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별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83
한정영 지음, 장선환 그림 / 시공주니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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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별은 얼른 발걸음을 돌려 버드 타워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걸음은 더디기만 했다. 우리와 우리 사이를 지탱해 주던 색색의 유리 기둥 파편이 으뜸 길을 가득 덮었고, 으뜸 길의 경계를 이루던 황금 소나무도 절반쯤은 쓰러져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 때문에 닻별은 애먼 길을 돌아가기도 했고, 시시때때로 거뭇한 연기가 부러진 버드 타워를 가렸기 때문에 잠시 방향을 잃기도 했다. (-45-)

반듯하게 닦인 길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람도 동물도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걷기에 편하겠지만, 갈수록 길은 험해질 것이다. 가온 숲에서 그랬듯이 이 길도 중간중간 끊어지고 때로는 바윗돌이 가로막을 터였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후텁지근했다. (-84-)

"사람들은 모두 떠났고, 이제 이곳은 야생이 되었습니다. 당신도 야생에 대해 알고 있겠지요? 비록 사파리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말입니다. 야생의 질서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저 파란 개와의 싸움은 그 질서를 만들어 가는 일 중 하나입니다. (-111-)

"맞아요.나도 사람들이 애왕용으로 키웠을 뿐이에요. 샛별처럼 심부름을 했죠. 이제 번개 문신이 있는 바람늑대는 닻별 뿐이에요. 그 문신은 사람들이 만든 동물들 중에서 쓸모 있는 몇몇에게만...." (-147-)

"어서가, 닻별. 이 부근에는 아직 다른 사람들이 있고, 너와 회색늑대 무리를 찾으려는 드론들이 떠다니고 있어. 그들이 너를 계속 쫓을 거야. 하지만 이곳만 벗어나면 넌 자유야."

그렇게 말하고 나서 미리내는 웃었다. 바람의 집에서 닻별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짓던 미소였다. (-205-)

한정영 작가의 <닻별>에는 '생체 인공 지능 복합형 사파리' 로 부르는 가온 숲이 있다. 이 숲은 미래의 동물원이며, 열두 개의 구역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호랑이 ,낙타, 코불소, 악어 등이 존재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보편적인 동물원은 그 나라의 그 지역의 환경에 지배될 때가 있다. 열대지방에 사는 야생동물이 온대 지방에 올 때, 온대의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가온 숲은 열대지방에서 살아가는 동물의 특성에 맞춰져 있었다. '생체,인공 지능 복합형 사파리' 로 부르는 가온 숲은 동물의 생태적 특성과 그 야생동물이 살았던 곳의 습도,자연환경, 온도까지 맞춰져 있어서, 동물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있으며, 친인간적안 특성을 보여주고 있는 안전한 동물원이다. 이처럼 동물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그 하나하나에 대해서, 분석해 나갈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미래의 독특한 동물 사파리를 엿볼 수 있다. 완벽하게 느껴지는 사파리에는 친인간적인 야생 동물과 인공지능 로봇 동물이 있으며, 바람3호라 하는 반짝 거리는 카시오페이아가 있었다.

그런데 가온 숲이 파괴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야생 동물원에는 위기가 찾아오게 되고, 닻별은 그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바랍의 햡곡으로 떠나는 긴 여정을 지나가게 된다. 친인간적인 동물이 , 야생성을 찾아가기까지는 쉽지 않은 여정들이 놓여지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인간이 자행하는 인위적인 선택과 결과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 야생에서 친인간적으로 바뀌어진 야생동물이 다시 야생성을 회복하려는 그 모습 너머에서, 인간의 오만함과 자만심의 근원에 대해서, 언급하게 되며,우리가 추구하는 것들 하나하나 들여다 보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 대해서 이해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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