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 번의 로그인 - 글쓰기 공동체를 꿈꾸는 열네 명의 100일 글쓰기
이미란 외 지음 / 경진출판 / 2022년 4월
평점 :
애나 번스의 『밀크맨』 에 빛과 어두움에 대한 서술이 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빛과 어두움에 관한 책으로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곳은 길고 우울한 이야기 속에 파묻혀 있어서 진정 빛나는 사람이라 해도 이 어둠 속으로 들어오면 어둠을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둠에 포섭될 위험이 있고 자기 목숨을 잃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그래서 작가는 질문한다."만약 우리가 이 빛을, 투명함을, 광희를 받아들이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그 빛을 즐기게 되고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익숙해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걸 믿게 되고 기대하게 되고 감명을 받게 되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희망을 갖게 되고 해묵은 전통을 버리고 빛에 물들고 빛을 흡수해서 우리 자신이 빛을 내기 시작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었는데 바로 그때 빛을 빼앗기거나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44-)
어제 아침 7시부터 일어나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는 3시간 동안 우체국 앞에서 줄을 서서 다행히 마스크 구매에 성공하셨단다. 아슬아슬하게 시어머니 뒤에 세사람을 남겨 두고 마스크 구매에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 시아버지는 4시간 동안 줄을 서서 마스크 구매에 성공하셨다고 한다. (-107-)
손자의 나이가 다섯 살이고, 그 애들이 아홉 살이라는 것을 서로 알게 된 후에, 셋이 나란히 그네를 타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었다. 두 아이가 숙제가 너무 많다고 불평을 할 때 ,손자가 끼어들어 '나는 숙제가 없는데'라고 하니까, 안경이 "넌 다섯 살이니까 다연히 아무 숙제도 없지."라며 , 많이 살아본 사람처럼 대꾸했다.
손자가 그 아이들처럼 서서 그네를 타려고 하자, 안경이 만류했다.,"조심해야지.넌 좀 더 키가 커야 해. 5학년인 우리 오빠도 그네를 타다가 골절을 당했더." 라며 세 달동안 꼼짝 못했다고 덧붙였다. 내가 "오박라 힘들었겠구나." 하니까,"돌보는 사람이 힘들죠."라고 어른스런 답변을 했다. (-172-)
메리 올리버는 『완벽한 날들 』의 서문에서 이렇게 쓰낟.
세상은 아침마다 우리에게 거창한 질문을 던진다.'너는 여기 이렇게 살아 있다.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259-)
여러 해 전에 나는 스스로 세 가지 '규칙'을 정했다. 내가 쓰는 모든 시는 진짜 몸과 진정한 힘, 정신적 목적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시든 이 세가지 조건 가운데 하나라도 만족하지 못하면 퇴짜를 놓고 다시 쓱러나 과감히 버렸다. 시 쓰는 일을 주된 활동으로 삼고 살아온 지난 40여 년 동안 나는 다른 조건들고 추가해 왔다. 나는 내 모든 시가 강렬함 속에서 '쉬기를'원한다. 그리고 '세상의 모습들' 로 풍부해지기를 원한다. 지각으로 느낀 세계가 지적인 세계로 이어지기를 원한다. 지성,인내,열정, 기발함으로 산 삶(반드시 내 삶이어야 하는 건 아니고 공식적인 나, 작가로서의 삶)을 드러냐기를 원한다. (-262-)
아버지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월북한 외삼촌 그늘에 있다. 전쟁 전후 좌익에 휘말리었고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홀엄니를 못히려 지주, 부르주아 집에 장가들게 되었다. 이후에도 정치적으로 심한 고초를 겪으며 자녀의 교육에 버거운 생활고에 시달리었다. (-358-)
책을 가까이 하고, 독서를 하는 목적은 경험을 낳고, 생각을 낳는 것에 있다. 나의 생각이 타인의 생각과 엮어 나가는 것이 내 삶을 풍족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삶의 근원적인 발자국을 나 스스로 남기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 나의 생각이 타인에게 먹혀드는 것을 넘어서,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씨앗이 될 수 있다면, 내 삶은 그 어느때보다 풍요로운 삶, 만족스러운 삶을 살게 된다. 목적있는 독서과 목적있는 삶을 일치시키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 나는 새로운 영감을 떠올리게 되었다. 열네명의 마음이 모여서 한 권의 책을 이루었듯이 ,내가 소속된 독서모임 멤버들이 남겨놓았던 생각들을 주섬주섬 모아서, 한 권의 책을 만들고 싶어졌다. 내가 읽었던 책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책에서 발췌한 구절들이 나의 정신이 뿌리내리도록 도와준다면, 나의 삶은 충분히 행복한 삶으로 충만해질 수 있다. 살아가고, 견디면서,'열 네명의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에서, 자신이 100일 동안 보고, 듣고, 읽고,느끼며 생각한 것이 책이 되고, 삶이 되고, 추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삶에 대해서, 추후 누군가에게는 과거가 될 수 있고,그 과거가 나의 미래의 씨앗으로 엮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삶에 대한 존중, 타인에 대한 가치관 이해, 선을 넘지 않고 살아가되,서로의 삶의 근본을 이해한다면, 나의 삶이 타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나만의 욕심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