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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엄마
김하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4월
평점 :



나는 그것을 동네 송아지가 엄마 잦을 빨아 먹는 것을 보고는 완전히 이해했다. 송아지가 제 어미젖을 먹을 때 어떻게 빨아 먹던가. 젖이 잘 안 나올 때마다 주둥이로 제 엄마 젖통을 쿡쿡 처박으며 쥐어짜듯이 해서 쭉쭉 빨아먹는다. 그야말로 송아지는 제 어미 젖통을 대가리로 헤딩을 하듯이 연신 아랫배까지 힘차게 처박아 대며 찹찹 찹찹 꿀꺽꿀꺽 삼켜 대는 것이다. 나는 내 몫의 엄마 젖이 왜 메말라 버렸는지 고개가 저절로 끄덕거려졌다. (-46-)
엄마의 엄지 척 ,음식은 된장찌개도 무국, 씨래깃국도 아니다. 나무 주걱으로 능숙하게 식은 밥을 뒤집어 고추장과 함께 양푼 속에서 쓱쓱 비벼 내서는 그 위 참기름 몇 방울 떨구었던 열무 비빔밥도 아니다.
바로 '갱시기'다! 갱시기? 그런 음식이 있었나? 아마도 처음 들어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151-)
나는 그때 앙다문 입술을 한 엄마 뒷모습이 무서웠다. 이건 영락없이 혓바닥 데는 정도가 아니라 떠먹고 창자와 위가 통째로 굽혀져 죽으라는 저주를 펄펄 끓여 내는 거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갱시기를 저주로 끓여내는 듯한 엄마가 무서워서 결국은 뒷걸음쳤다. 두 손목으로 눈두덩이를 비비면서 정지 문을 나가선 함석지붕 집 대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164-)
엄마는 아버지와 정반대였다. 엄마는 국가 경제는 모르지만 돈맛은 확실히 알아가고 계셨다. 엄마가 채소를 이틀에 한 번씩 점촌 채소시장에 내다 팔아 벌어들이는 그 돈이 아버지 보기에 푼돈같이 보이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가 아버지 없는 방안에서 하루에 번 전대에 든 돈들을 모두 방바닥에 쏟아 놓고는 500원짜리 지폐, 100원짜리 지폐, 50원, 10원짜리 동전을 정리하는 것을 보면 그게 절대로 그렇지가 않았다.
막내인 내 논치를 살필 정도로 수북한 지폐를 어디다 감춰야 할지 모를 만큼 적지 않은 돈이었다. (-236-)
장군이는 외양간 안에서부터 무슨 분위기를 느꼈는지 처음부터 잘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더구나 내가 울부짖으며 악을 써 대자 우워엉 소리를 울고 콧구멍과 입가에 거품을 씩씩하게 뿜으면서 강력하게 버텼다. 하지만 한 아저씨가 앞에서 코뚜레를 단단히 잡아 힘차게 끌어당기고 다른 한 아저씨가 뒤에서 엉덩짝을 두 손으로 있는 힘껏 때밀자 장군이는 한 발짝씩 끌려 나갔다. (-292-)
만남이 있고, 헤어짐이 있다. 나의 기억 속에 ,나의 인생에 많은 부분을 찾비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기억하게 되고, 추억하게 되고, 만남을 가지게 되고, 우리는 그렇게 누간가와 만남, 헤어짐을 반복하여, 성장과 성숙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주어진 삶에 대해서, 잃어버린 것과 이어지는 것,새로운 것 가운데, 점점 더 망각되어지는 여러가지 장면들이 소멸되어지고, 나의 삶에 대한 이해와 근본을 찾게 되었다. 살아가고, 견뎌 내면서, 주어진 삶, 주어진 기억, 주어진 추억을 담아가게 된다.
엄마는 사랑이며, 만남이며, 그리움이 되고 있었다. 엄마가 해 주시던 꿀꿀이죽,그것을 갱시기라고 한다. 소위 돼지가 먹는 음식이라고 하였던 갱시기를 , 저자에게는 제일 맛있는 엄마의 손맛이다. 나의 삶에서 주어진 시간 안에서, 나와 엄마가 마주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가을동화와 가을꽃 향기의 원작 소설 <가을꽃향기> 를 썼던 김하인 자가에게 , 엄마는 어떤 존재였을까 살펴 보게 된다.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순간 순간들이 책 속에 담겨진다. 양잠업을 하게 되면, 여기저기 흩트러지는 번데기가 있다. 배고픔에 길들여져 있었던 이들에게, 번데기는 살아있는 간식꺼리가 되고 있다. 번데기느 지금 우리가 즐겨 먹는 장날에 흔한 음시과 다른 모양이다. 번데기를 야무지게 먹었던 작가의 삶이 자꾸만 자꾸만 스쳐 지나가게 된다.
장군이는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이자 순한 소였다.농촌에는 흔한 동물이며, 가축이며,애지중지하였던 생명이기도 하다. 워낭소리를 상기시켰던, 저자의 기억 속에 장군이와 벗하였으며, 장군이 보드라운 등 위에 올라타면서, 으쓱으쓱했을 것이다 . 소 한마리가 집안의 재산이자 살림으로 쓰여졌던 그 시절, 농사를 지을 때, 소는 요긴하게 쓰여진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만남과 이별에 있다. 막내였던 저자에게 엄마의 젖은 존재에 대한 그리움이자 떨어지지 않겠다는 집착이기도 하다. 그리고 장군이에 대한 집착은 울부짖음 그 자체였다. 그 삶 언저리에 누군가에 대한 슬픔이 묻어난다.그리고 그것은 삶이자 인생이기도 하다.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소중한 사람에 대해서,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할 거라는 것이었다,. 나의 후회의 근원은 추억과 기억, 삶에 있었다. 문득 문득 떠올리는 그 사람에 대해서 마주할 수 없다는 것은 혼자서 서글프게 울어야 하는 순간이다. 삶의 근원적인 물음,그 물음에 대해서,이제 답해야 할 시간이 왔다. 삶의 본질,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취해야 할 것과 취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농사를 ㅈ빗고 살았던 농촌 사회에서 성장하였던 삼백의 고장 상주에서의 추억을 꼽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