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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청년 - 청춘을 논할 때 슬그머니 제외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쓰는 사람들 지음 / 호밀밭 / 2022년 4월
평점 :
이 책에는 카페 사장이 직원을, 현직 교사가 학생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저자들은 서로 다른 세대와 입장에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쉽게 연민하지 않고, 상대를 알아가려는 노력을 포기하지도 않는다. 그럼으로써 "서로가 서로의 존재에 맞닿아야 한다"라는 연대의 결론에 다다른다. (-7-)
"되게 힘들었어요. 수업 후에 소감을 쓰는데 선생님이 '너네 이렇게 쓰면 안 된다. 어떻게든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전공이랑 엮어아' 라고 하셨어요. 과학 시간이었는데 , 안경의 과학적 원리에 대해 배운 시간이었어요. 춤을 전공하려는 친구와 둘이 속삭이면서 '이걸 대체 어떻게 안경이랑 엮으라는 거야?' 라며 혼란스러워했어요. (-27-)
너는 네 존재가 '쓸모를 잃어버렸다' 고 이야기했다. 네가 학원생활을 할 때 자주 연락을 했었는데도, 그런 이야기를 들은 건 처음이었다. 네가 그런 말을 꺼내는 게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엄마에게도, 친한 친구에게도,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다던 이야기에 덩달아 목이 막혔다. (-56-)
은희가 아는 어느 북한 이탈주민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우리가 이 땅에 풀 한포기,나무 한 그루 심지 않았는데 이 나라는 많은 것을 줬어요. 시민권을 주고, 자유를 주고, 선진 경제를 경험하게 해 주고," 은희는 무엇보다 자신을 드러내도 억압받지 않는 자유가 있는 것,그리고 전 세계 어디든 마음껏 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에 많은 북한이탈주민이 감사를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그에 따르는 차별도 어느 정도는 받아들인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165-)
2022년 현재, 청년의 평균은 어디에서 어디까지일까, 우리 앞에 놓여진 청년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이들이 책 한 권에 소개되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청년의 각자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회적 역할이었다. 막연하게 일상이 반영되어 있는 청년의 모습, 획일적이고, 단순화된 청년의 그림자 뒤에, 소수로 남아있는 청년이 있었다. 청년다운 청년, 청년답지 않은 청년의 모습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언급하고, 토론하면서, 각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아주 중요하다. 삶을 꼽씹어 본다면,우리가 추구하는 청년의 자화상응 엿볼 수 있다.
고아, 탈북, 장애, 그리고 사회적 소수자, 그들은 청년의 범주에 속하지만, 청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모호한 위치에 놓여져 있었다. 일에 대해서 새롭게 바라보고 싶지만 현실은 그 안에서 스스로 털어내지 못한 상태에 놓여지게 되고, 그들이 말하고 싶었던 내밀한 이야기조차 , 우리의 보편적인 가치에서 벗어날 대가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고마웠다. 그들의 이야기도 우리 사회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자유에 집착하게 되면, 내 앞에 놓여진 차별조차도 욕심이 될 수 있다. 소위 거져 얻는 자유, 가볍게 생각하는 생존, 나 스스로 어느정도 차별을 허용하겠다는 것, 내 손톱 밑에 있는 가시조차 아파서, 불평불만으로 채워져 있는 현대인에게, 탈북한 청년의 차가운 목소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현대인의 범위 밖에 서 있었다. 사회에서,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도록 문을 열어 준다는 것은 정말 소중한 선택이면서, 결정이다.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 우리가 흘리고 있었던 것들 하나하나 빠트릴 수 없었으며, 그것이 내 삶의 기준이 되고, 가치와 인생 철학이 될 수 있다. 나에게 필요한 것들, 우리가 누리고 있었던, 너무나 당연한 것들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감지하게 될 때, 나 스스로 겸손해졌어야 하였고, 나의 기준으로 볼 때, 나의 관점에 집착하게 됨으로서 , 잃어버렸던 것 하나하나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북한이탈주민이 우리 사회에 요구하는 것, 장애를 가진 이들이 요구하는 것, 고아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청년이, 말하고 싶었던 그 목소리, 사회적 소수자, 약자로 남는다는 것이 때로는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데 있어서 매우 버겁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반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