데로 듣는다. 누군가에 대한 행동에 대해서, 해석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에 대해서,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는 이유도, 그 사람의 현재의 모습을 보고, 과거, 현재,미래를 예단하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하고, 똑똑하고, 예쁜 사람은 부모도 잘 나가는 엘리트라고 생각하는 한국 특유의 정서가 그대로 나타난다. 주인공 은서가 예나에 대한 착각과 오해이다.
은서는 학교에서 유령처럼 지내고 있다. 내성적이며, 예민한데다가, 우유부단하다. 즉 자신의 또래 친구들에게 왕따 당하지 않을까 하는 보이지 않는 공포가 숨어 있었다. 그런 은서 앞에 예나의 모습은 이상적인 모습 그 자체이며, 당당하고 도도한 예나는, 은서가 꿈꾸는 가까운 또래 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은서는 또래 친구들과 학교 안에서 여러가지 일들을 진행할 때, 예나의 행동과 말투까지 항상 신경 쓰이게 된다. 자신은 이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하는데, 예나는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은서의 내면 속 열등감이, 당당하게 보여지는 예나처럼 행동하지 못하는 이유이며, 용기 없는 은서, 열등감에 갇혀 버린 은서의 모습이 잘 묘사되고 있다.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은서의 삶이 예나의 삶과 동떨어진 삶을 살거라는 생각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자신과 비슷하게 평범한 삶, 예나의 행동 조차도, 예나가 가지고 있는 비밀스러운 공포와 두려움이 행동으로 표현된 것이라는 것을 은서는 알게 되었고, 예나의 어릴 적 삶을 들으면서, 자기중심적인 생각에 갇혀 버린 은서가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된 이유다. 즉 이 책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모습이 있으니 남과 비교하는 것은 어리 석은 일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가지지 않는 것은 또래 친구들에게도 있을 것이고, 또래 친구가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을 은서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을 항상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매순간 의식하게 된다면, 성장과 성숙,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남들이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바뀔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로 인해 나의 부족한 면을 굳이 드러내지 않더라도, 넘어지지 않고, 자신만의 가치관,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은서가 점점 더 예나에게 열등감을 가지지 않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며, 용기 없는 은서가 용기를 가지게 되고,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