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의 신화
최인 지음 / 글여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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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은 그에게 알아서 뒤처리를 하라는 말을 던 진 뒤 승용차를 몰고 사라졌다. 반장이 그렇게 나오니 형사과 전원 긴급 수사차는 커녕 형사과장도 수배하지 않았다. 사건이 묵살 쪽으로 돌아갇자 실무자인 유형사도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상황실 당직인 이 경장에게 사건 경위를 좀더 조사한 뒤 보고서를 만들겠다고 언질을 해 두었다. 이 경장은 순경임용 동기였는데 그의 말이라면 몇 시간쯤은 보고를 늦춰 줄 수 있었다. (-48-)

손님들이 모두 자리를 뜨면 그녀는 마룻바닥에 주저앉아서 울다가 제풀에 지쳐 돌아가죠. 그때서야 주인여자와 이씨가 슬그머니 고개를 디밀곤 해요.이런 일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지만 주인여자는 크게괘념치 않아요. 이게 어디서 행패야, 행패가? 서망 하나 간수하지 못하는 주제에! 궁여사의 커다란 목소리에 이씨 부인이 주춤 물러서는군요. (-98-)

언젠가 도엽이 같은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윤희와 벌인 섹스의 뒤끝을 음미하며 말했던 것 같다.그때 윤희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랬다. 도엽은 윤희를 술에 비유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음미할 수록 맛이 나고 먹을수록 빠져 드는 것.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더욱 좋은 것.비가 오는 군. 도엽이 어두워진 창밖을 보며 중얼거린다. 윤희는 소파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간다. 굵은 빗방울이 후드득거리며 유리창을 때린다. (-146-)

대머리가 뒷짐을 진 채 짜증스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니스커트가 대머리를 흘낏 쳐다보았으나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미니스커트는 대머리와 입씨름을 벌여 봐야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이건 에어컨이 작동되는거야,안 되는 거야. 대머리가 느닷없이 양복 옷자락을 양쪽으로 벌리고 활활 부쳤다. (-229-)

인간의 삶, 인간의 생과 죽음에는 언제나 사랑이 있다. 온전히 인류의 종족 보전을 위한 사랑을 넘어서서,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삶의 만족도를 키워 나가기 위한 사랑을 갈구한다. 하지만 사랑은 진화의 수단이면서, 욕망덩어리이면서도, 위험을 자초할 때가 있다. 사회가 허용한 규칙에 벗어나게 될 때, 사회적 타락으로 이어질 수 있고, 물질적 만족도를 높여나가이 위해서,인간은 사랑을 수단과 도구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인류의 삶이 원시 자연에서 벗어나 21세기 고도의 과학 문명의 발달에서 접어들고 있지만, 사랑에 대해서는 여전히 원시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갈망하는 이유는 그래서다.

소설은 그래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시하고 있었다. 안전한 사랑과 위험한 사랑, 현실과 이상 , 신화 속에서 보았던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작가의 시선으로 옮겨나가고 있었다. 한국 문학이 그동안 만들어왔던 인간의 주어진 삶을 작가 나름대로, 21세기 현대인의 삶에 밀접하고 있다. 탐욕과 욕망 덩어리, 선과 악의 실체가 불분명한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삶은 점점 더 피폐해지면서, 꼼수와 원나잇사랑을 꿈꾸고 있다. 주어진 시간을 살아가되, 놓치고 있었던 것들, 그 하나하나가 내 삶을 좌우하게 되고, 단편 소설 속 열가지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누군가의 인생이기도 하다. 결국 인간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강한 무기,이성에 따라 살아가며, 인간 사회를 만들었지만, 감정에 도취되어 살아가며, 사랑와 욕망 탐구에 있어서는 여전히 동물의 삶,신화 속 신들의 일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작가는 말하고 싶어하였다.생에 있어서 탁함과 맑음 사이에서, 인간의 흔들리는 자아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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