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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한담 - 산 위에 올라 인생을 돌아본다
이용대 지음 / 리리 / 2022년 5월
평점 :
당시 나의 꿈은 천장 코스를 줄사다리를 쓰지 않고 자유 등반으로 오르는 것이었으나, 이 일을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당시 주봉은 내가 즐겨 찾던 곳으로, 이후 미국으로 이민을 간 신승모, 저누철, 이영식 등과 어울려 즐겨 오르던 암벽이다. 어느 해인가는 이상기라는 후배와 밤늦은 시간까지 등반하다 로프를 회수하지 못한 채 맨몸으로 내려오며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17-)
결국 여성들은 남성들이 만든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1907년 '영국 여성 산악회 The Ladies Alpiner Club'를 탄생시켰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산악회를 만든 스위스산악회도 1907년에 여성을 회원으로 받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려 결국 1918년 '스위스 여성 산악클럽'이 따로 만들어졌다. (-57-)
1996년 5월,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사고가 일어났다. 에베레스트에서 8명이 떼죽음을 당한 것이다. 대행업체의 무리한 운영이 빚어낸 결과였다. 이날의 사고는 남봉을 지나 정상 직전에 있는 힐러리스텝에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려 올라가고 내려오면서 장시간을 기다리는 정체 상황 속에서 일어났다. 기상이 급변한 가운데 눈보라가 몰아닥치자 고소증세와 체력저하로 탈진 상태에 이른 사람들의 탈출이 늦어진 것이다. (-95-)
오은선과 고미영, 두 산악인은 그동안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떨친 유럽의 여성 산악인인 이탈리아의 니베스 메로이, 오스트레일리아의 겔렌데 칼덴브루너, 스페인의 에두르네 파사반 등 서양의 쟁쟁한 여걸들의 대열에 동참하며 한국 여성의 이름을 날렸다.한구의 두 여성 산악인이 '8,000미터급 고봉 14개 프로젝트'에 뒤어들었을 때 오스트리아의 칼텐브루너는 이미 10개를 올라 저만치 앞서 있었지만,우리의 두 여성은 일년에 4~5개씩 오르며 금세 따라 잡아 마침내 역전승을 거뒀다. (-136-)
1953년 7월 3일 오후 7시 정상에 오른 그는 아노락 재킷에서 작은 티롤 깃발을 꺼내 피켈에 매달고 사진을 찍고, 뒤이어 파키스탄 깃발과 피켈은 정상에 꽂아둔 채 하산했다. 이 사진을 놓고 당시 산악계에서는 초등 여부에 의혹을 제기하며 격론을 벌였다. 특히 사진에 찍힌 피켈을 정상에 버려 둔 채 스키폴만 지니고 하산했기 때문에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162-)
겨울 산의 능선이나 벼랑 끝의 바람맞이 서면에 지붕처마처럼 얼어붙어 매어달린 눈의 층을 영어로 커니스 , 우리말로 눈처마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ㄱ도 샛삐라는 일본용어를 고집하는 사람도 있다. (-197-)
산을 좋아하는 사람, 등산을 즐기는 사람의 공통된 무용담이 있다. 첫눈이 오는날 첫 산행을 시작하고, 산에서 얼어 죽을 뻔했다는 무용담이다. 매번 그렇지만, 산은 올라갈 때 느낌이 다르고 하산할 때, 느낌이 다르다.일상 속에서 자연 앞에서 초연해지고, 자신의 삶 속 번뇌를 내려놓게 된다. 세속의 삶의 번잡함을 내려 놓는데 산행만큼 좋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저자처럼 ,8000미터 고산 등반을 목표로 잡지 않더라고, 가까운 1000이터 이상의 높은 산을 등반하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으며, 산과 벗하는 한국인들이 주로 향하는 에베레스트 트레킹 코스가 있다. 굳이 현지의 세르파의 도움을 얻어서 산행을 하지 않더라도, 나만의 코스로 등반하고,산행을 즐기며, 행복한 인생, 인생의 깊은 지혜와 성찰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자연 앞에서 겸손해지고, 초연할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이 산을 올라가면서, 자연이 가지는 거대한 경치에서 위대함을 스스로 느끼기 때문이다. 인간이 산을 정복하는 것이 얼마나 오만하고, 자만인지 알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산 위에 올라서 인생을 돌아보는 이유였으며, 저자가 하나의 산의 다양한 루트를 개척하는 이유, 여성 산악인들의 남다른 업적을 소개하는 이유는 한국인 여성 전문 산악인의 세계적인 업적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 등산전문가들이 모여있는 중립국 스위스를 제치고, 한국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 어디에 있는지 한 권의 책에 나오고 있었으며, 현존하는 여성 전문산악인 오은선과 파키스탄 힌마라야 산맥 낭가파르바트 등반 이후 하산길에 사고를 당해 유명을 달리한 고미영의 인생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